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을 읽고 동경을읽고

‘동경’을 읽고
주인공 ‘그’는 20년 전에 아들을 잃은 한 노인이다. 그는 매일 지루한 일상 속에서 그의 주변 인물들을 관찰한다. 그는 그의 이웃에 사는 한 꼬마아이가 만화경을 가지고 노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다. 그는 매일 산책을 나가며 모든 사물을 삶과 죽음의 문제로 연관 지어 바라본다. 그는 자신의 틀니와 낡은 위장들을 느끼며 자신의 무력감을 실감한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는 등 젊어지기 위해 노력하고, 젊은 수도 검침원과 대화하는 아내를 보고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그와 그의 아내는 교회 사람들의 방문을 기대하고 국수를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반죽을 해놓고 기다리지만 그 방문이 누군가의 죽음 때문에 취소되었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짓는다. 그는 자신이 오래 전에 죽은 아들을 묻은 것을 마치 거울조각을 묻은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거울을 볼 때 마다 아들을 떠올린다. 그의…(생략)

의 모습을 믿고 싶어 하지 않고, 그것을 되도록이면 부정하려 하지만 갈수록 들어나는 삶의 모습들은 그에게 허탈함을 준다. 정년 퇴직을 하고 나자마자 이빨들이 이상해져 틀니를 해야 했고, 그것은 그에게 음식을 씹는다는 행복을 빼앗아가 버렸다. 또 하는 일도 없는데 새치는 날마다 늘어나고, 염색을 해서 감추려고 해도 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는 젊음에 대한 끝없는 질투심 같은 것을 느낀다. 젊은 수도검침원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일종의 배신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하고 말이다. 그는 온통 삶의 생생함으로 가득 찬 존재들에게 둘러 쌓여 있어서 더 외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정원에서 아내가 열심히 가꾸는 예쁜 꽃들처럼 말이다. 또 그는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있는 아이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와 경각심을 심어 주고 싶어한다. 그 젊은 생명에 대한 질투랄까. 심술이랄까? 젊고 싱싱한 생명이지만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아주 쉽게 죽을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사실은 물론 진실이지만 이런 진실을 말해주는 것이 ‘친절’일 리 없지 않은가? 그는 아이의 젊음을 부러워할 뿐만 아니라 그 앞에서 질투하고 좌절한다.
이 소설을 읽고서 삶과 죽음의 의미와 그 둘의 연관성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물들의 이면적인 속성, 감추어진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