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도서 - 위기의 환경을 읽고 위기의 환경을 읽고…

위기의 환경을 읽고…
이번 여름 방학이 시작할 무렵에 우리 가족은 1박 2일간 경북북부 지역의 유적지를 돌아보고 왔다. 그 중의 하나가 부석사였다. 우리가 부석사에 도착했을 즈음엔 채가 중천에 떠서 몹시 더웠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물을 찾았다. 갈증과 더위 때문이었는지 그 곳 물은 무척 달게 느껴졌다. 특히 절 깊숙한 곳으로 좀더 들어가서 대웅전 오른쪽 아래에서 나오는 물은 그렇게도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나는 새삼스럽게 우리 나라의 자연 환경이 너무나 훌륭하다는 것을 느꼈다. 흐르는 강물이나 지하수를 바로 마실 수 있는, 게다가 이렇게 물맛이 놓은 나라가 세계에 몇이나 된단 말인가. 언젠가 영화에서 아프리카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갈증을 참지 못하여 강물을 마셨다가 배탈이 나서 고생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공장하나 없는 밀림 속의 깨끗한 강물을 마셔도 배탈이 나는데 50여년 간의 산업화로 몸살을 앓는 우리…(생략)

다 진부하고 지겹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똑같은 내용뿐이었고 그러는 중에도 뉴스에서는 비올 때마다 어느 공장에서 폐수를 방출했노라고 떠들어댔고 그러는 중에도 아이들은(아니 어른들까지도)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데 동참했다.
그럼 계몽이나 선전이 부족했던가? 천만에... 이것도 과포화 상태에 이를 때까지 했다. 등산길 입구마다 "가져온 쓰레기는 되가져 갑시다." 라는 프랭카드가 달려 있고 계곡마다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최하 ~에서 최고 ~까지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라는 표지판이 쓰레기더미 옆에 공허하게 서 있다. 길가나 공원의 쓰레기통 옆엔 "푸른 산, 맑은 물" 혹은 "버리는 손 미운 손. 줍는 손 고운 손."이런 표어가 붙어 있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나오는 것이 환경 보존과 관련된 공익광고이고 뉴스나 신문, 잡지 등에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씩은 나오는 것이 환경 문제이다.
그럼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그 중 몇 가지는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이다. 먼저 산업화에 따른 개발을 들 수 있겠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우리 나라는 급속도로 산업 발달을 이루었고 국제 경쟁력의 향상, 경제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환경이 오염되어 가는 것은 묵인해 왔다. (공장에서 나오는 시커먼 연기와 조국의 발전을 동일시했을 정도라니까.)환경 오염은 개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것이며 환경 보존과 개발은 공존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말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산업을 개발하는 것이 이득이 될까? 그렇지 않다. 반도체 산업에는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이 필수적인데 우리 나라의 전자 공장들은 오염된 공기와 물 때문에 불량품이 많이 나와서 일본과 경쟁하기 어렵다. 염색공장도 마찬가지이다. 폐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버릴 때는 물을 절약했지만 물이 다 오염되었으니 무슨 물을 끌어다 염색을 한단 말인가? 결국 폐수 처리하는 것보다 용수 얻는 것이 더 어려워서 공장이 되지를 않는다. 물 처리비만 해도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그냥 수도꼭지만 틀면 마시는데 우리는 그것을 못하니까 기름보다 비싼 생수를 사다 마시고, 약수나 지하수 구하느라고 그 아까운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비싼 정수기를 달아야 하고, 비싼 에너지를 들여 물을 끓여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환경이 오염되면 이로 인해서 농산물 생산량이나 수산물 생산량이 엄청나게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의 능률도 떨어진다. 공장의 기계도 오염된 공기 때문에 자주 부식되고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서는 30년이 지나도 새집 그대로 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10년만 지나면 쇠가 삭고 나무는 썩고 페인트가 낡아서 헌 집이 되어 건물 값은 쳐주지도 않는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던 우리 나라가 서양의 자연을 지배하는 생각을 이어 받아 도리어 서양이 자연과의 조화에 힘쓰는 지금 자연을 인간을 위해서만 이용하고 지배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이기주의이다. 서양의 개인주의가 와전된 이기주의는 쓰레기를 버린다든가, 폐수를 무단방류하고 산업폐기물을 몰래 버리게 하는데 한 몫을 했다. 게다가 인구가 과밀한 우리 나라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이러한 이기주의를 합리화했다. 가격 경쟁에서는 이겨야겠고 환경이야 "나 하나쯤"하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흔히들 우리 나라는 금수강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러면 고마운 마음으로 그 금수강산을 보호하려고 해야 할 텐데 언제까지나 금수강산일 줄로만 믿으려고 애쓰면서 오염시켜봐야 별 일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금수강산이라는 어구가 상처받은 자기 양심을 위로하면서 우리 강산을 상처 입히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나 혼자 게으름 피우며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산업 폐기물을 무단으로 버려서 이득을 보아도 피해는 공동으로 나누어 받는다는 치사스런 계산에서 나온 "나 하나쯤"이 이제는 "우리 모두"가 되어버렸다. (슬프지만 나는 내 국어 능력상 여기에선 다시 틀에 박힌 교과서의 주장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이제 우리 바꾸어 생각하자. "우리 모두"노력해야만 하는 어려운 환경 보호가 아니라 "나 하나만"노력하면 되는 쉬운 환경 보호로... 그러면 환경은 온난화, 오존층 파괴 등의 복수를 멈추고 다시 우리에게 기쁨을 줄 것이다.
