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욱스부르크의 백묵원`을 읽고 아우크스부르크의 백묵 원

아우크스부르크의 백묵 원(Der Augsburger Kreidekreis)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년 바이에른 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출생하였고, 뮌헨대학 의학부 재학 중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위생병으로 소집되어 육군병원에서 근무하였다. 이때에 그는 반전 적이며 비사회적 경향을 보이면서, 제대군인의 혁명 체험의 좌절을 묘사한 《밤의 북소리 Trommeln in der Nacht》(1922)로 클라이스트 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정서적이며 환상적인 연극과 오페라의 부정을 목적으로 한 스캔들에 찬 오페라 《마하고니시의 흥망》(1929)과 음악극 《서푼짜리 오페라 Die Dreigroschenoper》(1928)를 시도하는 한편, 서사적 연극의 발상을 발전시켜, 사회 기구를 비판하는 희곡에 많이 반영시켰다.
그는 1920년대 후반부터 마르크스주의에 접근하여,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교육극과 고리키의 작품을 각색한 《어머니 Die Mutter…(생략)

Das Leben des Galileo Galilei》(1943) 등은 극장과의 관계가 모두 단절되었던 망명 중에 완성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비미(非美)활동위원회의 ??빨갱이잡기??가 시작된 1948년, 그는 일단 스위스로 갔다가 그 곳에서 《안티고네 Antigone》(1948)와 《파리 코뮌의 나날 Die Tage der Commune》(1948)을 썼으며, 당시까지의 그의 연극론을 《소사고 원리》라는 책으로 간추렸는데, 이때 동독으로부터의 초청을 받고 동베를린으로 옮겼다. 1949년에는 아내인 여배우 헬레네 바이겔을 중심으로 극단 ??베를리너 앙상블??을 결성하여, 그의 망명 중의 여러 작품과 고전을 개작한 《가정교사》《북과 나팔》 등을 연출하면서 실천 활동에 정력을 쏟았다. 만년에는 더욱 자기의 연극 체계를 발전시켜 ??변증법의 연극??을 창도(唱導)하면서 연극인을 양성하였다.

*브레히트의 서사극*
??서사극??이라는 말은, 1920년대에 종래의 감정이입에 바탕을 둔 `극적` 연극으로서는 다룰 수 없는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기 위하여, E.피스카토르의 서사적 요소에 대한 주목에 자극을 받은 B.브레히트가 자기 연극을 특징짓기 위하여 사용한 말이다.
사건이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것처럼 착각케 하는 `극적` 연극은 관객을 정서적으로 무대로 빨아올린다. 사건을 실지교시적(實地敎示的)으로, 특정한 강조를 주어서 재현하는 서사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로부터 비판적인 거리를 지니게 하여, 내용에 대해서 숙고하고 인식하는 계기를 준다. 그 수단으로서 이른바 `이화효과`가 쓰이고, 몸짓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이화효과란, 관객과 극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소위 ??거리두기??를 의미한다. 또 서사화의 수단으로서 자막?환등?노래?말씨 등도 극의 흐름을 중단하거나 해설하기 위하여 사용되었다.
극적인 희곡이 막의 구성을 취하는 데 반하여 서사극에서는 작은 장을 연결한 구성을 선호한다. 이것은 복잡한 세계상을 포착하기 위하여 `삼통일의 법칙`에 충실한 희곡보다 희곡이 다루는 차원을 넓히기 위해서 행하여지는 것이다. 단순히 장의 수가 많은 줄거리를 그림처럼 쫓아다니는 극과는 다르다. 서사극의 각 장은 독립되어 있고, 사건은 비약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예를 들면 앞의 장면에서 시작한 사건은 그 과정을 일일이 더듬지 않고 다음 장면에서는 벌써 결말로서 다음 사건의 발단을 만드는 식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장을 고스란히 빼도 작품 전체의 구성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브레히트는 사회비판과 개혁을 이룰 수 있는 하나의 예술적 대안으로서 서사극을 만들었다. 즉, 비판적인 태도가 예술적인 태도일 수 있다는 것이 서사극 이론의 요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특히 연극이 심한 유동상황에 빠져 있던 1960년대에는 서사극이 국제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고, 오늘날에도 이 브레히트의 이론과 실천은 연극의 사회성을 생각하는 데 있어 큰 의미가 있다고 할 만하다.

*낯설게 하기*
낯설게 하기란 "명백하고 잘 알려진 그리고 분명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놀라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연극적 시도들의 통칭이다. 그것은 이전의 연극에서 관례시 되어왔던 가상적 현실의 제공을 파기하기 위한 시도로서, 직접적으로는 감정이입론에 대립되는 개념이다. 이전의 연극이란 관객이 연극을 마치 실제처럼 느끼도록 실제와 같은 무대와 인물 등을 재현하는데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그와 반대로 낯설게 하기 기법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극장 안에 앉아있음을 잊지 않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다시 말해서 낯설게 하기의 연극은 이전의 연극이 지켜야 했던 일련의 규칙, 즉 집약된 줄거리, 작은 부분들의 유기적 구성, 실제와 똑같은 재현 등을 단호히 거부하고, 어쩌면 공연상 치명적인 실수처럼 보이는 것까지도 낯설게 하기의 한 방식으로 이용한다.
예를 들면 상대방과 대사를 하던 배우가 갑자기 관객을 향해 말을 하거나 노래를 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관객들이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몰입하기보다는 무엇인가 `이상하다, 낯설다, 왜 그렇지?"라는 질문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줄거리가 주는 결과보다는 원인과 관정에 대해 생각하면서 생소하게 다가오는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그의 희곡 <아르투로우이의 출세>는 대표적인 비유극(parabel)의 형태를 보여주는데, 극에서 시카고의 야채시장과 그 이권에 대한 다툼은 히틀러의 집권의 배경이 되던 당시의 정치, 경제적인 상황을 관객이 인식 가능하도록 그가 설정한 모델이다. 실제 사건에 대한 유사성에 바탕을 두어 단순화 시킨 모델을 통해 관객들이 현실 인식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인 것이다.

