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애의 아이들`을 읽고 내생애의 아이들2

‘내생애의 아이들’을 읽고...
우리가 삶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한순간을 떠올리게 된다면 아마 유년의 시간들이 아닐까 싶다. 꿈 꿀 것들이 무궁무진했던 그 시절, 아직 그 무엇도 확실한 것은 없었지만 그랬기에 모든 길이 열려 있었던 유년시절. 하지만 그 빛나는 시간들은 찰나와도 같이 한순간이어서 기쁨을 만끽하고 느낄 사이도 없이 후다닥 도둑처럼 달아나버리고 만다.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움과 그리움만 남겨둔 채.
하지만 나는 가브리엘 루아의 「내 생애의 아이들」을 통해서 다시 한번 가슴 떨리게 빛나던 유년의 시절로 즐겁게 헤엄치며 돌아다닐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과 가난하지만 올망졸망한 아이들의 꿈과 야생의 싱그러움이 살아있는 캐나다의 한 시골 마을 학교에서 나는 잃어버렸던, 그리고 잊고 있었던 나의 소중한 유년을 다시 만난 것이다.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고 처음 아이들을 가르…(생략)

한 선물을 선생님께 안겨준다.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찬물 속의 송어` 외에 잔잔한 감동과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단편들이 실려있는 이 책은 제일 먼저 오래전 읽었던 「사랑의 학교」를 떠올리게 했다. 아마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한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학교와 교사 그리고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처럼 교육에 대한 깊은 회의를 느끼게 하는 구석은 없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아름다움과 박완서 선생의 평처럼 인간에 대한 신뢰를 깊이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빈센토, 종달새 닐, 글씨를 예술적으로 잘 쓰는 드리트리오프, 어린 아이가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짐이 벅차 보였던 앙드레, 그리고 그의 종마만큼이나 야생적인 키다리 소년 메데릭... 내가 직접 만나보고 가르친 아이들은 아니지만 작가 루아의 눈과 입을 통해서 나는 어느새 그들과 친해지고 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은 또한 나의 지난 아름다운 추억들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했다.
「내 생애의 아이들」을 통해서 나는 다시금 아직은 너무나도 작고 여린 세살바기 어린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대자연 속에서 파릇파릇하고 싱싱한 야생의 기운을 듬뿍 느끼게 해 줄 수 없는 나로서는 닭장처럼 답답한 콘크리트 공간에서라도 자유와 사랑을 가득 지닌 유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쉽게 가 버리지만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을 내 아이만은 만끽하길 바라는 소망을 가득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