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도서 - 돌아온 왕눈이 그곳

그곳에 가고 싶다
"예진아 이거 봐라!"
"뭔데?"
"포도 보면 모르냐?"
해마다 여름이 되면 우리 집에는 삼촌이 보내주신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도착합니다. 저희 삼촌은 포도 과수원을 하시거든요.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키우시기 때문에 포도알이 거봉만 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커다랗습니다. 농약에 오염되었을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왕눈이를 데리고 삼촌의 포도 과수원에 가보고 싶습니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보라빛 진주는 사람들을 원망하고 있을 왕눈이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 곁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살았던 물고기 왕눈이, 물고기 세계에서 장군이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깊은 강을 찾아 멀리 떠났지만 돌아온 것은 죽음이었습니다.
작은 노력으로 많은 물고기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욕심은 강물 속으로 폭탄을 터트리게 했고, 거기서 꿈 많은 우리…(생략)

물고기 왕눈이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다른 동물들에게도 왕눈이가 그랬듯이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것입니다. 높이 나는 새는 어린 새들에게 비행기술을 가르치는 훌륭한 교관이 되고 싶겠지요. 풀여치는 오순도순 정다운 가정을 이루고 더 멀리 너른 풀밭은 찾아 떠나는 꿈을 꾸는지도 모릅니다. 또 여름 밤하늘 무더기로 쏟아지는 별밭을 바라보며 내일의 일용한 양식을 위해 단꿈을 꾸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서히 동물들의 꿈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동물들이 누리는 삶의 터전을 망쳐가고 그나마 남아있는 동물들도 잡아들이지 못해 안달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일러주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만은 않다구요. 유기농을 하시는 우리 삼촌처럼 자연과 더불어 가족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구요.
그런데 삼촌의 과수원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가려 해도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과 시름을 한 끝에 꼬박 반나절이 걸려야만 도착합니다.
왕눈이가 그 긴 시간을 견뎌 낼까요? 절반도 가기 전에 고속도로를 뒤덮은 매연에 콜록이면서,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아."
하고 도리질을 하면 어떡할까요?
그래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삼촌의 과수원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아니,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멀리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돌아온 왕눈이`를 읽고 제 마음은 나도 모르게 삼촌의 과수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눈을 꿈벅이며 덧없이 생을 마감해야 했던 왕눈이의 손을 잡고서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조금만 참아. 이제 곧 과수원이야. 이제 곧 니가 편히 꿈을 펼칠 수 있는 좋은 땅에 닿을 수 있을 거야."
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