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문자전`을 읽고나서 광문자전

< 헤르만 헤세의 “게르트루트”를 읽고 >
게르트루트는 절름발이가 되는 한 음악가의 이야기다. 이 사람은 어린 시절 좋아하던 리디의 과도한 부탁으로 인해 다리를 다치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쿤이 병상에서 리디를 만났을 때, 사랑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점. 리디는 오히려 그것을 슬퍼한다. 그래서인지, 미안한 감정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이후에 쿤은, 다른 헤세의 소설처럼, 무오트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이 점은 페터 카멘친트와 매우 유사하다. 카멘친트는 리하르트 덕분에 세상에 나왔고, 쿤 역시 무오트 덕분에 작품을 내게 된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항상 독특하다.ㅡ수레바퀴 아래서에서도 그랬다. 자신은 평범했지만, 친구는 유별났던 것이다.ㅡ무오트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친구를 여자 사귀듯이 만나는 사람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람 `역시` 쿤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것은 리하르트의 경우와 동일하다. 그래서 그는 …(생략)

해 말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항상 사랑에 실패한다. 또한, 죽음을 생각한다.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로 죽기도 한다. 이게 답답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헤세는 조금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런 결론만을 도출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난 헤세의 여러 소설 가운데 수레바퀴 아래서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은 그나마 나에게 무언가 이야기하는 바가 있다.ㅡ그리고 그나마 현실적이다.ㅡ비슷한 성장 과정에서 오는 동질감도 한 몫 한다.
아,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번역된 헤세의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린 두 가지 정도의 생각을 적는다. 하나는 번역에 대한 것이다. 왜 사람들은 대화를 이렇게 딱딱하게 번역할까? "~다." "~게." 이런 것들은 실생활에서 전혀 발화되지 않는다. 발화되더라도, 거의 장난에 가깝거나, 아니면 그 사람이 유별난 것이다. 그러니까, 와닿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세대가 바뀌면 언어가 바뀌고, 때문에 번역 역시 새롭게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떠오른다. 나머지 하나는 세계관에 대한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과 헤세의 게르트루트의 세계관은, 각기 작가들이 살았던 세계와 유사한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 그러니까, 헤세의 그것이 좀 더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