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자작 - 크뤽케를읽고나서 크뤽케

‘크퀵케’를 읽고. - 뒷이야기 이어쓰기~
‘크뤽케는 항상 내 곁에 있는 거야..’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그동안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 정말이지 세상 모든 걸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잠 잘 곳과 먹을 것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크뤽케를 만났죠. 크뤽케는 항상 저를 지켜주었어요. 엄마를 찾게 해주었구요.”
“그렇구나, 얘야... 그런데 엄마가 고백할 것이 하나 있구나... 듣고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뭔데요? 말씀해 주세요. 엄마.”
엄마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토마스는 당황했다.
“사실 그 난리통에 정신이 없었단다. 나 하나 추스르기도 힘들었었어. 그래서 순간 내가 못된 생각을 했었구나. 그때 기차역에서 사람들이 밀어대던 때 내가 몰래 네 손을 놓아 버렸단다. 정말 미안하다 토…(생략)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마.... 엄마를 용서 할게요. 지금 당장 안되더라도 노력은 해 볼게요. 엄마인걸요. 저를 낳아주신.. 엄마인걸요..”
“고맙다. 얘야. 토마스 정말 고마워..”
“우리 집은 어디죠? 빨리 집을 보고싶어요.”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밝은 어조로 토마스가 말했다.
역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에 조그마한 집이 있었다. 엄마와 단 둘이 살기 딱 좋은 크기였다.
“우와~ 이런 집을 어떻게 구하셨어요?”
엄마는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집 안은 깔끔하고 잘 정돈 되어 있었다. 화려하고 좋은 집은 아니지만 아담하고 소박한 집이었다. 이제 엄마와 단 둘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마음에 저절로 행복해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데요?”밝은 토마스의 대답에 엄마는 또 한번 미소를 지었다.
토마스는 바로 욕실에 들어갔다.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면서 역에서의 엄마의 말을 되뇌어 보았다.
‘내가 몰래 네 손을 놓아버렸단다..’
‘사람들에 밀려 손을 놓쳐버린 줄만 알았는데.. 엄마가... 엄마가........’
토마스는 눈을 감았다.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엄마는 엄마였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갑자기 크뤽케가 보고 싶었다. 크뤽케라면 이 문제에 대해 충분한 조언을 해 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당장 크뤽케를 볼 수 없다는 것....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었다.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 엄마가 따뜻한 밥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와 ~ 정말 맛있겠다!”
이게 얼마만에 먹어보는 엄마의 밥이란 말인가. 토마스는 정말 열심히 밥을 먹었다.
그런 토마스를 보며 엄마는 가만히 미소만 지를 뿐이었다.
“딩동~ 딩동~”
누군가 찾아왔다. 낯선 남자였다.
“자기~ 나왔어.”
그 낯선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엄마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황한 엄마는 재빨리 부엌에서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그 남자와 머라고 얘기를 나누는 것 같더니, 그 남자와 함께 멍하게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이 아이가 토마스야?” 그는 마치 나를 주워온 장난감 취급을 하듯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네, 맞아요. 제 아들 토마스에요. 토마스 인사 드려. 네 새아빠란다. 설명은 나중에 할게.”
토마스는 인사를 할 수 없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새아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머리 속은 하얗게 변했다. 그저 멍하니 엄마를 바라볼 뿐이었다.
“얘, 토마스??”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방으로 뛰쳐들어갔다. 이윽고 엄마가 따라들어왔다.
“미안하구나 토마스. 정말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구나. 그렇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란다. 이 난리 통에 엄마를 많이 도와준 사람이야. 그리고 이 참혹한 상황에서 나 혼자 살기는 너무 어렵지 않니?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나를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나가주세요.”
“토마스....”
조용히 토마스를 부르던 엄마가 조용히 나갔다.
토마스는 차라리 크뤽케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나를 버렸다는 것과 새아빠가 생겼다는 사실.. 그것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차라리 나를 찾지 말지... 그냥 내버려 뒀으면 그래도 크뤽케와 함께 행복했을 텐데...’
엄마가 한없이 밉고 야속하기만 했다.
토마스는 뛰쳐나갔다. 크뤽케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녀석!! 어디가는 거야!!!” 낯선 남자가 거칠게 가로막았다.
“이거 놓으세요!!!” 토마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빨리 이 집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얘, 토마스 진정하렴. 제발 진정하렴. 이러면 엄마가 더 미안해지잖니. 제발.... 제발 한 번만 더 엄마를 용서하렴...제발 이러지 말아줘 토마스. 난 너를 두 번다시 잃고 싶지 않단다.... 얘야......” 엄마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크뤽케를 찾겠어요..”
“조금만 참아주렴 토마스.. 이 주 내에 꼭 와 줄거야. 조금만 참아주렴......”
“..................................................”몇 초간의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
토마스는 힘없이 방으로 돌아섰다.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엄마가 아무리 가서 두드리고 사정해도 절대 문을 열지 않았다. 토마스는 크뤽케가 올 때 까지 이렇게 있기로 작정했다. 절대 문을 열지 않겠노라고...
몇 일이 지났을까.. 토마스도 이제 지쳐오던 4일째 되는 날. 드디어 크뤽케가 찾아왔다. 엄마에게 모든 사정을 전해들은 그는 조용히 방문앞으로 다가왔다.
“토마스, 들어가도 되겠니? 토마스?”
침대에 엎드려 있던 토마스는 깜짝 놀랐다. 얼핏 들려오는 목소리는 크뤽케인 것 같았다.
“토마스?? 토마스 나란다. 나야 크뤽케야.”
정말 크뤽케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뤽케의 목소리었다.
벌떡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밖에는 정말 꿈에 그리던 크뤽케가 서있었다.
“크뤽케!!!!!!!”반가운 마음에 덥썩 껴안았다.
크뤽케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우리는 방안에서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 새아빠이야기.....
크뤽케는 묵묵히 내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토마스... 물론 너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 거야. 갑자기 새아빠라니... 나라도 힘들어했을 거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단다. 그런데 토마스.... 이 사실은 부인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란다. 엄마를 생각해보렴... 아빠가 돌아가시고 많이 힘들어하시지 않았니? 여자 혼자 살아가기에는 이 세상은 생각보다 너무나 참혹하고, 끔찍했을 거야. 그런 엄마에게도 의지하고 믿고 기댈 사람이 필요했던 거야. 물론 너한테 기대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너는 어리잖니. 아직은 엄마에게는 한없이 어린 작은아들이란다....”
잠시 짧은 침묵이 흘렀다.
“토마스..... 엄마는 너에게 무척 미안해하고 계시더구나. 정말 진심으로 너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하셨어.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고.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너를 사랑한다고 하시더구나... 토마스... 이제 마음의 문을 열어보렴.. 엄마에게 다가가보렴... 그리고 힘들 때면 나를 찾아오렴. 주소를 적어줄테니.... 그런데 너무 자주오면 안된다? 쫓아낼거야!”
크뤽케는 토마스를 위로하려는 듯 농담을 던졌다.
크뤽케의 말을 듣고 토마스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무척 힘들어하시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면 축하해 줘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요 크뤽케, 그 남자.. 그러니까 새아버지가 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하죠?”
“그건 나도 딱히 해 줄 말이 없구나.... 그 사람을 잘 모르니 말이야. 그건 이제 네가 헤쳐 나가야 할 문제란다. 새아버지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너를 받아 주실 거야. 또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너 또한 사랑해주는 것이 진정한 것이겠지.”
“고마워요. 크뤽케....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크뤽케는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