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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읽고…
지은이 : 원성
출판사 : 이레
거울-맑고 깊은 깨달음의 성찰..
원성 스님의 두 번째 책, `거울`을 읽고 보았다. 특별한 동기는 없었다. 단지 책과 너무 멀어진 나에게 작은 안식이나 또는 생각거리라도 주고 싶었을 뿐. 그러나 하나 들자면, 스님의 그림이 너무나 예뻐서 라고나 할까.
처음에 볼 때는, 예쁘다 귀엽다 순수하다 라는 말로 밖에 표현되지 않는 동자승들의 그림에게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어쩌면 이리도 고울까. 어떻게 저리도 천진무구한 투명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 그림에는 작가의 내면이 나타난다고 하였던가. 그렇다면 원성 스님은 정말 순수한 마음을 가진 분일 것이다. 이런 세상에는 드물기 짝이 없는...
시 하나 이야기 하나를 넘기며 그러한 동자승들의 환한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웃음 하나 지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지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나면 행복한 미소에 부러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그러한 마음을 지니고자 다짐한다. 그러고 보면, 스님의 그 그림 하나하나마저 모두 가르침인 것이다.
처음에는 그림에, 하지만 점점 더 스님의 글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스님의 시가 걸출하게 뛰어난 문장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흥겨운 운율이 울려 나와서도 아니다. 단지 시라는 것이 가진 그 본연의 자세로서, 시를 쓴 사람인 스님의 감정을 너무도 충실하게 나타내주고,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릴 적 산사에 온 어린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너무나 솔직하게 전달되고, 동자에게는 힘들 수밖에 없는 산사 생활과 그 속에서 함께 하는 도반들과의 우정, 어린 마음에까지 전해지는 알 듯 모를 듯한 부처님의 뜻과 도의 존재, 그리고 작은 여유와 어머니 대자연 속의 풍요로움. 그 생소하지만 정이 넘치는 스님의 마음이 내게로 전해져 와서 감동을 주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이, 스님의 모든 시들과 글들이 산사에서의 생활과 스님이라는 신분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결국에 전해져 오는 것은…(생략)
그러한 것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것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결국에는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 스님들도 그리움을 알고, 친구에 대한 우정을 느끼며, 만발한 꽃을 보면 가슴이 설레이고, 자신에 대한 의미를 묻는다. 마치 속세의 사람들처럼. 나처럼.
그래서일까. 유독 한 시가 나의 마음에 큰 공명을 일으킨다. 스님이 쓰신 책제목과 같은 거울이라는 시가 속세에 있는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거울
너는 뭐니?
나는 너.
너는 뭐하니?
널 보고 있지.
왜 날 보고 있지?
난 널 보고 있어야만 해.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진정 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때까지
내 시야에서 놓칠 수 없어.
때로는 너를 버리고 싶어
너를 지워 버리고 싶어
너를 묻어 버리고 싶어.
하지만
하지만
나의 존재가 진정한 너의 모습을 보고 싶어해.
단지 그 이유만으로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하여
오늘도 거울 앞에 섰어.
한 생을 다한다 할지라도
다음 생을 기약한다 할지라도
너를 바라보는 마음은 내 삶의 의미일 거라 생각해.
〈 원성 스님의 `거울` 〉
`너는 뭐니?` 한참동안이나 이 물음에 매달린 적이 있었다. 나라는 존재에 회의를 품기 시작할 때였다. `나는 너` 인정할 수 없다. 너 같은 인간이 나 일리 없다. `너를 버리고 싶어.` 넌 내가 아냐. 내가 아는 나는 네가 아냐! `너를 지워버리고 싶어.` 인정할 수 없어! `너를 묻어버리고 싶어.` 그렇게 한참이나 난 나를 거부하고 학대하고 괴롭혔다. 한참동안이나. `하지만 하지만` 넌 나다. 그래. 결국 넌 나니까, 내가 너를 사랑해야겠구나. 이 세상 누구보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돌보아주어야 하겠구나. `진정한 너의 모습을 보고 싶어해.` 난 너를 보고 싶다. 네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보고 싶다. 내가 힘이 되 줄게. 내가 함께 할게. 이 생이 다할 동안 내가 너를 사랑해줄게. 가끔 바보 같고 어리석어 보여도 내가 너를 보살펴줄게. 네가 곧 나니까.
나와 같은 감정. 결국은 나와 같은 삶이라는 것을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그 삶을 바라보는, 불교를 바탕으로 한 맑고 깊은 철학적인 성찰이 더 깊은 감동과 중요한 메시지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내가 감히 볼 수 없는 그 시각으로 대신 보고 그것을 전해주는 원성 스님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르침을 전해주는 그 그림속의 동자승에게까지도. 그 느낌과 감동으로 나의 영혼의 무게가 조금이나마 줄어든 것은 말할 것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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