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무지 허무하면서도 뭔가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 듯한 책이었다. 자신이 살 광장을 발견하지 못한 채 자살하는 부분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분단의 문제를 거론하며 남과 북 모두에 대해 비판적이고 객관적으로 다룬 최초의 소설이라고 적혀있었다. 북쪽 사회구조가 갖고있는 폐쇄성과 집단의식을 비판하고, 동시에 남쪽의 사회적 불균형과 개인주의를 비판한다.
이 책의 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주인공인 이명준은 우리 나라가 해방을 맞게되자, 만주에서 귀국하였다.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는 자신의 이념에 따라 월북하자, 명준은 아버지의 친구인 변 선생의 집에서 얹혀 살게 된다. 그는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변 선생의 아들인 태식과 가까이 지내면서 현실의 정치에 대하여 많이 고뇌를 하고 지내지만, 결국 정치에 대하여 깊은 환멸을 느낀다. 그래서 명준은 자기만의 밀실에 들어앉아 현실을 관념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명준은 월북하여 북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남로당 원인 아버지 명준은 태식의 동생인 영미가 소개시켜준 그녀의 친구, 윤애와의 사랑을 통해 이 관념과 현실의 간격을 없애려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번민과 환멸 그리고 좌절 속에 인천에서 배를 얻어 타고 월북하게 된다.
월북 후 그는 노동 신문 기자가 되지만 북쪽이 정열이 사라진 잿빛 공화국이라는 사실과 평범한 부르주아 생활을 하고 있는 아버지로 인해 커다란 환멸을 맛본다. 그는 야외 극장을 짓는 공사에 인부로 지원했다가 실족해 부상을 입어 입원하고 있던 중, 병 문안을 온 국립 극장 소속 무용 단원인 은혜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명준은 은혜가 약속을 어기자 다시 한 번 절망한다. 6.25 전쟁이 일어나자 정치보위부 간부가 되어 서울로 입성한 그는 과거 은인의 아들 태식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서로의 변신에 당황하고 철저한 악인이 되고자 했던 그는 그것이 자신의 모습이 아님을 깨닫고 그들과 헤어진다. 북의 패색이 짙어 가던 낙동강 전선에서 명준은 그를 만나기 위해 간호병으…(생략)
로 내려온 은혜를 만난다. 그는 처음으로 완전한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은혜는 명준의 아이를 가진 채 죽게 된다.
결국 이명준은 남과 북 사이에서 이념의 선택을 시도했으나, 어느 곳에서도 진실을 발견하지 못한 채 허무주의적 생활에 빠지게 된다. 은혜라는 여인과의 사랑에서 이념의 무의미함을 다소 보상받지만 그것은 개인적 삶에 한정될 뿐 진정한 의미의 광장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전쟁에서도 새로운 삶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만 포로가 된다. 포로 송환 과정에서 남으로 갈 것이냐 북으로 갈 것이냐의 선택의 갈림길을 맞게 된 그는 중립국인 제 3국을 선택한다. 이제 그가 나설 광장은 남쪽과 북쪽, 어느 곳에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중립국을 선택한 포로들을 싣고 가는 인도의 상선 타고르 호가 남지나해를 지나는 어느 날 밤 투신 자살하고 만다.
‘광장’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또는 관념은 `밀실`과 `광장`이다. `밀실`이란 자신만의 내밀한 삶의 공간이며, `광장`이란 사회적 삶의 공간이다. 그리고 바람직한 인간의 삶이란 이 두 가지 삶의 방식이 상호 관계와 작용 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한 사회의 역사적 조건을 주체적으로 수용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장’을 읽으면서 나는 삶의 방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 인간이 산다는 것은 개인적인 삶의 조건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삶의 조건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개인의 손익과 사회의 손익이 배치되었을 때, 개인의 이익보다는 사회의 이익에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것이 구비되었고 만족스럽다 하더라도 사회가 개인의 이상에 맞지 않다거나,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의 삶의 형태가 개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편을 준다면 그 개인의 삶은 행복하다고 할 수가 없다.
‘광장’의 작가는 이명준을 통해 북쪽의 사회 구조가 갖고 있는 폐쇄성과 집단 의식의 강제성을 고발하면서 동시에 남쪽의 사회적 불균형과 방일한 개인주의를 비판한다. 즉 남과 북 어느 쪽도 진정한 인간의 삶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을 제시한다. 그에게 있어서 남한 사회는 더 이상의 광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월북해서 바라본 북한 사회도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광장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사회주의 제도의 굳어진 공식인 명령과 복종만이 보일 뿐이며, 활기차고 정의로운 `광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허무주의에 빠지게 된다. 은혜와의 사랑에서 이념의 무의미함을 다소나마 보상받지만 그것은 개인적 삶의 한정된 행복일 뿐, 진정한 의미의 광장은 아니었다.
휴전 협정 후, 포로 송환 과정에서 다시 한번 이념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 그는 남과 북 그 어떤 쪽도 자신의 광장일 수 없음을 알았기에 둘 다를 거부하고 중립국을 선택했으며, 결국 바다를 선택하게 된다. 바다야말로 이념이 배제된 밀실이며, 사랑만으로 참다운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광장이었던 것이다. 즉, 작가는 주인공의 자살을 통해 이념 선택의 한계를 극적으로 제시하며 분단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명준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광장이 시민적 광장이 아니라 죽음이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시민적 광장을 더욱 치열하게 추구하는 현실적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관념적, 폐쇄적인 밀실의 세계로 기울고 말았음이 아쉽기는 하다. 인간으로서의 삶이 난관에 부딪치거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실천하기보다는 절망하고 포기하고 도피하고 외면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성실한 삶의 자세는 부당한 현실을 변혁하겠다는 능동적이며 긍정적인 의지를 바탕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명준은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광장을 키워나가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 이상향처럼 아무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광장을 찾아만 다니다가 좌절하고 끝내는 그 삶까지 포기한 것이다. 죽음을 선택할 정도의 용기가 있다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명준의 선택은 가장 나약하고 감상주의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면 남한을 선택했을 것이다. 비록 자본주의가 많은 문제점을 갖고있지만,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어떤 이념이 갖지 못하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인쇄
광장을 읽고 과제-광장.hwp
[size : 29 Kbyte]
29
1
500 
3 P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