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나이였을 때 소설이 나를 찾아왔다` 독후감 내가그나이였을때소설

그토록 어린 나이에 문학이라는 세계에 성숙하게 다가갔던 우리 시대작가들의 모습은 나에겐 정말 동경의 대상이다. 이 책의 작가들 대부분이 고등학교 시절에 습작을 한 사람들인데 그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어쩌면 예술이란 관념이나 이론 그 이전의 것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관이나 본능 혹은 생에 대한 특유의 타고난 감각과 같은 것들이 이토록 어린 작가들이 그런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이 아닐까 싶다. 이청준, 최인화, 양귀자, 김승옥, 황석영, 소위 우리 문단의 기라성같은 작가들이 문학소년과 소녀를 꿈꾸던 시절을 엿볼 수 있다. 나름대로의 민감한 의식과 감성, 시각, 채 스타일이 굳지 않은 문장들을 대하고, 현재 그들의 글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신춘문예든, 추천이든 수년간 갈고닦은 문장으로 우리앞에 서기 전, 그들의 성장과정을 엿볼 수 있음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있다. 몇편의 글은 절로 웃음이 나온다. (현…(생략)

석부근도 그러했거니와 무진 기행으로 잘 알려진 김승옥의 작품 또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글쓰는 재주는 타고난 것일까.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소설가들이 이런 글을 쓰면서 발전해 나간 것이구나 생각하니까 웃음이 난다. 단편으로 되어있어 여러 소설가들의 톡특한 문체라고나 할까?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가들의 옛날 습작 노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한때 글쟁이를 꿈꾸는 사람이었다면 다른 몇편의 글을 읽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황석영씨의 `입석 부근`이 두드러진다. 손에 쥘듯한 자세한 묘사와 글솜씨를 대해 보라. 이런 작가와의 경쟁에서 멀어져서 안도의 한숨을 쉰다는 것은 그다지 불행한 일이 아닐 것이다. 단편소설집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한 현재의 작가와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까지 더해진 책이다. 짤막한 글도 많으니 적당히 큰 서점에서 서서 잠시 한자락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사서 전편을 현재의 작가와 비교해가며 읽으면 더 좋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