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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케스트너 평전을 읽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난 에리히 케스트너라는 작가가 있는지도,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아동문학가라는 것도 알지 못하였다. 심지어 베스트셀러가 되기 어려운 외국 시집가운데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마주보기’의 작가인 줄도 몰랐었다. 그러나 책을 읽고나서는 어느 정도 그 작가에 대한 큰 틀 같은 것이 생겼다.
에리히 케스트너의 출생지는 독일이다. 엄격한 가부장적 집안에서 태어난 케스트너의 기억 속에 아버지라는 존재는 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 대신 자신에게 사랑을 쏟아 부었던 그의 어머니가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이었고, 이런 어머니의 사랑은 그의 작품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작품 속에 케스트너 자신과 어머니 사이에 있었던 실화가 많이 담겨있다.) 부유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 우수한 성적을 가졌던 케스트너는 교원양성소에 들어간다. 그 곳에서 케스트너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교사보다는 작가라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그러던 중 제 1차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은 혼란기에 빠진다. 그 후, 대학을 졸업하고 혼란기가 수습되려 할 그때쯤에 케스트너는 첫 시집 ‘허리 위의 심장’을 발표하고 큰 성공을 거둔다.
여기까지는 다른 어느 작가들과 다를 바가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내가 감명을 느낀 것은 나치 시절에 꿋꿋이 버틴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독일에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유명한 독일의 작가들은 모두 망명하는 길을 택했다. 그렇지만 케스트너는 그 시대와 상황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만이 올바른 작품이라는 그의 신념을 가지고 망명을 거부한다. 그리고 독일에서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현실과 나치의 부조리함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결국 그는 작품을 못 쓰게도 되고, 몇 번 체포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힘든 시절을 버텨온 케스트너는 제 2차대전 이후 주옥같은 작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의 작품은 유명해지고, 몇몇 작품은…(생략)
영화로도 만들어 진다. 상도 많이 수상하고, 국제 팬클럽 회장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이렇게 명예로운 말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그가 힘든 시절을 잘 버텨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74년에 식도암에 걸린 그는 입원을 거부하고 작품 활동을 계속 하다가 7월 25일 숨을 거둔다.
에리히 케스트너 평전의 제목은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생각하라.’이다. 마치 케스트너의 삶을 한마디로 집약시켜 놓은 듯 하다. 그는 삶을 사랑했고, 어두운 시대현실 속에서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케스트너는 아동문학작가였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밝고, 희망으로 가득 찬 아이들을 위한 문학작품을 쓰지는 않았다. 그는 아이들도 어두운 시대 현실을 알아야한다고 생각했고, 작품 속에 사회비판적 요소를 많이 담았다. 그는 모랄리스트였고, 웃음을 사랑하는 작가였으며, 자유로운 보헤미안이었다.
케스트너도 케스트너지만, 나는 이 평전을 쓴 작가도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독일에서도 기록이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고, 업적에 대한 연구조차 없는 케스트너를,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자료를 모으고 모아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서 이런 책을 펴냈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는 지금까지 시중에 나와 있는 케스트너 작품의 번역이 시의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평전 속에서 그 시들을 다시 번역하고 있다. 나도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많이 조사하고, 많이 생각하여 내 글을 한편의 책으로 엮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한 케스트너에게 배운 용기와 신념을 바탕으로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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