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자작 - 운수 좋은 날 뒷 이야기 이어쓰기 운수좋은날

운수 좋은 날, 그 뒷 이야기
“아버지,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사실 거예요?”
이제는 제법 청년의 모습이 보이는 개똥이는 이렇게 소리치고는 집을 나가버렸다. 십 년이 넘게 술 주정이나 하고 다니는 김 첨지가 꽤나 원망스러운 눈치다.
“이 놈의 자식이 이제 좀 컸다고 아비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김 첨지는 들릴까 말까하는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헝클어진 머리에 초췌한 몰골이 마치 길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거지같다. 하루도 쉬지 않고 술을 마셔대는 통에 정신 나간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다. 김 첨지는 아들 개똥이의 말이 마음에 걸렸는지 또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어이 치삼이. 어디 가는 길인가? 나랑 한 잔 안 할 텐가?”
“여보게, 자네 또 술타령인가? 이제 개똥이도 다 컸고 자네도 좀 정신 차려야지....”
“정말 이러긴가? 친구 좋다는 게 뭔가? 내가 낼…(생략)

제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이었다. 김 첨지를 방에다 눕힌 개똥이는 이미 잠이 들어버린 듯한 김 첨지에게 또 싫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도대체 이게 뭐예요? 아버지 매일 이러시는 거 이젠 지겨워요. 정신나간 사람 같이 헤매고 다니시는 것도 보기 싫어요. 아버지 이러시는 거 어머니가 좋아하실 거 같아요? 하늘에서 어머니가 보셨다면 아마 대성통곡을 하면서 우실 거예요. 이렇게 사는 게 어머니를 위한 거라 생각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술만 퍼마시고 다니는 게 어머닐 위한 거냐고요? 이젠 어머닐 위해서라도 아버지 인생을 사실 때도 됐잖아요.”
그러고는 방에서 나가 버렸다. 잠이 들었던 줄 알았던 김 첨지는 개똥이가 나가자 눈을 뜨더니 천장을 쳐다보고 혼자 지껄여댔다.
“아이고 이 년아. 내가 이러는 게 정말 보기 싫으냐? 그 위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있냔 말이다. 왜 또 대답이 없어 이 년아. 그 날 그렇게 운수가 좋더니만... 설렁탕 사오라던 여편네는 아무리 먹으래도 먹질 못하니...”
움푹 패인 김 첨지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김 첨지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또 다음 날은 밝아왔다. 바깥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런 젠장. 왜 또 비가 내리고 난리야."
중얼거리듯 말하며 나가는 개똥이의 목소리에 김 첨지는 눈을 떴다. 김 첨지는 초점 잃은 눈빛으로 밖을 쳐다보더니 온전치 않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집을 나온 김 첨지는 언제나처럼 또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비에 젖은 몰골은 보기에도 흉할 정도였다. 그는 하루 종일을 헤매다가 모두들 잠든 시간 무렵 한 선술집 앞에 다다랐다.
“어이 주모. 좀 나와봐. 술 한 잔 주쇼. 문 안 열고 뭐 하는 거야? 내가 돈 한 푼 없는 거지로 보여? 술 한 잔만 달라니까. 나도 돈 있다고...”
김 첨지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속 문을 두드려댔다. 그러다가 지쳤는지 문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이 년아. 내가 가난해서 지긋지긋했어? 그래 거긴 좋아? 먹고 싶다고 해서 설렁탕 사갔더니 먹지도 못하고..... 이 년아. 내가 가난해서 지긋지긋했어? 그래 거긴 좋아? 먹고 싶다고 해서 설렁탕 사갔더니 먹지도 못하고.....”
통곡을 하며 같은 말만 중얼거리던 김 첨지의 목소리는 빗소리 때문인지 점점 작아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