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감과 러브레터 B사감과 러브레터

"B사감과 러브레터"는 아마도 소녀들이 많이 읽을 거라 생각한다. 주제가 어떻건 소재가 사랑을 다루고 있고, 제목에 러브레터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나 역시 우리나라 단편소설 중에선 이 소설을 가장 좋아한다. 내용전개도 마치 만화처럼 재밌을 뿐만 아니라 뭔가 우리나라 근대화가 진행되던 시절의 학창시절에만 느낄수 있는 낭만이 가득 들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그 소설의 주제는 아니다. 주제가 뭔지 잘은 모르지만 어쨌건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중요한 한 장을 차지하고 있는 소설이 유치한 사랑얘기를 쓰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어쨌건 난 이러한 이유로 "B사감과 러브레터"를 좋아한다. 그래서 독후감을 가장 먼저 쓰게 된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B사감은 매우 못생기고 신경질 덩어리인 아줌마 노처녀이다. 나이는 40을 바라보면서도 거의 없는 머리와 말라빠져 누렇게 변색된 얼굴, 쭈글쭈글한 피부는 할머니라 해도 믿을만 하…(생략)

잃어버리고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인해 페미니스트가 되어버린 그녀의 쓸쓸한 선택이 결코 옳지 않았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약에 그녀가 아주 아름다운 여성이었다면 과연 그런 노처녀가 됐을까? 남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여성이었다면 그렇게 남자를 싫어했을까? 그렇게 못생긴 그녀를 못생겼다 말하는 사회가 없었다면 그녀는 과연 그렇게 비참하게 젊은 시절을 보냈을까? 자신의 겉모습에 합당한 이미지를 만들고 그에 충실하기 위해 애쓴 그녀의 삶은 너무나 헛된 삶이었다. 자신이 진정 하고싶은 것을 하지도 못하고 결국 자신을 위장하다 젊은 시절 다 날린 그녀가 좀 멍청해 보였다. 물론 이러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보다는 세상과 더불어 편하게 살수 있는 그런 사람인 채로 세상을 살다 간다. 그게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게 생의 목적이라면 사람은 태어나선 안 되는 존재이다. 이미 남이 만들어놓은 것을 개미처럼 충실히 이행하다 가는 신하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사랑을 하고 싶었으면, 그렇게 남자가 그리 멋있으면 아름다운 로맨스 하나 만들 생각은 못하고 혼자서 미친 사람처럼 떠들어댔을까. 남성과의 아름다운 로맨스는 이세상 모든 여자가 영원히 꿈꿀 수밖에 없는 이상의 파라다이스이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란 말도 신데렐라가 탄생하기 이전에는 없는 말이었겠지만 사실 이러한 여자들의 꿈 때문에 신데렐라가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여자들은 이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성보다 훨씬 감수성이 강한 여성들은 사랑받기를 원하고 사랑하기를 원하고 좀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하길 원한다. B사감은 그러한 여자만의 강한 욕구를 억누르고 살아야 했던 것이다. 보통 아름다운 로맨스의 조건엔 여자의 얼굴도 들어가기 때문에 난 이 책을 읽고 사람은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길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합당하고 만족스런 내 모습이 아닌, 진정 나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하나하나 행하며 살아가는 삶이 더욱더 삶답고 가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자칫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건 그런 1차원 적인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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