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충 무라카미 류 독후감 공생충

공생충 - 무라카미 류
고도의 정보매체인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사회, 인간은 예전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렇겠지, 그럴 거야,?? 하는 투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에게 무라카미 류는 따끔한 지적을 한다. 그가 경고하고 싶었던 것은 인터넷이 단순한 대화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영혼까지도 지배해 버릴 수 있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
류는 최근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히키고모리, 한마디로 방에 틀어 박혀 사는 자폐증 환자인 우에하라를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공생충??이란, 인터넷 채팅상대인 인터바이오의 정의에 의하면 그것의 소유자에게 살육과 파괴, 자살의 권한을 부여하는, 일종의 신이 내려준 권리증 같은 것이다. 그것도, 멸종이 프로그램 된 종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 우에하라가 이 벌레의 ??종숙주??가 된 것은 그가 어릴 때의 일…(생략)

??공생충??은 새로운 ??희망??이라 말한다. 물론 논점을 잘못 잡은 이러한 ??정의??는 거짓 정보일 뿐이다. 하지만 ??희망??을 논했기 때문일까, 우에하라는 그 ??권리??를 시행하기라도 하듯이 한 여자를 죽이려고 시도한다. 여자의 방에서 수은 중독 공해로 유명한 미나마타의 환자와 제2차 세계 대전의 일본풍경을 기록한 영상을 보고 `방공호`라는 말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자신만의 생각 속에 갇혀 살아야 했던 자신의 모습을 방공호의 속성에서 찾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을 길들이려고만 했던 형과 아버지를 알루미늄 배트로 내리치고 집을 나선 후, 그는 또 한번 인터넷을 사용해서 미즈쿠보 공원 잡목림 속에 있는 방공호를 찾는다. 거기에서 `적옥통`과 `황옥통`이라는 독가스 이페리트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려 했던 인터바이오의 세 남자를 죽인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은 불필요한 인간관계 속에서 진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 구절이, 책 한권을 통해 류가 내게 가장 깊게 각인시켜준 말이다. 물론 그 ??진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살인적 폭력의 형태를 띠는 ??자아의 회복??이라는 말은 아니다. 개인마다 다를 거다. ??필요한 것??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은. 류가 크게 사회 전체로 찾은 ??필요한 것??은 ??개체적 삶의 회복??이다. 모두를 같은 화살표의 방향으로 끌어넣기 위해 애쓰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뒤틀리고, 썩어가는 개인의 삶을 회복하자는 말이다. 그 삶의 회복에 있어서 자폐아들의 삶에 있어 가장 취약한 `타인과의 정상적인 교류`는 필연적일 것이다. ??공생충??을 정의내리면서 언급한 ??희망?? 또한 사회가 일률적으로 떠안겨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고, 그 희망은 타인과 맺어가는 `적절한 교류`에서 잉태되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인터바이오가 우에하라를 조정하려 했던 것처럼 그러한 진실은 이미 교묘하게 지워져가고 있다. 류가 책의 후기에서 말했듯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낡아빠진 희망이나 거짓 사회적 희망만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창조해 낸 인터넷에게 휘둘려 영혼까지 잃을 위기에 처할 정도로 나약해진 인간에게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랑, 희망, 혹은 우정 따위의 어떤 것? 아무래도 우리는 무엇인지를 잊었다. 그걸 찾기 위해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또 다른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맺어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솔직히,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은, 지금의 나에게는 무척이나 난해한 일이다. 아니,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끝까지 힘든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것을 찾아 헤매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