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기 - `링컨의 일생`을 읽고 링컨의 일생

<독후감>
`링컨의 일생`을 읽고
30여 년 전만 해도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통령 내지는 장군이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성취감을 정치인이 되는 것으로 이루려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에게 꿈을 물으면 대통령이나 군인 같은 정치인은 거의 없다. 가치관이 그만큼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불신풍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한 것 같다.
정치나 정치인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해진 사람들에게, 아예 정치에 관심이 가지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링컨의 일생은 혹 매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샘터사의 마음의 책 시리즈 중의 하나인 <링컨의 일생>은 입담 좋은 연세대 김동길 교수가 손수 지은 책이다. 굳이 ‘손수’라는 말을 쓰는 것은 외국 사람의 생애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쓴 것을 번역한 것이 대부분인데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나가 공부해서 …(생략)

하는 태도는 피했다. 노예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대립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그들을 설득하고자 했다.
이러한 링컨의 노력은 마침내 그가 51세 되던 1860년 미국의 16대 대통령으로 선출되게 했고, 노예제도의 존폐를 놓고 벌인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사령관으로서 그 명석한 군사 지략을 마음껏 발휘하게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17대 대통령으로 다시 선출되어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헌법 개정 제 13조를 각 주에 회부하는 법령을 승인한지 2개월만에 존 윌크스 부스라는 배우의 손에 피격되어 시공을 초월한 인물이 되었다.
저자는 링컨이 암살된 것은 불행이 아닌 오히려 신의 은총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권력에 맛들인 인간의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신의 배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님을 링컨과 비교하면서 이승만 대통령도 만약 6.25사변 같은 때 전사했더라면 그 동상까지 끌어내리는 수치도 당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나라의 광복을 위해 싸우다 이념 때문에 동족에 의해 죽은 영원한 우리의 영웅이 되었을 거라는 것이다. 저자 역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것을 엿볼 수 있어 좀 씁쓸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링컨의 위대한 점 몇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는 공인으로서 정직하고 공(公)과 사(私)를 엄격히 구분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법률 강의 청탁을 받고 적어 놓은 메모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고 한다.
“무슨 일에나 정직하기로 결심하라. 당신의 판단에 도저히 정직한 변호사가 될 수 없거든 변호사가 되지 말고 정직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라. 악한이 되기로 미리 찬동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직업을 피하고 다른 직업을 택하라.”
가장 정직하고 공정해야 하는 직업이면서 가장 악의 유혹 받기 쉬운 변호사나 정치가가 되어 그는 어떠했나? 변호사로서 그는 약자들의 억울한 사정을 변호하는데 바빴다. 물론 그 대가도 미미했다. 하지만 자기를 찾는 억울한 사람들의 사정을 들어주고 그들이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그 큰 걸음으로 아끼지 않았다. 또한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노예 제도 폐지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온건한 태도가 있었다면 그것은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 현실 속에서 정의로운 미국을 탄생시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었을 따름이었다.
둘째는 하나님의 말씀을 삶 속에 실천한 훌륭한 신앙인이라는 점이다.
그의 신앙은 두 번째 대통령 취임연설 속에 집약되어 나타난다.
“아무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대합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정의를 굳게 지키면서 우리가 이미 시작한 사업을 끝내도록 힘써 봅시다. 이 백성의 상처를 싸매고 전투에 쓰러진 자와, 그의 과부, 고아를 돌보아주기 위하여, 또 우리 자체내에서와 모든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공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이룩하고 간직하기 위하여 힘써봅시다.”
매인 자를 풀어주기 위하여, 정의를 세우기 위하여 싸웠지만 원수 맺지 않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자고 했던 사람이다.
또한 그는 훌륭한 하나님의 청지기였다.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고 남군의 지배하에 있던 리치몬드에 입성하자 10여 명의 흑인이 그를 마중 나와 ‘메시아가 오셨다.’, ‘할렐루야’를 외쳤다. 이때 그는 그들에게 말했다.
“내 앞에서 무릎을 끓지 말아요. 그러면 안돼요. 하나님 한 분에게만 무릎을 끓어야 해요. 그리고 앞으로 누리게 될 자유를 기억하고 감사를 드려야지요.
나는 하느님의 도구에 불과한 것, 그러나 내가 살아 있는 한 안심해도 좋아요. 아무도 당신의 팔다리에 쇠고랑을 채우지는 못할 것이니. 이 나라의 모든 자유인에게 하나님이 주신 꼭 같은 권리를 당신도 가지게 될 것이오.”
자신의 업적 앞에서 자신의 공로를 숨기고 오직 자신은 하나님의 도구일 뿐이라는 겸손함은 신앙인의 모범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훌륭한 어버이라는 것이다.
33세 노총각으로 우여곡절 끝에 메리 타드와 결혼한 링컨은 슬하에 아들 넷을 두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주고 모든 것을 바쳤다. 으리으리한 백악관에 살면서 원시적 애정을 그대로 지니고 자식을 사랑한 사람은 링컨뿐이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흑인들을 노예의 사슬에서 풀어 주었듯이 그는 아이들을 어떤 굴레에도 얽매이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대통령 집무실에까지 와서 장난을 칠 정도였으니까. 자신이 가진 자유 사상을 아이들에게 가식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것으로 가정교육을 대신했다.

어린 시절에 읽는 위인의 전기는 주로 내가 그를 어떻게 닮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 반면에 어른이 되어 읽는 전기문은 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이런 사람으로 키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
저자는 링컨이 비록 정규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지만, 이것은 오히려 링컨의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그대로 살리는 좋은 여건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부모로서, 교사로서 내 아이들이 가진 재능을,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짓밟지는 않았나 반성해 본다.
그리고 어른 기준으로 어른의 욕심으로 아이들의 순수한 꿈을 변질시키지는 않았나 반성해 본다.
우리 아이들이 인류를 위해, 최소한 내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해 보겠다는 신성한 꿈을 가꾸기를 바라며 링컨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