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노래`를 읽고 달빛 노래

인디언의 땅, 아메리카
-‘달빛 노래’를 읽고-
콜럼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흔히들 말한다. 이미 조상 대대로 그 곳의 자연과 더불어 살아 온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세계 최강국이 되어 버린 그 땅의 새 주인 때문인지, 아니면 존웨인의 서부 영화에 너무 오래 동안 길들여진 탓인지, 우리는 그 곳 인디언들의 편을 들어주는 데 무척 인색해 왔다. 이 책 <달빛 노래>는 그런 우리 자신을 일깨워 주고 신대륙의 역사를 인디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왜 ‘붓은 칼보다 무섭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면에서 역사에 묻히고 쉬쉬되어 왔던 약자들의 수난사를 쓴 스콧오델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 혹시 그가 인디언의 후예는 아닐까? 만약 인디언의 후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썼다면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안델센 상을 받았다는 작품 <라몬의 바다>도 궁금…(생략)

나흘간의 성인식(칸나들다)까지 치르고 여인이 된 강인한 그녀였지만 나바호족을 핍박하고 강제이주명령을 하는 ‘기다란 칼들’(백인들)앞에서는 저항하지 못한다. 대장정의 길에 오른 그녀는 굶주리고 지치면서도 자기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또래를 도울 줄 알고, 그녀가 노예상인에게 팔려 갔을 때 그녀를 구해준 남자 ‘커다란 청년’과 결혼도 한다. 그녀를 위해 오른팔을 잃고 불구가 ‘커다란 청년’을 잊지 않은 것이다. 대장정의 길에선 수많은 사람이 병과 굶주림으로 쓰러지고 죽어간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이 그 척박함 속에서도 아들을 낳고 강제이주지역을 벗어나 남편과 함께 꿈에도 그리던 땅 나바호의 샤이계곡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녀는 고향을 떠나기 전에 숨겨둔 비밀계곡에서 만난 암양의 새끼를 아들에게 보여주며 활짝 웃는다.
우리나라도 36년간 일본의 굴욕적인 통치를 받았던 역사가 있다. 찬란한 고대 문화를 꽃피우고, 조상 대대로 일본에게 문명 전수자의 역할을 해 오던 우리나라가, 일본이 근대 서구 문명을 조금 먼저 받아들였다는 그 조건 하나에 의해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가 본 독립기념관에서의 일본의 만행을 떠올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랄하고 잔인했다. 물론 그 전시물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지만 내가 느낀 분노와 떨림이 약자인 눈물의 대장정길에 오른 나바호족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발달된 과학기술에 합리주의라는 날개를 달고 자연과의 조화를 깨는데 앞장서온 것이 근대 서구 문명이라고 할 때, 그것으로 인해 얻고 잃은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나바호족과 같은 희생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신대륙의 역사를 나바호 족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새삼 분노가 솟구친다.
지금은 아메리카라고 부르는 땅, 그 땅의 주인이던 인디언들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그들은 현재 650만 ha 달하는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서 살고 있다. 과연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서의 제한된 생활 속에서도 용감한 기상과 자연에 대한 경외가 살아 있을 것인가! 그들의 터전으로 다시 돌아간 ‘양치기 소녀’, ‘커다란 청년’ 그리고 그들의 아들에게 희망을 걸고 싶다. 그들의 생활 방식대로 삶을 일구어 나가기를, 그래서 자꾸만 흐려져 가는 그들 선조의 발자취를 이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 책의 처음은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과 보통명사가 무척 혼동이 된다. ‘하얀 사슴’, ‘달리는 새’, ‘커다란 청년’등....... 영화 <늑대와 춤을>에서도 보면 ‘주먹 쥐고 일어나’와 같은 인디언들의 이름이 있다. 그들만의 이름짓는 법이 재미있다. 내 이름을 인디언 식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며 <달빛노래>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