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인의 시인과 함께 한 걸음 다가오는 시의 세상 독후감,시인을 찾아서

22인의 시인과 함께 한 걸음 다가오는 시의 세상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 못지 않게 나 또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많은 종류의 책들이 있음에도 소설이나 수필 분류를 자주 읽는 터라 시에 관해서는 손톱만큼 관심을 두지 않았다. 솔직히, 딱 한 권의 시집을 읽었었다. 그 이름은 너무나도 유명한, ‘김소월 시집’. 그러나 유명세로서 나의 흥미를 자극시키지는 못했던 것 같다. 아니, 내가 그 유명세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걸까?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도 정작 이 시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김소월이라는 시인은 이 시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었던 것이었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마치 모든 사람들은 다 이해하는 듯 하지만 암호로 되어 있어 나 혼자만 그 암호를 해독하지 못하는 것 마냥.
그렇게 나에게 있어 시는 가깝고도 먼 존재여서 그 존재조차 무의미할 때가 많았다. 이런 나에…(생략)

. 그러나 이 책에서만큼은 달랐다. 솔직히 책을 읽고 난 후에도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비유법 등 은 어떻게 쓰였는지에 관한 것은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아니 그것은 없어도 될 망정 잊지 않아야 할 것을 깨달았다.
‘느낌.’ 시를 읽고 나서 느끼는 자신만의 느낌이다. 느낌 없이 시를 읽는 것은 단맛을 느끼지 못하면서 초코렛을 먹는 것과 같다. 초코렛의 사르르 녹는 그 단맛이 없다면 우리가 초코렛을 먹기나 할까? 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에서 연마다 반복되는 구인 ‘껍데기는 가라’를 아무 느낌 없이 본다면
‘조개 껍데기를 벗기라는 말인가, 어떤 껍데기는 가라는 말인가?’
하고 이 시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치닫게 된다. 하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느낌으로 ‘껍데기는 가라’는 구절을 본다면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 이 세상에 무엇인가 껍데기가 존재하고 그 껍데기는 가라는 소리 일 텐데…. 그렇다면 그 당시의 껍데기는 무엇이었을까? 그 껍데기는 그 당시 모든 것을 갖고 있던 기득권자들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걸까?’
라는 무궁무진한 생각들로 시에 관해서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더불어 시인이 무엇을 진정으로 말하려 하는 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자신의 느낌만으로 시를 파악하게 되면 자신의 주관만으로 시를 보게 되기 때문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자신만이 옳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그래서 신경림작가는 우리에게 조그마한 힌트를 주려고 하는 것 같다.
한용운, 윤동주, 이육사 시인은 모두 일제 치하에서의 치욕스러운 삶을 이겨내고 하루 빨리 광복의 날이 올 것이라는, 와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는 시를 썼었다. 하지만 이렇게 비슷한 느낌을 받는 시라 할지라도 각각의 시인이 겪은 일화와 사건과 고향과 정서와 생각하는 바가 같을까? 대답은 전혀 아니다 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를 이해함에 있어서 자신의 주관만으로 시를 보는 것보다는 그 시인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나서 읽는 것이 시를 이해함에 있어서 더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그래서 작가는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시인의 생가와 그들의 고향, 그들에 얽힌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마치 한 여름밤에 모기떼들이 극성인 시골에서 원두막에 앉아 할머니의 재미난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읽고 나서 한눈에 반해 버려 시인의 고향에 보따리만 가져와 살게 되었다는 외국인 이야기. 한용운의 시에서는 알 수 없는 세 가지의 얼굴이 느껴진다는 것. 복종에서나 혹은 나룻배와 행인과 같은 데서 그리워하는, 복종하고 싶은 님의 존재는 사랑의 얼굴로, 종교의 얼굴로, 민족의 얼굴로도 모두다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전라남도 강진의 김영랑 시인의 시는 남도 사투리의 절묘한 활용에 의해서 더 빛난다는 것을.
한눈에 봐도 뚜렷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색깔을 가진 22인 시인들의 삶과 고향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과 함께 어우러져 어떻게 해서 그런 시들이 나올 수 있었는지 알아보았다. 아니, 깨달았다. 이 책을 통해서 머클리쉬가 말했던 것, ‘시는 존재하는 것이지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처럼 시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