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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농민군의 선봉장
전봉준은 우리 역사에서 참으로 중요하고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입니다. 대체로 우리 나라 위인들은 양반이나 상류 계급 출신이기 마련인데, 전봉준은 순수한 농민 출신이라는 점이 특이한 것입니다.
그의 행적은 하나 하나가 그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것들뿐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불과 100년 전 인물인 전봉준에 대한 자료가 몹시 빈약한 데에 놀랐습니다. 수백 년 전의 인물도 그 행적이 아주 자세하게 남아 있는 데 말입니다.
이것은 전봉준이 바로 농민 출신, 즉 상민 출신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조선 시대에는 상민이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남겨도 그것은 인정되지 않았고 기록되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전봉준이 맞서 싸웠던 것이 바로 그런 낡은 제도였습니다.
또 하나 의문은 동학 농민군의 대장이었던 전봉준이 과연 다른 사람들처럼 독실한 동학교도였던가 하는 점입니다. 학자들 사이에도 이 문제는 아직 분명히 결말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전봉준이 만약 독실한 동학교도가 아니고 동학에 그저 관심을 가진 정도였다면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책에서는 이 문제뿐 아니라 몇 가지 분명히 밝혀지지 않는 사실에 관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역사는 다만 흘러간 옛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위인의 삶에서 우리가 배우고 느끼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쓸모없는 이야기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봉준이 살았던 당시의 벼슬아치들과 조정이 하는 짓을 보면 그만 분통이 터질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군을 불러들이고 일본군과 협조해서 동학 농민군을 무너뜨린 사람들이 다름아닌 우리 나라 사람임을 생각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한발 물러나서 냉정하게 오늘을 생각해보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보면 더욱 역사에서 지혜를 배워야할 필요를 느끼는 것입니다.
전봉준의 생애는 비극의 연속이었고 그의 개혁의 뜻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렇다고 그의 …(생략)
삶이 실패한 삶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는 비록 행복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뜻 깊은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의 삶이 실패한 것이었다면 우리가 그의 삶을 배우고 읽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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