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도서 - 페르마의 마지막정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읽고 나서
나는 예전에도 한번 이 책을 접해 본 일이 있다. 학원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 책을 권해 주신 일이 있었는데 그 때는 책이라 해서 너무 끔찍해서 당장 친구에게 이 책을 넘겨버리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동산 고등학교 방학 과제 중 수학과 관련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숙제가 있어서 책 목록을 하나하나 보는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 목록이 내 눈에 확 들어왔다. 예전에 그렇게 피했던 책이 다시 나에게 찾아 온 것을 보고 이 책은 내가 꼭 읽어야겠다는 숙명적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서점에 가서 당장에 이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은 전에 내가 이 책에 대해 가졌던 지루해서 한 30쪽 읽으면 관둘 것 같았던 첫 인상과는 아주 달랐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어떻게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생략)

를 명쾌하게 증명해 낸 엔드루 와일즈가 있다. 이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수학자들이 소개되었지만, 확실히 기억나는 이름은 이들 뿐이다. 이들은 엔드루 와일즈 빼고는 다 예전에 익히 들어본 이름이어서 기억에 남은 것 같다.
또 이 책에는 그 많은 수학자들 외에도 그들이 증명한 많은 정리와 여러 가지 수학적 개념이 등장하는데 그 중 한 반은 이해하고 반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물론 뒷부분에 엔드루 와일즈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본격적으로 증명하는 부분부터는 거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앞부분에 나온 상당수는 전에 접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내가 아는 공식이나 증명과정, 수학자 이름이 나올 때는 왜 그렇게 기쁘던지...... 어쩌면 그 기쁨이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는데 까지 인도했을 지도 모르겠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란, 피타고라스의 정리 ( x, y, z 는 삼각형의 세 변, z는 빗변)에서 각 항의 차수만 3이상의 임의의 정수 n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렇게 변형시킨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 ( n 은 3이상의 정수)을 만족하는 정수 해 x, y, z는 없다 】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너무나 유명해서 이제는 중학생 정도면 다 알고있고 또 100가지가 넘는 증명 방법들 중 보통 1개씩은 우리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그 동안 접했지만 페르마는 이 정리를 그냥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못했던 것이었을까?
아주 보편적인 정리 하나를 이용해서 페르마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난해하고 악명 높은 수학적 공식을 하나 탄생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만약 페르마가 이 공식과 함께 증명과정을 써 놓았더라면 아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그렇게 악명 높은 정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보통의 수학자들의 증명한 수많은 수학적 정리의 하나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페르마는 그러한 보통의 수학자가 되지 못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자신만의 학문 세계를 추구했던 페르마는 증명과정을 공개하지도 않은 채, 책 구석의 여백에 주석으로 위와 같은 정리를 남겼을 뿐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어떤 사람도 이 공식을 이용해 무언가 의문점을 찾아낸다던가, 이 공식을 발전시켜 새로운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 혹은 아직 우리는 중학생이므로 앞에 언급한 사실은 좀 힘들 수도 있으므로 이 공식을 좀더 깊게 이해해보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그저 이 공식을 무작정 외우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만 급급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페르마와 같은 정리의 발견은 참으로 수학자 다운 면모라 하겠다.
지난 350년 동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증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약 350년이라 하겠다) 수학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다 이 정리에 도전장을 던졌었다. 그러나 어떠한 수학자들도 이 정리를 명쾌하게 증명해 내지 못했다.
더욱 더 수학자들을 흥분시킨 것은 아마추어 수학자에 불과한 페르마가 이 정리의 밑에 “나는 경이적인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이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여기 옮기지는 않겠다…….” 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정리가 페르마 시대 이후의 천재적인 수학자 들 중 어느 누구도 이 정리를 350년 간 증명하지 못해 점점 악명이 높아지고 유명해 짐에 따라서 미국 뉴욕 8번 가 지하철역에서 낙서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그 낙서에 아래와 같은 말이 써 있었다는 것이다.
