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 희망을 파는 자동 판매기 독서편지 희망을 파는 자동판매기

희망을 파는 자동판매기
순호야, 안녕? 너의 이름이 완전 정감 간다는 것 너도 잘 알고 있니? 왠지 모르게 소가 생각나는 그런 친근하고 예쁜 이름이야. 정말로. 이상하게 오래전부터 널 알고 지낸 것 같은 그런 이름이 들어서 인지 낯설지가 않아. 내가 너에게 지금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니? 나라면 완전 궁금할 것 같은데. 너도 당연히 궁금할 것 같으니 내가 알려줄게. 사실 너의 동네에 있는 자동판매기가 너무 부러워서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넌 알겠지? 너희 동네의 자랑거리인 판매기. 정말 우리 동네에서 그런 자판기가 있으면 완전 좋을 텐데 말이야. 말 그대로 희망을 파는 자동판매기잖아. 돈 대신에 꽃을 넣어서 먹을 수 있는. 정말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은 거 있지. 그렇게 되려면 주위에 꽃이 많아야 할 것 같은데 걱정이다. 우리 동네에는 어느 정도 꽃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것 같지는 않…(생략)

게 삭막한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너도 나처럼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겠지만 이런 사회생활에서 꽃으로 사람 마음을 바꾸기란 너무 어려워. 각자 자신의 일들에 너무 지쳐있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다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어. 아니면 이미 벌써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걸지도 몰라.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까 정말로 마음이 너무 아파. 어쩌다가 돈으로 이렇게 살게 되었는지 말이야. 사실 돈이란 것이 정말 소중하긴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돈으로 해결하려고 해.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나도 혹시나 저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가끔 괴롭기도 하지. 그래서 최대한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야. 나의 작은 소망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조금은 더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이야. 너무 바쁜 세상이다 보니 아주 남을 생각할 시간도 없고 서로 자기 할 일을 하기에 너무 바빠서 각자 살아가는 것 같아. 원래 세상은 다 함께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나의 생각은 그래. 그렇지만 현실이 이 지경이니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너와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래도 조금은 다행일 것 같은데. 과연 몇 명이나 있을지도 모르겠고, 있다고 하여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 사실 나도 그런 쪽에 포함되거든. 그런 말을 했다가 섣불리 이 세상에서 밀려날 수도 있잖아. 그만큼 너무 잔인한 세상이지. 그래서 난 너의 동네가 너무 부럽다는 거야. 삭막한 세상이 아닌 살기 좋은 너무나도 따뜻한 곳이니까. 희망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몰라. 희망이 있든 없든 있다고 믿으려는 그런 마음 자체가 이미 희망인 거야. 말하니까 정말 너희 동네가 완전 부러워진다. 우리가 사는 모든 세상이 그렇게 되긴 어렵지만 적어도 우리 동네도 너희 동네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 이 정도면 내가 노력하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그래서 이번에 봄이 오면 난 꽃을 심으려고 생각 중이야. 물론 엄마와 함께 말이야. 생각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역시 난 꽃을 좋아하는 게 맞아. 분명 엄마도 우리가 심은 꽃을 보면 행복해질 것 이라고 난 생각해. 예쁜 것을 보고서 기분 나빠 할 사람은 거의 없거든. 우리 엄마랑 나는 통하니까 말이야. 항상 따뜻하고 순수하고 예쁜 마음을 언제까지나 지니는 것이 나의 또 하나의 소망이야. 이런 마음만 있다면 어디든지 다 마음으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너도 그렇지 않을까? 돈이 아닌 마음으로 살아가는 세상. 바꾸기 힘든 것이란 걸 잘 알지만 그래도 난 희망을 품고 있어. 너처럼 말이야.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희망이지만 어쨌든 노력이라도 해야지. 안 그래? 항상 행복하고 건강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