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을 읽고

광장을 읽고
광장..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과연 내가 이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었다.
이 책은 여러 국어선생님이 모두 중요하다고 하실 만큼 중요한 책이고 1960년대 남북 분단 문제를 작품화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되었다고 들었다.
이 이야기 회상의 형식으로 되었고 철학적인 용어가 많이 사용되어서 읽기에 무척 힘들었다. 광장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광장, 광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많은 사람이 모여 서로 자유롭게 얘기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명준이라는 주인공이 겪어온 여러 이야기를 말해 주고 있을 뿐이다. 사랑, 정치, 전쟁 등의 이야기만 나오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광장의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대학 철학과 3학생인 이명준, 이명준은 시도 쓰고 엄청난 양의 독서도 하지만 현실에는 환멸을 느끼고 있는 젊고 가난한 책벌레였다. 이명준은 해방 후 만주에서 귀국하였…(생략)

술질 주인으로부터 이북으로 가는 배가 있다는 귀뜸을 받고 월북을 결심한다. 마침내 이명준은 윤애를 남겨두고 아버지가 있는 북한으로 떠난다. 그는 북한에서 노동 신문 기자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북한은 이명준이 생각해왔던 그런 사회가 아니었다. 또 평범한 부르주아 생활을 하고 있는 아버지로 인해 커다란 환멸을 맛본다. 북한의 공동체는 개인이 모두 죽어있는 그런 곳이었다. 북한에는 사회주의란 이름 하에 또 다른 독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는 그가 작성한 기사가 당 간부들에게 핀잔을 듣자, 그는 결국 기자를 관두고 야외 극장을 짓는 공사에 인부로 지원한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실족해 부상을 입어 입원하고 있던 중, 병문안을 온 국립 극장 소속 무용 단원인 은혜와 사랑에 빠진다. 이명준은 은혜를 통해 삶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북한 체제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것을 은혜를 통해 치료받은 셈이다. 하지만 이명준 개인의 행복일 뿐 북한이란 체제의 구성원으로서는 아무런 행복도 발견할 수 없었다. 사랑했던 은혜가 모스크바 유학으로 러시아에 떠나고 곧 6.25전쟁이 터진다. 민군 정치보위부 장교가 되어 서울로 남하한 명준은 그곳에서 친구인 태식과 그의 아내가 된 옛 여인 윤애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치열한 낙동강 전투에 배치받아 가게 된다. 거기서 명준은 간호병으로 자원 참전한 은혜를 다시 만나 동굴 속에서 재회의 기쁨을 누린다. 재회 속에 은혜는 명준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명준에게 말하고 헤어져 가던 중 부지런히 만나자는 약속을 저버린 채 전사하고 만다.
결국 그는 포로가 된다. 포로 교환이 있을 때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이명준은 포로 송환과정에서 남이냐 북이냐의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북한에는 이명준이 그토록 믿고 의지하던 은혜가 없고 독재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남쪽을 선택하기도 어려웠다. 남한은 썩어빠진 자유주의를 흉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준은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의 나라인 중립군을 선택한다. 그리하여 그는 인도로 가는 타고르호 위에서 본 2마리 갈매기를 자신의 여자 은혜와 자신의 딸의 환영으로 보고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만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 이명준은 정치를 여러 면에서 비유하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혁명에 대해서도, 당에 대해서도... 아직도 나에게 너무 어려운 말들뿐이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숨겨진 의미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무엇보다도 작가가 이명준을 투신자살하게 하였는지 참으로 의문이 간다. 자살한 이명준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명준이 진정 우리 민족을 생각한다면 자살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만약 이명준이었다면 광장이 없는 남과 북에 없다해도 제 3국에 가서라도 새로운 삶을 살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 이명준은 불쌍한 삶을 살았다. 너무나도 이 세상에 대해 환멸을 느끼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사회, 정치, 그리고 가족마저 자신이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은혜만이 자신을 위로해 주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은혜마저 죽은 후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자살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또 남과 북에는 자신이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광장이 없었기에 자살을 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명준이 말한 광장과 밀실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이명준은 광장과 밀실 둘 중 어떤 것을 원했을까... 이명준은 어느 한쪽도 아닌 이 둘이 서로 존재하는 그런 곳을 원하였던 같다. 그리고 그 당시의 사회상과 사상에 대해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처럼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그런 광장이 없었던 그 당시가 너무도 안타깝다. 나는 또 이념을 찾아 끝없이 방황했던 한 지식인의 삶에서 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남과 북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었는데 남과 북은 무엇 때문에 서로 총을 들이대며 대립하고 있을까... 난 이명준의 삶을 보면서 남과 북이 갈라져 있을 이유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커져 버린 이질감 때문에 통일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소설이라 해도 또 다른 이명준과 같은 불쌍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통일은 꼭 이루어져야 하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직은 이해하지 못한 점들을 내가 조금 더 어른스러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때 다시 생각해 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광장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많은 말들을 앞으로 할 것이며, 또 나는 무엇이든지 가치관과 생각을 뚜렷히 정하여 이명준과 같이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내가 꿈꾸는 광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