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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나이트
가즈나이트 열 다섯권을 보면, 마치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봐야 어릴적에 텔레비젼에서 봤던 부류밖에는 없지만, 몇몇 극강물을 볼 때 가즈나이트는 그런 부류의 공식을 잘 따르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이유는 물론 작가가 그렇게 의도한 것이리라. 책갈피에도 언급되듯이, 작가는 다분히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으며 그렇기에 그런 연상은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덕택에 가즈나이트는 쉽게 머릿속에 그 화면이 그려지며, 화려한 색채마저도, 전혀 미술에는 무지한 본인에게도 강렬한 것이었다. 왜그랬을까? 작가는? 그림으로 그려도 화려한 구성을 이룰 수 있는 것을 글로 써낸 이유는 무엇인가? 아주 간단한 결론을 내리자면, 가즈나이트를 그림이 아닌 글로 써내려간 이유는 단지 작가가 그림을 그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너무 간단한가? 아니면, 환타지 소설이 갑자기 대히트를 치기 시작했기 때문에 부화뇌동해서 그 긴 애니메이션을 말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닐지. 아니. 사실 애니메이션의 텍스트화는 부수적인 문제이다. 노인과 바다 같은 작품도 읽다보면 눈에 선연히 그 장면이 잡혀들어오며, 어린왕자 같은 작품은 텍스트를 돕는 그림을 군데군데 삽입시키면서 추상적인 글을 손에 잡히도록 만들어두었다. 그렇기에 가즈나이트가 그런 글로 된 그림책을 써놓은 것은 약간은 아주 약간은 이해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무엇보다 가즈나이트에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유는.. 도대체 패하지 않고, 패해도 다시 이기는.. 그 자들의 비현실적인 면모 때문이다. 왜.. 신을 이기는 놈들이 신의 기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될 수 없는 플롯. 이것때문에 독자들이 열광한 것도 이해가 된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층이 열광할 수 있는 구성이니까.
강하다, 충분히 강하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 어려움을 겪는다. 상대방은 …(생략)
충분히 강하다. 그러나 상대방은 어리석게도 한 방에 보내지 않고 살살 가지고 논다. 하나같이 그런다. 분명히 주인공이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주인공은 끝갈데 없는 성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성장한다. 이긴다.
강하다. 충분히 강하다. 어려움 뒤에 더 강해졌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 어려움을 겪는
다. 상대방은 충분히 강하다. 그러나 상대방은 어리석게도 한 방에 보내지 않고 살살 가지고
논다. 하나같이 그런다. 분명히 주인공이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주인공은 끝갈데 없는 성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성장한다. 이긴다.
그리고 조금씩 상대방은 강해지고 주인공도 덩달아 강해진다. 롤플레잉 오락이 아닌가. 그런 오락에 익숙해져 있는 세대니까 그런 스토리에 열광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문제는 그런 세대가 가볍게 한 번 읽고 던져버릴 글을, 환타지 소설의 급격한 팽창과 더불어 출판되고 또 환타지 소설의 대표작으로 인식되어 환타지의 문학성을 현격하게 낮추어 인식하게 한 출판사의 `상업주의`가 아닐지..
물론 열 다섯권이나 써댄 작가의 공력을 인정한다. 본인도 지금은 `쓰레기` 운운하면서도 결국 열 다섯권을 다 읽고, 후편 `이노센트`도 읽었으니까. (물론 후회하고 있다. 고
작 이런 비추천 글을 쓰는데 밖에는 그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까.) 그러
나, 화려한 시각적 요소의 텍스트 화라는 의의말고는 어떠한 내용도, 어떠한 주제도 없이, <
우리편이 늘 이긴다! 우리편이 정의롭거든!>이라는 놀라운 흑백논리식의 주제만을 던져주는
가즈나이트는, 결국 환타지의 가능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작가의 턱없이 부족한 역량 때
문에 열 다섯권의 폐품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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