: 이 방정식에는 정수 해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경이적인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탈 기차가 오고 있기 때문에 여기 적을 만한 시간이 없다.
이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에 그 정리가 얼마나 유명했는지를 말해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많은 수학자들의 목숨을 건 사투 끝에 드디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본격적인 첫 테이프를 끊는 추론이 일본에서 발표되었다. 그것은 1955년 일본에서 국제 수학 회가 개최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 추론의 이름은 일명 <타이야마-시무라의 추론>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수학적 이론으로는 이 추론의 내용을 백이면 백을 다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언뜻 보기에도 엄청나 보였다. 물론 생전 처음 보는 말들이라서 더 엄청나게 보였을 것이다. 만약, 이 추론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의 여러 가지 난제들이 증명될 것이라는 것이 전세계 수학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었다. 물론 그 난제 중에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학자들은 모두 흥분을 해서 <타이야마-시무라의 추론>이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여러 가지 난제들을 증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또 그 추론을 근거로 삼아 여러 가지 다른 추론과 정리들도 쌓아가고 있었다. 물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증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로써 <타이야마-시무라의 추론>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한배를 타게 된 것이었다.
추론이 거짓이라면 그 거짓된 추론을 근거로 삼아 증명을 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물거품이 되는 것이었다.
10살 때 처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접한 엔드루 와일즈는 이러한 추론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에 연구에 돌입했다. 그는 당장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관계없는 모든 일에 손을 떼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데에만 온 심혈을 다 기울였다. 그렇게 7년 동안을 <타이야마-시무라의 추론>과 사투를 벌인 끝에 드디어 <타이야마-시무라의 추론>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서 덩달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증명된 셈이었다.
비록 엔드루 와일즈가 증명과정을 공개하고 난 후에 심사 도중 오류가 발견되는 고비를 한번 겪기는 했지만 그는 그 고비를 차분하게 이겨냈으며 그의 업적은 후세에도 길이 길이 남을 엄청난 것이 되었다. 사람들은 어쩌면 페르마 보다 엔드루 와일즈가 훨씬 천재적인 수학자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다. 그것은 지난 350년 동안 수학자들이 겪어 왔던 많은 오류를 페르마는 자신의 증명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자신의 정리가 옳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97년 그는 볼프겔 상을 수상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볼프겔 상의 수상자가 된 것이었다. 350년간의 수학계를 뒤덮은 먹구름이 사라지고 밝은 빛이 비추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 후로 수학자들은 한번 도전해 볼만한 최고의 난제를 엔드루 와일즈가 증명해버렸다고 하며 서운해하며 와일즈에게 다른 난제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나로서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보니 조금은 수학자들의 서운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참 부끄러웠다. 나 나름대로는 수학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 싶어서 내심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아주 협소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수학자들은 하나의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서 평생을 다 바쳐 왔으며 엔드루 와일즈는 모든 일에 손을 떼고 정식으로 증명을 시작한 시기만 따져도 꼬박 7년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온 정신을 쏟았다는 게 정말 놀랍다.
나는 수학자들처럼 천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렇게 오랜 시간 한 난제에 대하여 고민해 본 적도 없다. 내가 한 수학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 시간이라 하면 최대 2시간정도가 다 일 것이다. 아마 예전에 나에게 이 책을 권해 주셨던 선생님께서는 나의 좌정관천이었던 공부방식을 지적해 주시려고 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예전 이 책을 권해 주셨던 그 선생님의 바램처럼 나를 반성하게 되었고 수학에 대한 매력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나는 감히 생각해 본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나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가 증명되기 전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접했더라면 나도 과연 증명을 시도해 보았을까?
아마 난 못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내가 수학자들에게 닮고 싶은 것은 천재적인 머리가 아니라 피땀어린 노력이다. 앞으로 모든 수학문제를 대하면서 새로운 발상, 더 넓은 부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더 많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