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할아버지에게 목넘이마을의개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는 xx라고 해요. 그동안 건강하게 잘 계셨죠? 신둥이의 자손들도 다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ㅡ^
저는 개를 무척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우리 집 개이건 남의 집 개이건 아무 개라도 만지고 쓰다듬어 주고 데리고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더구나 다리를 다쳐 절룩거리는 개나, 집을 나온 것처럼 보이는 개가 여윈 몸으로 힘없이 다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그 개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먹고 있던 과자라도 덥석덥석 건네주곤 했죠. 엄마는 제가 겁 없이 아무 개나 만지고 그런다고 주의를 주셨지만 전 개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믿었어요. 물론 이제까지 한번도 물려본 적도 없고요.
할아버지께서도 아시겠지만 개는 절대로 자기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사람을 배신하지 않아요. 오히려 내가 베푼 사랑보다 더 큰 보답을 할 때도 있죠. 신둥이도 분명히 할아버지…(생략)

있는데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가 있는 건지.. 그 사람들에게 개는 단지 보양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나 봐요.

제가 살고 있는 이 도시는 그동안 많은 문명의 발전과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할아버지께서 제 이야기를 들으시면 어떻게 생각하실 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개가 사람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사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걸 떠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본 크고 작은 동장 아저씨들은 생명에 대한 소중함도 모를뿐더러 인정도 없는 것 같아요. 저 같으면 제가 그 사람들처럼 재산을 많이 가지고 넉넉하게 산다면 신둥이 같이 주인을 잃고 떠도는 개가 있으면 데려다 키울텐데 말이죠. 아니, 키우지는 못하더라도 배가 고파 쌀겨와 먼지마저도 핥아먹는 신둥이를 보았다면 적어도 그토록 냉정하게 발길질과 돌멩이질로 내쫓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래도 신둥이는 할아버지의 너그러우신 마음 덕분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방앗간에서 신둥이를 죽이려고 했을 때 간신히 살 수 있었잖아요. 그리고 새끼도 무사히 낳을 수 있었고요. 저는 할아버지께서 산 속에서 신둥이를 발견하시고 나서 그 시절 사람 먹기에도 부족한 보리범벅을 가져다 먹이시는 것을 보고 정말 감동을 받았어요.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새끼들을 보살펴 주신 덕분에 신둥이 새끼들이 잘 자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할아버지와 신둥이 이야기를 읽으며 제가 중학생일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났어요. 그때가 여름 장마철이었는데요, 저희 집 뒤쪽에는 집을 허물고 나서 건축자재를 쌓아두는 공터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곳에서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가본 곳에 이제 생후 20일 정도 되어 보이는 강아지 네 마리와 어미개가 나무 판자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그동안 비가 그렇게 많이 왔는데 어떻게 그런 곳에서 새끼를 키웠는지 신기해하며 집으로 와서 우리 집 개가 먹는 사료를 주머니 가득 챙겨와 강아지들에게 주었죠. 배가 얼마나 고팠는지 순식간에 먹어 치우더라구요. 아마 할아버지께서 신둥이 새끼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셨을 때도 그랬겠죠? ^ㅡ^;; 그렇게 며칠 동안 음식들을 이것저것 챙겨다 주며 정이 들었죠. 그러던 어느 날 옥상에 올라갔던 저는 공터에 아저씨들 몇 명이 있는 것을 보았어요. 그 중 어떤 아저씨가 기다란 나무 작대기를 들고 개들이 있는 나무 판자 밑을 쿡쿡 쑤시고 있었어요. 그 밑에서는 어미 개의 앙칼지고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렸죠. 어미 개는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온 몸으로 싸우고 있었어요. 하지만 울음 소리는 점점 작아져갔고, 결국 아저씨의 잔인한 작대기 질에 어미 개는 죽고 말았어요.. 아저씨는 작대기로 축 늘어져 있는 어미 개를 끌어내 상자 속에 던져 넣었어요. 그리고는 남은 강아지들을 다른 상자에 넣어 데려갔죠. 그 광경을 본 저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또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뭐라고 아저씨를 말릴 틈도 없었어요. 귓가에는 어미 개의 처절한 울음소리만이 계속 맴돌고 있었어요. 그 날 불쌍한 어미 개 생각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어미 개를 죽인 아저씨는 그 땅의 주인이었고 그 곳에 집을 짓기 위해 자리를 둘러보러 왔다가 개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어미 개를 죽여버렸던 것이었어요. 그 불쌍한 어미 개를 꼭 그렇게 죽여야만 했을까요...?

주인이 없는 개라서 그동안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을 테고 게다가 새끼를 낳아 장마철 내내 기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어미 개의 힘겨웠던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너무 아파요.. 그래서 저는 그 때 결심했죠. 제가 어른이 되면 집을 잃거나 주인에게 버림받아 갈 곳을 잃은 불쌍한 개들을 꼭 보살펴 주겠다고. 하지만 그건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이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책임 의식을 가져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이제 그만 줄여야겠어요. 다음에 다시 편지 드리는 그날까지 항상 건강하시길 바래요. 신둥이 자손들도 잘 보살펴 주시고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