*??아우크스부르크의 분필 원??의 줄거리*
30년 전쟁 당시 아우크스부르크에 큰 피혁공장을 갖고 있는 한 신교도가 아내와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교도의 군대가 몰려와 신교도들을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찡글리는 아내와 아이를 친척집에 가게하고, 자신은 마당 안의 굴속에 몸을 숨겼다. 그의 아내는 온갖 장신구와 침구 따위를 챙기느라 병사들이 벌써 집안으로 들어온 지도 모르고 있었다. 놀란 그녀는 아이를 버려둔 채 뒷문으로 도망쳐버렸다. 그 집에는 하녀 안나도 함께 있었는데, 부인이 아이를 버려두고 도망치는 것을 보고, 그 아이를 안고 옷장 속에 숨어있었다. 기적처럼 들키지 않았던 안나는 형부와 함께 찡글리부인의 친척집으로 가서 아이가 살아있음을 알렸지만, 문적박대 당하고 말았다.
안나는 다시 주인집으로 돌아가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그녀는 농장을 소유한 올케와 그 집 데릴사위로 살고 있는 오빠에게 가게 되었다. 오빠에게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대로 말하고, 올케에게는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이며 이제 곧 남편이 이리로 데리러 올 것이라고 말한다. 안나의 오빠는 곧 다 죽어가는 남자를 섭외하여, 아이의 가짜 아빠라고 속이려고 계획을 짠다. 하객도 축하도 없는 가짜 결혼을 마치고 가짜 아빠의 사망진단서를 기다리지만, 갑자기 그가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버렸다. 결국 그 남자는 형식적인 남편이 되기로 한다. 그러나 남자는 아이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았고, 이런 상황이 괴로웠던 안나는 아이를 안고 가짜 아빠의 집을 뛰쳐나오지만, 달리다가 발이 삐어버린 안나는 다시 그 남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만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나름대로 만족감을 느꼈고, 아이를 키우면서 숱한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안나가 마을에 다녀왔을 때 아이가 집에 없었다. 그녀의 남편은 어떤 잘 차려입은 여자가 아이를 데려갔다고 말했다. 찡글리부인이었다. 안나가 피혁공장으로 찾아갔지만, 그녀에게 아이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녀는 재판을 걸었다.
만약 그 아이가 찡글리 부인의 아이라면 죽은 찡글리씨의 피혁공장은 아이의 것이고, 그녀의 아이가 아니라면 찡글리씨의 친척들 것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 소송사건은 돌링거라는 재판관이 맡게 되었다. 그는 아주 우악스러우면서도 박학다식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두 여자가 아이의 친모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정확한 판결을 내렸다. 분필을 하나 가져와서 바닥에 원을 그린 후, 아이를 가운데에 앉혀놓았다. 그리고는 양쪽에서 아이의 팔을 잡아당겨, 더 세게 잡아당기는 사람이 아이의 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나는 아이가 아픔을 걱정하여 팔을 놓아버렸고, 아이는 찡글리 부인 쪽으로 넘어졌다. 그 후 재판관 돌링거는 찡글리 부인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안나에게 건네주었다.

*작품해설*
1940년에 완성된 브레히트의 <아우그스부르크의 분필원>은 <코카서스의 분필원>으로 가는 징검다리 작품이다. 1944년, 브레히트는 망명지 미국에서 <코카서스의 분필원>을 완성했다. 또한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솔로몬의 재판과 함께 <화란기>를 그 소재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진짜 엄마??를 가려내는 재판을 하는데, ??낳은 어미냐 기른 어미냐??가 판결의 기준이 아니라, ??아이에게 필요한 어미가 누구냐??가 판결의 기준이 된다.
아우크스부르크의 백묵원은 브레히트가 사용한 소외효과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낯설게 보여진 익숙하고 일반적인 소재는 역시 친어머니와 양어머니 사이의 양육권 다툼이다. 친어머니가 아이에게 가장 최선의 어머니이며 그 어머니가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야 한다는 통설은 고대의 구약성서부터 중국의 화란기에 걸쳐 나타나면서 사람들의 보편적인 의식의 이면에 깔려있었다. 그러나 브레히트의 연극을 보는 사람들은 아이의 친어머니인 장자부인이 아닌 양어머니인 순례에게 진정한 모성애가 자라나는 것과 결국 순례가 아이를 기를 자격을 부여 받는 것에 이르러 무언가 낯선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고정 관념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고 당연해야 하는 상황이 문득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남을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관습, 통설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윤리적 가치도 실은, 상대적인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브레히트는,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을 대면하여 항상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건설적인 비판을 시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그가 소외효과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이다.

*참고문헌*
상어가 사람이라면: 정지창 옮김.한마당(1986)
코카사스의 분필원: 박설호 http://www.rae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