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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제’를 읽고
박쇠와 넙순이의 비극적 사건을 서술하는 작가의 태도와 문체
박쇠의 입장에서는 머슴이기 때문에 주인이 시키는 대로 따르고, 사랑하는 아내까지 빼앗기는 현실은 참으로 참담하다. 게다가 박쇠가 분노하여 휘두른 낫에 아내 넙순이의 오른팔이 잘린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이 흉측한 사건을 아들 박판돌의 시점으로 서술하지 않고, 즉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객관적,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박쇠가 낫으로 넙순이의 팔뚝을 자른 부분을 서술하면서 비교적 짧고 단순한 문장을 사용하여 사건 전개에 박진감을 부여하고 있다. 이 급박한 사건 와중에 겪는 인물들의 심리도 간략하면서도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인물의 감정에 함몰하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서술하여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는 태도와 문체를 취함으로써 오히려 비극성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
넙순이가 박참봉의 집에서 쫓겨난 이유
넙순이는 남편인 박쇠가 박 참봉 아들과 사냥을 떠났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자 그가 살해됐다고 믿는다. 그녀는 분노에 휩싸여 그 동안 박 참봉과 그녀 사이에 있었던 일, 그녀의 팔이 잘리게 된 이유, 박쇠가 살해당하게 된 이유 등을 동네에 퍼뜨리고 다닌다. 이것 때문에 그녀는 정신 나간 여자로 취급되어 박참봉의 집과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다.
박쇠가 박 참봉네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박쇠는 종문서를 받아 종 신분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완전히 면천을 하려면 종문서보다 족보가 있어야 했는데, 이런 박쇠에게 박쇠 아버지가 박 참봉 댁에 들어가서 종문서를 돌려주고 어떻게 해서라도 족보에 이름을 올려 주도록 하라고 한 것이다. 박쇠는 박 참봉이 그를 족보에 올려 준다는 말을 덥석 믿어버리지만 박 참봉은 박쇠의 이름을 족보에 올리지 않는다.
나는 아버지의 유해를 천왕봉에 묻으려고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처음에 발견한 그 자리에 안장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박쇠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생략)
는 나만이 억울한 사연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판돌의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자신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미안함과 괴로움을 느낀다. 그는 아버지의 유해를 찾지도 못한 박판돌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자신도 역시 아버지의 유해를 자연 그대로 묻혀두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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