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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사감과 러브레터
한 장 한 장 넘겨지는 책 속에서 내가 두 번째로 읽게 된 책이다. 은근히 장수도 적고 왠지 끌리는 소설인 것 갔다.
C여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C여학교에는 B여사라는 사감이 있다. 딱장대에 독신주의자라 일컫고, 찰진 야소군으로 유명하다. B사감은 사십 세의 노처녀에 주근깨가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 있고 완전히 폭탄이다.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를 거다.
그런데 그 폭탄 B사감에게 참 별난 기질이 있다. B사감이 질겁을 하다시피 싫어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일명 ‘소위’라고 불리며 다른 말로는 ‘러브레터’라고 한다. 당시 B사감이 있던 C학교는 기숙사도 같이 있는 학교였는데 워낙 이나 전통있는 학교이고, 아름다운 여학생들이 많은 탓에 러브레터를 아주 많이 받았다. 아름다운 여학생들에게 바치는 그 러브레터에는 죽느니 사느니 사랑 타령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과연 러브레터를 질겁하는 B사감은 이를 보고만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B사감은 학생들에게 오는 사신을 일일이 검토하는 터이라 그녀에 손에 들어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 이였다. 러브레터가 오는 날이면 B사감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면서 불호령이 떨어진다.
아무 까닭없이 그런 편지를 받은 학생이야말로 큰 재변이었다. 숨도 돌릴 시간 없이 사감 실로 불려간다. 그러고서는 몇 시간 내내 그 학생을 붙잡고 심문을 시작한다. 죄상을 물어보고 남자란 어쩌고저쩌고 설교를 해가며 학생을 세뇌시킨다. 그리고 면회까지도 금지를 시켰다. 학생들의 항의에도 교장에게 혼나면서 까지도 그녀는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C학교에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밤이 깊어서 난데없이 깔깔대는 웃음과 속살속살 하는 말이 새어 흐르는 것 이였다. 귀가 밝은 학생들은 이 소리를 듣고 언뜻 그냥 넘겼지만 그 사건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처녀가 그 소리의 발생지를 추적한바 B사감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B사감은 여태껏 …(생략)
학생들에게 빼앗은 러브레터를 읽으면서 상대역을 바꿔가면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역시 사감도 여자였던 것 이였다. 은근히 독신주의자인 것처럼 행동은 하지만 역시 노처녀라 남정네가 그리웠는가보다. 이 모습을 보면서 첫째, 둘째 처녀는 비웃기만 했지만 은근히 눈물을 흘리는 셋째 처녀였다.
참 B사감도 어지간히 외로웠나보다.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 나기도 해서 일부러 러브레터도 빼앗았던 것 같다. 성질하고는.. 질투의 화신인가? 근데 셋째 처녀는 B사감의 그 모습을 보고 왜 울었을까? 너무 안돼서 울었을까? 아님 동정심에?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아마도 나도 첫째, 둘째 처녀와 같이 B사감을 비웃었을 것이다. 그런데 B사감은 왜 안그런티를 내면서 뒤로는 호박씨를 깠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괜히 연약한 여학생들 심경을 어지럽히기나 하고... 선생으로서는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명분치고는 너무 과한 것 같다. 속이 좁은 건지 아님 성격이 원래 괴팍한 것인지.. 참..... 이 독후감을 쓰면서 ‘참’이라는 말이 자꾸 나오게 된다. B사감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서 그러는지 니면 다른 이유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
그래도 C학교 B사감의 마음을 제일 잘 알아 준 것은 셋째 처녀인 것 같다. 셋째 처녀처럼 좋은 마음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 까? 하여튼 난 성격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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