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를 읽고 25시를읽고

「지금은 제2의 25시?」
25시를 읽고
게오르규가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에 미래 사회를 예언했던 책이 바로 ‘25시’이다. 요한 모리츠의 순탄치 않은 삶을 그리며 그 원인이 당시 사회의 인간소외 현상이라고 꼬집고 있다. 일단 모리츠의 위기는 그의 아내 스잔나에 대한 어느 장교의 사소한 음욕에 기인하지만 한 번 위기에 빠진 모리츠는 마치 조그마한 물고기가 큰 바다에 나와 물결이 휘청거리며 이리저리 떠돌 듯, 메마른 인간의 손에 의해 떠돌게 된다. 그가 결국은 집에 돌아오지만 결말부분에 가족과 함께 다시 수용소에 들어가게 됨은 아직 인간소외 현상이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게오르규가 예언한 사실이 옳은가? 물론 세계는 산업혁명 이후 잠시나마, 그리고 국지적으로 인간소외가 일어났던 것은 사실이다. 아프리카나 오세아니아 등 일부가 그 영향권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는 인간소외 현상을 극…(생략)

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인간 소외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오히려 제 2의 인간 소외기를 예고하는 위협들이 각처에 도사리고 있다.
먼저 대중매체의 영향이다. 현재 컴퓨터가 우리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TV나 신문의 영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아니, 그것들은 우리 생활에너무 일상적인 부분이 되어서 의식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람들이 TV의 과대, 허위 광고에 의해 신문의 오도 때문에 허위 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쉽게 발견된다. 아마 그렇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런 매체의 영향으로 우리는 획일화, 개성 상실의 위기를 맞는다. 우리가 유행을 쫓는다거나, 익명의 정신을 무의식중에 느끼는 것은 그것을 뒷받침해준다.
둘째, 앞서 언급한 컴퓨터가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인간 지배의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기술의 발달 속도로 추측해 볼 때, 앞으로 우리 인간과 컴퓨터의 지식이나 생각, 행동 능력이 동등해질 시대가 꼭 올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의 기억 용량은 거대하다. 거기에 인간의 창조적 사고력이 결합된다면, 어딜 보나 인간이 훨씬 불리하다. 예로부터 신체적 발달이 약소하지만 뛰어난 사고력으로 오늘날까지 진화한 인간이 아닌가? 딱딱한 고체 덩어리에 비해 인간은 너무 연약한 존재이다.
셋째, 금전적 이기주의의 팽배이다. 산업혁명 이후 또 하나 등장한 사고가 금전주의이다. 만물의 우선 가치를 돈으로 생각하는 이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자칫, 자신의 욕심만을 위해 남의 가치를 등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돌아가는 사회 속에 살고있는 우리가 지금 이 순간도 출세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충분하다. 자칫, 살인까지 부를 수 있는 금전적 이기주의는 인간 생명의 가치 이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전 공학의 발달에 따른 생명경시 풍조이다. 우리는 이미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었고, 인간과 동물 복제가 심심치않게 진행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동물 복제가 처음 이루어졌을 때는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여러 번 이루어지다 보니 이제는 우리에게 복제라는 말에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다. 언젠가 인간의 복제가 가능해질 무렵, 그 때에 우리가 생명 존중을 취해 복제를 완고히 거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결국 유전 공학의 발달은 우리의 생명의식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것이 틀림없다.
어떤가? 게오르규의 25시와 나의 25시, 나는 게오르규의 25시에 이어 지금 제 2의 25시를 경고하고 싶다. 예전에 기계문명이 그 원인이었다면, 이제는 그것을 기초로 확대되어 예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한 거대한 위기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이 위기를 잘 극복하길 진정으로 바란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앞서 제시한 것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거나 지금 우리가 의식을 개혁하여 잘 이용한다면 단점을 장점으로 역전시킬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과거에 위기를 한 번 경험했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사례가 있었지 않았던가? 다만 우려되는 것은 과거와는 다른 시대적 상황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세계가 유기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된 사회이다. 산다면 우리 모두가 사는 것이고, 죽는다면 역시 우리 모두가 죽는 것이다.
인간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존재다. 또한 창의적 사고를 지닌 존재다. 우리는 그것으로 발판을 삼아 공동치 지향적 지시로 제 그의 25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