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를 읽고나서 19세를 읽고나서

19세를 읽고...
처음에는 그 책의 내용이 이상하다는 애들의 말을 듣고, 왜 이 책을 읽으라고 하는 지 몰랐다. 그 말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받아 들였을 지도 모른다. 어째뜬, 친구에게 책을 빌려 읽었다. 19세는, 강원도 산골이 고향인 주인공 정수가 열 세살에서 열 아홉살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성장기를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사춘기를 거쳐서 성년으로 까지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과 진로 결정에 대한 학교, 부모님과 자기 자신과의 갈등 그리고 친구 승태와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정수는 자신의 진로를 “농사짓는 농부” 로 정한다. 정수가 이 진로를 택한 데에는 형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형은 공부를 엄청 잘하는 천재에 가까운 인물이다. 정수는 그런 형을 보며, 자신은 꼭 형과는 다른 길로 성공할 것이라는 다짐을 한다. 그런 다짐을 더욱 부추긴 것 또한 형의 영향이다. 어머니, 선생님 모두들…(생략)

정수는 자신이 노력만 한다면, 형보다 더 훌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수가 부럽다. 자신이 직접 정한 진로를 끝까지 밀고 나가, 학교를 그만 둘 정도의 확고한 의지가 정말 아름다웠다. 나도 내가 정한 미래를 정수처럼 자신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지, 벌써 고민이 되는데 그렇다고 내가 농사를 지으려는 것은 아니다. 미루어 보아, 정수는 어떤 길로 나가든, 꼭 성공할 인물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마, 정수같은 사람보다 승태같은 사람에 더 많을 것이다. 성적은 좀 떨어지지만, 마음이 예쁜 사람. 승태는 마음이 예쁘기 보다, 친구에게 관대하고 의리가 많다. 아니, 마음이 예쁘지는 않다. 대관령에 갔다 올 때 오뎅솥을 걷어 차는 장면을 상상하니, 그렇게 나쁜 인물 또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정수보다는 승태에게 더 애정이 간다. 정수는 어쩌면, 자신의 미래,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승태를 여러 가지로 이용했을지 모른다. 예를 들면, 정수가 가출을 하고 승태네 집에 찾아가, 승태가 그 다음날 자기 아버지에게 말을 대신 전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승태는 그 이용에 적절히 넘어가면서도, 정수를 정말 진정한 친구로 대하는 듯 하다. 정수도 그렇게 생각 하겠지만...
나는 이책이 청소년 권장 도서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수가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갈등은 좋은 영향을 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지금껏 잘 읽어놓고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정수와 승태가 다른 사고방식과 다른 진로를 가진 사람이더라도,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성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성적인 것을 다루는 것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나도 여성이라는 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는 너무 남자들의 입장에서만 쓰여진 것 같다. 정수와 승태가 19세에서 청소년기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지금 내 주변에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남자아이들 모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지, 또 나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성교육을 철저히 받아온 우리 세대가 가진 성에 관한 생각이 그들보다는 덜 음란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으니까. 그리고 또 한가지. 누구든, 군대를 간다는 이유로, 혹은 멀리 간다거나, 기념해야 하는 일이 있거나 해서 여성을 침해할 권리는 없다. 정수는 승태가 군대에 간다는 이유로 다방에 데려가 함께 술을 마시며, 다방집 여자와 성교를 유도한다. 다방집 여자들은, 일부러 그것을 바라고 그것으로 돈을 벌지 몰라도, 분명히 좋지 못한 일이다. 그리고 지극히 남성만을 위한 행위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 성교는 두 남녀가 한 생명을 만드는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놀이처럼, 기분을 내려고, 돈을 주고 그것을 사는 용도는 아니다. 또, 남자는 그렇게 성교를 하고 나면 그만일지 몰라도, 여자에게는 아기가 생길지도 모르는 심각한 일이다. 요즘도 어느 도시의 어느 골목에서는 그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대중화 된 소설로 써서, 청소년 권장도서로 정하면서, 한창 사춘기를 겪으며 새로운 정서가 형성되는 시기에 있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읽혀야만 할 이유를 모르겠다. 어쩌면, 그 행위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을 갖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19세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 인상이 비록 긍정적이진 않더라도, 잊지 못할 만큼의 깊은 인상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것이 성인의 문턱의 선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자라나는 과정이고, 성인이 되기까지 배워야 할 것, 겪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그러니까, 정수처럼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내 딛으며, 자라나는 과정이 성인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