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를 읽고나서 세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읽고

세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읽고
세익스피어의 비극인 ‘오셀로’는 절대적인 악을 떠올릴 정도로 악한인 ‘이아고’의 간계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극중 ‘오셀로’의 주인공 오셀로는 베니스 정부에 봉직중인 무어인 장군이다. 이아고는 이 오셀로의 기수인데 그는 보통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남들에 대한 이유없는 미움과 심술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이아고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낼 정도로 능청스런 연기와 대사를 내뱉는데 그는 극 초반부터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이아고: (생략) 이 세상엔 굽실대며 평생 충성을 바치는 하인들도 쫘악 깔렸지요.그 따위 고지식한 바보자식들은 늘씬하게 때려주고 싶어요. 이와 반대로, 겉으로는 충성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속셈을 차리는 자들도 있지요. 주인 양반들에게 보라는 듯이 봉사를 하면서도 빨아먹을 것은 몽땅 빨아먹고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주인 언제 …(생략)

다는 이 비극의 원인열쇠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데스데모나에 대한 오셀로의 깊은 사랑이다.그들은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사이였고 그 때문에 오셀로의 그녀에 대한 사랑은 어찌보면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아고의 치밀한 계획과 말솜씨이다. 그는 데스데모나의 손수건까지 훔쳐 그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오셀로가 그러한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은 충분한 현실성이 있다고 본다.
또한 이 작품에서의 큰 문제는 오셀로의 파멸, 그리고 데스데모나의 비극적 죽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악인 이아고의 인간성에 있다. 그는 엄청난 악의 근원이며 초인적 파괴력의 원천이다.오셀로는 이아고라는 주범 밑에 있는 살인의 하수인과도 같다. 그렇다면 과연 이아고에게는 어떤 동기가 있었을까. 이아고의 성격이 부자연스럽게 보인다면, 그것은 그의 악행에 뚜렷한 동기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물음이 생긴다. 이 작품에서 불가사의 한 것은 처음에는 천천히 극이 전개되다가 제3막 3장서부터는 빠른 속도로 조종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극 속으로 휘말려들기 때문에 이아고의 동기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이아고에게 동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권력에 대한 욕망을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제거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또한 물욕이 남달리 강했다. 권력욕과 물욕이 이아고의 병든 지력과 부도덕한 정신에 상승작용을 일으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한 것이다.이아고는 악을 행하되 악을 철저히 악으로 사랑한다. 선이 싫고, 선을 증오하기 때문에 악을 행한다.결국 오셀로는 전적으로 이아고의 손아귀에서 희롱당하기만 한다.
이처럼 이아고는 그냥 평범한 관객에게는 참으로 난해한 인간상이다. 악을 위해서 악을 행하는 자를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이 희곡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인물은 데스데모나이다. 나에게 그녀는 이아고와 반대로 선을 상징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의 깨끗한 정절과 순수한 사랑은 악인 이아고와 완벽하게 대조되는 모습으로 더욱 강조된다. 그녀는 마지막에서도 자신을 목조른 오셀로를 두둔하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그녀의 그러한 면들은 숙연함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또한 ‘오셀로’가 더욱 비극적인 것은 오셀로만의 일방적 사랑에서 기인한 질투심이 아니라 그녀도 오셀로를 그 만큼이나 사랑한다는 것에 있다. 진실이 아니라고 말해도 믿지 않고 간통으로 치부해버리니 그 얼마나 그녀에게 있어서 답답한 일이었겠는가!
‘오셀로’에서 주가 되는 요소들은 바로 절대적인 악을 상징하는 이아고, 그러한 이아고에게 조종당하는 총명하고 냉정했었으나 질투앞에서 이성을 잃은 오셀로, 마지막까지 순수한 사랑과 정절을 지킨 선을 대표하는 데스데모나, 이렇게 세가지이다. 이 세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오셀로’를 감상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한 자각이라고 하고 싶다. 극중에서 ‘오셀로’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만족감에 차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아고의 계략에 걸려들었을 때 있는 그대로의 상황과 자기 자신의 허점을 무시하고 지금 자신이 생각하고 있고 행하고 있는 일이 확실한 것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그러므로 결국 데스데모나와 그 자신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아고가 악인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아고에게는 오셀로를 어찌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오셀로가 조금 더 이성적이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결과였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비극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의심을 아주 잠깐이나마 해볼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 것인지, 혹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나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