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책을 읽고,,,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를 읽고,,,
김명지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한 권인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오래 전에 느낌표에서 박경림의 길거리 특강을 보고였다. 그 때 주인공으로 이 책의 저자인 오히라 미쓰요가 나왔는데, 그 때 박경림과 같이 대화를 나누는 걸 보았다. 오히라 미쓰요와 박경림의 대화 나누는 걸 보고 있던 중에 오히라 미쓰요가 책을 냈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그 책을 꼭 읽어보리라 하고 생각했는데 책 제목도 저자도 생각나지 않아서 책을 구하지 못했다. 중학교 들어와서 지금 우리반인 영경이가 이 책을 우연히 가지고 오게 됐었다. 내가 설마 하며 잠깐만 보자고 했는데 그 책이 맞았다. 너무 좋았다. 그래서 영경이에게 빌려달라고 했다가 그냥 도서관가서 이 책을 찾아서 빌려 보게 됐었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오히라 미쓰요는 할복자살 미수, 야쿠자 두목과의 결혼, 술집 호스 생활 등 남다른 시련과 …(생략)

주 내릴 작정이었던 것이다. 얼만큼 괴로웠으면 자살까지 할 생각을 했을까….
강가로 나간 미쓰요는 그곳에서 할복자살을 기도했다. 칼로 배를 다섯 군데나 그었다. 찔린 상처의 깊이는 10㎝나 되어 간에까지 이르러 있었다. 근데 생명이란 그리 쉽게 끊어지는 것이 아니었나보다.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이 발견해서 목숨을 구해냈다. 결국 자살미수 사건은 신문에도 보도 되서 더욱 깊은 상처만 가슴속에 지녀야 했다.
한 달 반의 입원생활을 끝내고 3개월만에 학교에 나갔다. 각오한 바대로 아이들의 이지메는 여전했다. 내 같으면 미안해서라도 절대 그럴 순 없겠다. 아이들 틈에서 누군가 ??취미는 할복자살이구요~??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이제 더 이상 학교에는 내가 있을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님은 미쓰요를 정신과 병원에 데리고 갔다. 자살을 시도한 것은 그가 정신이상을 일으킨 탓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부모님이 미쓰요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이지경이 되도 모를 수가 있을까….
부모님과 집에 실망한 미쓰요는 그 길로 집을 뛰쳐나와 불량배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폭주족들이 모이는 곳에 드나들면서 외박도 점차 많아졌다. 그 불량배 친구들은 미쓰요를 이해해주고 미쓰요를 받아들였다.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이고 담배도 피워 물었다.
돈이 떨어지면 아버지가 없는 시간을 틈타 집에 들렀다. 울며 사정하는 어머니를 때리고 집안을 온통 뒤엎은 뒤 돈을 빼앗아나오곤 했다. 내가 이 장면을 읽을 때 미쓰요가 너무 싫어졌다. 어머니를 발로 차고 얼굴에 침을 뱉고 때릴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미쓰요는 결국 폭력세계에 빠져들고 말았다. 거기서 야쿠자 두목과 만나 결혼까지 했다. 그때 미쓰요의 나이 불과 16세였다. 나보다 1살이 많은……. 하지만 폭력단 조직원들은 그녀를 어린아이 취급하며 따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 미쓰요는 문신을 하기로 결심했다. 관음보살과 뱀모양을 새겨넣기로 했다.
하지만 야쿠자에도 미쓰요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몸도 마음도 형편없이 망가진 끝에 결국 남편과 이혼했다. 그 후 생활도 엉망진창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술집에서 호스티스로 매일 술에 찌든 생활을 해나갔다. 취하면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라고 울부짖곤 했다. 그런 어두운 나날 속에 밝은 빛이 비쳐친 것은 미쓰요의 나이 22세 때였다.
오사카 기타신치의 술집에서 일하고 있던 미쓰요는 우연히 아버지의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오히라 히로자부??로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무척 귀여워해주던 분이셨다. 그는 곧 미쓰요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매주 한번씩 찻집으로 불러내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하지만 그의 말도 쓸데없는 참견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진한 화장에 야한 옷을 입고, 손톱에는 진한 빨간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그런 생활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미쓰요는 빈정거리듯 저항했다. 여러 설득 끝에 미쓰요는 오사카에 방을 하나 얻어 새로 인생을 출발하기로 결심했다. 먼저 오히라씨의 권유로 자격증 시험을 보기로 결정했다. 중졸 학력으로는 좀처럼 직장을 구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아무 경력도 없는 미쓰요를 찾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던 것. 결국 자격증을 따는 길밖에 없었다.
우선은 TV에서 본 부동산 중개인 시험을 보기로 정했다. 수험서를 사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길은 갈수록 험난했다. 중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우선 한자를 잘 읽을 수 없었다. 옥편을 찾느라 한 페이지 진도를 나가는 데도 몇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법! 미쓰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던 3달 후에 주택건설 시험에 합격하였다. 이 때 나도 진짜 통쾌했다!
다음엔 법무사 자격시험에 도전했다. 첫 번째는 탈락됐지만 한번 더 도전해서 합격, 조그만 사무실을 차려 일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 미쓰요는 부모님에게 너무 그동안 미안해서 용기를 내어 찾아갔다. 용서를 받지 못해도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런 나날들을 미쓰요는 진심으로 후회하고 사죄했다. 부모님은 그런 미쓰요를 끌어안고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사법서사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미쓰요는 다음번 목표를 세웠다. 모든 자격증의 정점이라는 사법시험이었다.
먼저 대입 검정시험 준비부터 시작했다. 후원회 회원들의 도움으로 며칠씩 개인교습을 받아 겨우 고교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26세의 봄에 미쓰요는 모 대학 통신과정의 법학부에 입학했다.
그러나 이 때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이미 온몸으로 퍼져서 완전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의사는 앞으로 얼마 더 살지 못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시간이 없었다. 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든 사법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그것만이 과거의 불효를 씻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법시험은 그 동안 미쓰요가 친 시험과는 차원(?)이 달랐다. 결국 취미와 즐거움을 모두 접어두고 미친 듯이 공부만 하기 시작했다.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오로지 공부만 하고, 어쩌면 자면서도 공부를 했는지 모른다. 아침잠에서 깨어나면 모르던 정답이 마술처럼 머리에 떠오르는 경우가 때때로 있었다.
합격자 발표날. 미쓰요는 교토 검찰청의 게시판 앞에 1시간 먼저 가서 기다렸다. 초조해서 집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합격자 명단이 나붙었다. 1935번. 자신의 수험번호가 분명히 거기에 붙어 있었다. 그 뒤로 2년간은 교토에서 사법연수를 받았다. 아버지는 연수가 끝날 무렵인 97년, 눈을 감으셨다.
아버지는 유언으로 오히라씨에게 미쓰요를 양녀로 삼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좋은 아내와 딸을 얻어서 정말 행복했다. 정말 고맙구나??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가족의 곁을 떠나갔다. 아버지가 유언으로 얼마나 딸을 사랑했는지 고백했을 때, 미쓰요는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또 한번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느꼈다. 이때동안 살면서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낸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힘든 삶을 산 미쓰요도 해냈는데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걸 느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하루하루를 헛되게 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