끝으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비 오는 날 공장에서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하는 것, 어두운 밤에 산업 폐기물이 버려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가. 정부의 자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익 광고가 무색할 정도로 정부의 단속과 처벌은 형편없다. 1991년 페놀 사건이 터졌을 때 정부는 무엇이라 했나. 29개 주요 상수원의 수질을 그때그때 측정할 수 있는 수질자동 측정장비를 설치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출장소를 7개에서 15개로 늘린다고 했다. 위험이 큰 7개 공단에 환경감시 출장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상수원에 지표생물을 두어서 수시로 관찰하여 경보를 내리겠다고 했다. 이것들이 하나라도 지켜졌는지는... 참 말하는 내가 송구스러울 지경이다. 국민들이 들고일어날 때만 잠시 화려한 공약들을 내세웠다가도 1달쯤 지나 국민들이 잊어버릴 때면 그런 공약은 우리 나라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환경부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독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가 저절로 깨끗해진 것이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나무 한 그루를 베려면 10그루를 심어야만 한단다. 국민의 양심에만 맡겨도 되는 이상적인 사회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법이 필요하다. 우리 나라 자동차들이 외국의 오염 물질 배출량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수출이 안 될 지경이라면 심각한 문제 아닌가. 정부가 강조하듯이 환경문제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면 그에 따른 감시와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환경 규제를 어긴 기업은 당분간 영업중지를 시키든지 많은 벌금을 물리라. 환경을 많이 오염시키는 물질 및 활동에 대해서는 많은 세금을 물리라. 언제까지 우유를 쏟은 다음에야 허둥대다가 지키지도 않을 공약을 내세우고 경제를 끌어들이면서 방관할 것인가. 환경 문제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것임을 정부는 모르나.
규제의 강화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환경 친화적인 산업을 개발하고 오염 물질을 효과적으로 처리,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하라.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이런 어려움들을 겪었다. 왜 그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 하는가. 늦은 만큼 우리는 그들보다 유리한 점도 있다. 여러 나라의 환경 보존 대책 및 기술을 비교, 검토하고 우리 나라에 적용시켜야 한다. 배우고 더 나아가 연구해야 한다. 경제 문제는 연구, 지원해야만 하고 자연은 정말 문자그대로 스스로 그러하게 내버려두려고 한다면 오산이다. 또 환경 보존을 위한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재활용품을 사용하고 싶어도 분리수거를 하고 싶어도 우리 나라는 외국만큼 시설과 제도가 잘 되어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분리수거 안 한다고 국민만 나무랄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한 시설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재활용품 시장에는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쓰레기를 재활용하면 정부의 쓰레기 처리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므로 이득이 된다. 선심이 아니라 당연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하수도 공사를 사다가 큰 돌 하나가 나왔다. 그러자 인부는 돌을 가운데 두고 관 한끝은 돌 이쪽에 다른 끝은 저쪽에 묻고는 그 위에 흙을 덮었다. 그 광경을 보고 길 가던 사람이 물었다.
"그럼 물은 어떻게 흐릅니까?"
"걱정 마세요. 물이 다 제 갈길 알아서 찾아가니까."』
21세기는 태평양 시대가 되고 우리 나라는 그 태평양 시대를 이끌 주역이 도리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그 21세기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한밤중에 예고도 없이 번개같이 날아오는 미사일을 공중에서 맞추어 폭파시키는 그런 과학 기술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낮에 설계도면대로 두 눈을 뻔히 뜬 채로 공사를 하고서도 하수관을 서로 못 맞추어 하수가 흐를 것에 빗물이 넘치고 빗물이 흐를 것에 쓰레기가 둥둥 떠내려가는 과학 기술 수준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기적의 물질과 첨단 제품을 만드는 요술 방망이 같은 과학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애써 많든 물건을 오래 쓰고 다시 쓰는 과학 기술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폐수를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벨상을 타야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사람과 자연에 대하여 정직한 채도만 가지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그런 과학 기술이다.
환경 보호는 자연에 대한 동정이 아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환경을 오염시킨 만큼 고통받고 있다. 더 이상 칼로리가 입으로 가는 환경 보호는 약속으로 끝나는 환경 보호는 하지 말자. 몸으로 뛰는 환경 운동을 하자. 21세기의 태평양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하여, 21세기의 금수강산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