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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우리 시대의 고전 중의 고전으로 불리우는 책이었고, 권해주는 분들도 많아서 읽어보았었는데, 그때는 나의 생각이 많이 어려서 그랬는지, 끝까지 채 읽지도 못한 채 그만 덮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글을 찬찬히 깊게 읽지 못하고, 그저 많은 책들만을 읽어대려고 하는 나의 조금은 고약한 버릇때문에 좋은 책을 제대로 접할 기회를 몇 년 늦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은 한번 읽고서 책장 한 구석에 넣어둘 책이 결코 아니다.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이 책은 어떤 지침서의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항상 가까이 두고서 평생을 함께 한다면 인생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 낼 책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 책은 후다닥 급히 읽어버릴 책도 아닌 것 같다.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이, 다시 또 다시 계속 곱씹어보고 되새겨볼 때 조금씩 조금씩 그 의미가 보다 더 가슴속에 와 닿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 하나하나에, 아니 구절 하나 하나에까지 의미를 부여해도 될 만큼 저자의 깊은 사색이 들어 있고, 그 글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면 감옥이라는 공간에서 오히려 더 맑고 투명한 듯한 그의 생각들도 발견하게 된다.
반민주적 정부는 20년 20일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세월 동안을 저자를 감옥이라는 엄청난 공간적, 사회적 제약이 따르는 곳에 가두어 두었었지만, 그 세월동안 저자의 생각이 결코 그 좁은 공간에 머물러 있지 않고 오히려 자유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이 생각치 못한 인간본성에 관한 것에 이르기까지...
그 깊이를 좁은 소견에 섣불리 판단치 못할 만큼 깊고 진지한 사색을 했음에 그가 더욱 존경스러워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의 글을 읽다보면 가장 극한 상황에서도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숙연해지고, 가끔은 눈물까지 흐르기도 한다. 내가 감동적으로 읽었던 책의 몇 구절을 잠시 읊어보면 이렇다.…(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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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을 어떤 기성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개인이 이룩해놓은 객관적 `달성`보다는 주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지향`을 더 높이 사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청년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는 두 번 새벽이 없다> <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삼십칠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한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이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등등...
저자의 조용하면서도 견고한, 그 숭고한 정신의 영역을 한구절 한구절 읽어내리다 보면 어느새 숙연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저자의 글을 접하다 보면,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실로 생각과 정신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단순한 하나의 사실에서, 혹은 계절이 바뀌는 등의 너무도 당연한 자연 현상으로부터서도 그처럼 진지하고도 깊이 있는 사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평소 자신의 주변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진솔하고도 맑은 영혼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정말이지 깨끗하게 책장에서 보관할 책이 아니다. 자꾸만 시간 날때마다 보아서 손때가 묻어 이 책이 너덜너덜해질때, 우리들의 생각은, 그리고 영혼은 보다 더 그 깊이를 더해갈 수 있으리라, 그리고 맑고 깨끗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두들 꼭 한번쯤 읽어보기를, 되새김질 해가면서 천천히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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