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소년이 비참한 일생을 마치게 되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나로 하여금 소년이 보낸 청춘과 죽음에 관해서 생각하게 했습니다.
청춘은 아름다워야 하고 낭만적이고 순수하여야 되고... 온갖 미사려구로 청춘을 예찬하고 있지만, 청춘이라고 불리우는 시기에 들어선 나 자신을 생각해 볼 때 그런 말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졌고, 나 자신에게 일종의 아쉬움과 열등감까지 느끼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외적인 갈등에 시달리고 있던 나에게 주어진 한 책이 바로 헤세의 자전적 소설인 <수레바퀴 밑에서>였습니다. 현실에 대한 반항감,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열등 의식에서 시달리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보다 확고한 나의 생각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한스! 나에게 무척이나 많은 교훈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당신은 왜 강물에 떠내려 가는 시체가 되어야만 하였나요? 그 강물이 <싯다르타>에서의 강처럼 그렇게 매혹적이고 교훈적이었나요?
나는 당신의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목사나 아버지, 선생, 아니면 헤르만 할리어가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나요? 당신은 그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지쳐서 스스로 죽음을 생각했나요?
왜 당신은 실컷 잠을 자고 마음 놓고 울고 또 꿈을 꾸어 보는 그러한 평범한 일을 그리워해야만 하였나요?
한스! 당신의 일생과 나 자신의 관계를 생각해 보고 당신의 생활과 나 자신의 생활이 결코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자포자기적인 숙명론과 쾌락주의자의 사이를 방황하고 있던 나에게 당신은 하나의 확실한 점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나는 이 글의 끝에서 그 점을 말하려 합니다.
헤르만 할리어! 당신도 나에게 많은 점을 암시해 주었습니다. 사소한 일에 소비하던 나에게 당신은 `승려의 노래`를 들려 주었습니다. 인간의 가슴 속 깊은 심연으로부터 나오는 진실한 노래를 말입니다. 당신은 정말로 사색을 즐기는 시인이었나 봅니다. 당신은 나에게 사색이나 시를 알고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생략)
데 할리어, 시인은 꼭 현실과 융합될 수 없는 것일까요?
나는 한스나 할리어 같은 청춘을 보내지는 않으렵니다. 주위의 권고에 자기 자신을 망각하고 청춘 시절에 비참하게 죽어간 한스나, 깊은 사색으로 `승려의 노래`를 들려 주었던 할리어가 되기는 싫습니다. 청춘은 미지의 바다로 떠가는 조그마한 돛단배입니다. 그 배는 처음에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울는지 모르지만 얼마 안 있어 커다란 파도를 당하게 되고, 사나운 고기떼의 습격을 받게 되고, 때로는 아름다운 섬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할 것입니다. 큰 파도와 무서운 태양을 이겨 낼 돛단배만이 싸움을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스나 할리어는 그러한 돛단배를 타고서 항해하다가 난파된 배의 주인공들입니다. 난파된 것은 스승과 목사나 친구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난파선의 주인공인 그들이 왜 나에게 깊은 감명과 교훈을 주었을까요? 그것은 내가 그들과 같은 배를 타던 중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나의 키가 흔들리어 난파 직전에 놓았을 때 그들의 난파 경위를 알아서 나의 키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청춘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청춘은 한스나 할리어 같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융합인 것입니다. 청춘은 현실과의 융합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낭만과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현실에 매몰되거나 현실을 부정한 청춘은 진정한 것이 아닙니다. 이제 나 자신의 청춘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현실이 흩어진 아라비아 숫자에 의해 행복이, 청춘과 사랑이 저울질된다 해도 그 곳에서 진정한 청춘을 찾고 나 자신이 꿈을 가꾸어 나갈 것입니다. 한스와 할리어가 주는 교훈을 간직하면서 일생에 한 번뿐인 청춘을 플라토닉한 사랑과 깊은 우정으로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
인쇄
`수레바퀴 밑에서`를 읽고 수레바퀴 밑에서- 2 .hwp
[size : 27 Kbyte]
30
0
500 
2 P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