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일주 80일간의 세계 일주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고
나는 지금도 꿈꾸고 있다. 세계 여행을 갈 날을 기다리며. 아직 나에겐 세계여행이란 무모하고 철없는 행동일지 모른다. 하지만 때때로 꿈 속에서 세계 여행을 가보곤 하는데 내가 아는 나라라고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사회과부도를 펼쳐놓고 이곳 저곳 찾아보곤 한다. 그런데 나를 꿈속에서가 아닌 실제로 세계 여행을 한 것처럼 느끼게 해준 책이 바로 "80일간의 세계 일주"였다.
1872년 10월 2일 8시 45분. 영국에서 필리어스 포그라는 신사가 하인 빠스빠르뚜와 함께 혁신클럽 회원끼리의 내기로 80일간의 세계 일주라는 모험을 시작한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80일간의 세계 일주라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127년 전에는 무모한 내기였다. 하지만 매사에 똑 부러지는 것을 좋아했던 포기가 자기 재산을 다 투자하면서까지 이런 내기를 한 것은 이해가 가…(생략)

로로 잡혀가는 바람에 포그가 빠스빠르뚜를 구하러 가지만 포그가 돌아왔을 때는 기차가 이민 떠나 버린 뒤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추운 겨울에 썰매를 타고 역에 도착했지만 역시 배는 떠난 뒤였다. 하지만 포그의 임기웅변 실력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일이 생겼다. 바로 리버풀에 가는 중에 고집스런 선장을 가두어 버리고 예전의 선원 실력을 되새기며 배를 지휘해 나갔던 것이다. 거기다 배의 연로가 다 달았을 때는 배를 선장에게 사서 내부설비까지 태워가며 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때까지 줄곧 쫓아다니던 픽스 형사가 포그를 체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픽스는 포그가 범인이 아니란 것을 알고 포그는 감정에 북받쳐 주먹을 한 방 날렸는데 내 마음이 어찌나 후련하던지……
하지만 겨우 런던에 도착했을 때는 5분이 늦어 내기에 져 버렸다. 픽스 형사만 아니었다면……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포그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포그 일행이 동쪽으로 여행하면서 하루를 벌어 하루 일찍 런던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것을 안 포그는 그 즉시 혁신 클럽으로 갔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내기에서 이기게 되었다.
80일간 너무나 열심히 뛰었던 포그가 결국 내기에서 이기게 되었을 뿐더러 아우다 부인과 결혼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 마치 내가 이긴 것처럼. 내가 직접 세계 일주를 한 건 아니었지만 포그와 빠스빠르뚜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내가 직접 세계 일주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착각도 했고 1872년 그 당시 세계 여러 나라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잘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포그는 내기에서 이기긴 했지만 그보다 더 고귀한 사랑, 힘든 여행 속에서의 추억, 그리고 삶의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고 나서 내 꿈이 더 절실해졌고 2000년대의 세계 모습은 어떨까? 벌써부터 기대되고 설렌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배낭 메고 구석구석 세계 여러 곳을 다녀볼 꿈을 꾼다. 필리어스 포그와 여행하다 겪었던 행복했던 순간들과 아찔했던 순간들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고, 이번 세계 일주가 훗날 내가 배낭 여행이나 세계 여행을 할 때 나의 좋은 여행 길잡이가 되어줄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