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을 읽고 관촌수필을 읽고…

관촌수필을 읽고…
소설이 가진 서술의 대부분은 근본적으로 기억에 기대고 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 기억은 이야기꾼의 총체적인 경험이 가진 무한한 반복과는 다르다. 그것은 경험의 조직화를 가능하게 하는 회상이라는 예술적 원리에 의해 가능하다. 회상은 그러니까 상상력이라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모, 그녀는 또한 시간의 여신이기도 한데, 이 회상은 자신의 축조된 경험의 재현으로서의 기억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경험의 재구성을 통해 온 예술적 원리이다. 기억과 회상의 차이는 예술적 원리 여부에서 온다. 기억은 단순한 경험의 재현이지만 회상은 존재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탐문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보다 승화된 원리로 작용한다. {관촌수필}이 수필이라는 서술방식을 취하면서도 소설로서의 품격을 갖는 것도 회상이 가진 덕목 때문이다. 이때, `수필`이라는 표현은 자연스러운 자신의 감정의 유로(流露)를 겨냥…(생략)

가치마저 폐기되는 현재의 관점에서 애상으로 짚어낸 기억이라는 저장고의 함의이기도 하다. 과거-현재, 현재-과거로 겹대어붙인 서술의 전환 역시 정서의 리듬을 좇아가는 자연스러움을 닮아 있지만 아무래도 그 비중은 과거에 놓인다는 점에서 회상의 우세함이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