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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안녕하세요.
멀리 낯선 타지에서 날아온 이 글을 보고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떠올라 즐겁네요. `나는 몇 천만 년 전에 외국의 소녀로부터 이상한 편지를 받게 될 것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어디 한번 읽어볼까?` 하고 말이에요. 제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 역시 제가 속한 시간표 속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류시화 아저씨를 괴롭게 했던 그 호기심을 가지신 푸른색 버스의 지붕 위나, 타고르 기념관으로 가는 길목에 계셨던 인도인이시라면... 그냥 류시화 아저씨께서 모든 감각을 통해 듣고 느끼신 것들을 조금씩 맛본 철부지 아이라고 제 소개를 해두지요. 아직 수양이 덜 된 저로서는 여러분의 철학적이고 심오하며 사소한 질문에 쉬이 짜증을 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다만 덧붙여 말하고 싶은 것은 이 글을 류시화 아저씨와 영적인 교류를 나누셨던 모든 인도인들게 보내는 글이라는 거에요. 한 글자, 한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것은 어려우실지도 모르지만 `오래 전에 장발의 히피 청년에게 던졌던 말들이 이 소녀를 이렇게 크게 했구나.` 하고 느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하겠지요.
저는 인도에 가고 싶답니다. 평소에 카레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인도에서만 맡을 수 있는 그 독특한 향을 찾아가고픈 마음이에요. 코 앞에서 더운 입김을 푹푹 뿜어낸다면 조금 힘들겠지만 그것이 인도의 생활이며 향이라면 그대로 느껴야겠지요. 바다의 수평선보다 광활하고 끝없는 들판을 소유한 인도 대륙. 기원전 332년 알렉산더가 인도 북서부를 점령하고도 도망치듯 떠나게한 마법적인 힘을 가진 그 땅. 언젠가 중국의 만리장성을 걸어 보리라고 새각했던 것처럼 종점도, 도착점마처 없는 인도 대륙을 걷고 싶어요.
또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선 하나 그어져 있는 밖을 보며 손을 꼽을 수 없을 만큼 긴 시간과 씨름해야 하는 인도 기차 여행의 묘미도 느끼고 싶답니다. 1?2?3?등칸으로 각자의 자리가 정해져 있는 기차이지만 앉으면 그만인 …(생략)
인도인과 그 비좁은 자리를 한탄하며 보내는 시간 여행이란...
살을 녹일 듯한 더위에서 작은 동그라미 통 안의 깊은 시원함을 가진 코코넛을 들이키는 느낌, 길거리의 거지에게 붙잡혀 듣는 돈 주고도 들을 수 없는 강의. 이 곳에는 없지만 인도에만 있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 류시화 아저씨가 인도 사막에 누워서 보았던 별의 모습. 내가 가지고 있어도 내것이 아니라고 무소유를 말하는 여러분들. 그리고 그 모든 인도인들이 사는 나라 인도...
이 모든 것들이 류시화 아저씨를 통해서 제가 느끼게 된 인도의 모습이에요. 이것과는 다른 모습들, 다른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저는 인도에 가고 싶어요. 낙천적인 그들의 "노 프라블럼!" 을 들어러 말예요.
저는 솔직히 전생이나 윤회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여러분께는 `제 인생의 한 부분쯤은 인도인인 것도 괜찮겠다` 는 제 생각의 변화를 보여 드리고 싶네요. 지금은 비록 삶에 시달려 제 영혼이 힘들어 하지만 저도 언젠가는 영혼이 아름다운 인도인이고 싶은 것이겠지요.
제가 읽은 글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어요. "-생물체가 인간으로 환생하려면 8천 4백만 번의 윤회를 거듭해야 하죠." 이 구절을 읽으며 제 오른손을 보고 생각해 보았어요. `내가 정말 8천 4백만 번이나 죽어 이 모습을 얻었다면 이 손으로 지금껏 뭘 했나?`, `무엇보다도 고귀한 지금의 모습을 가졌으면서 난 또 뭘 바라고, 뭘 얻으려고 하는 헛된 욕심을 품고 있는 걸까?` 정말이지 제 자신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지요. 이 세상이 너무나도 신비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수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답니다. 지나가는 그 수 많은 것 때문에 저는 더 초라해지고 작아지는 것 같네요. 인도에서 여기까지 날아온 수 많은 속삭임들이 귓가를 스쳐가는데 제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인도. 지금 저는 저의 지적 욕망과 후각을 자극하는 카레 향을 찾아 그 인도로 가고 싶답니다. 먼 훗날 언젠가 큰 배낭에 지도를 펼쳐 들고 길을 찾아 헤매는 소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세요. "노 프라블럼!" 이라고요.
-동쪽의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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