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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을 읽고
우리 학교에서는 올해부터 `책 돌려읽기`를 하고 있다. 나는 이 행사가 시작된다는 말을 듣고 조금은 설레었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책을 친구들에게 권해 주고받음으로써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항상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그 느낌을 기록하는 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 책을 즐겨하는 친구로부터 `구운몽`이라는 소설을 같이 읽어보지 않겠느냐 라는 제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한 번 읽어 본 것이라 또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여졌다. 하지만 전에 본 책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책이라는 말에 약간의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다 슬그머니 그 책을 넘겨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아니나 다를까, 나도 모르게 이 `구운몽`이라는 소설에 조금씩 매료되어 가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가 스무 날 하고 이틀이 흘렀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구운몽`이라는 소설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서 이번에도 여느 책을 읽을 때와 다름없이 지금의 느낌을 글로 적어 보려 한다.
먼저 이 작품을 지은 서포 김만중이 어떠한 인물이었고 왜 이 소설을 짓게 되었는지 말해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숙종 15년 서포 김만중이 남해 유배 시절 어머니 윤씨 부인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지은 것으로 우리 나라 양반 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서포 김만중은 1665년 문과에 급제하여 암행어사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그는 임금 앞에서 직언도 불사하는 강직성으로 관직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김씨 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벌을 받기도 했다.
이후 그는 예조참의로 복직하여 대사헌을 거쳐 대제학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러나 변덕이 심한 숙종이 정비인 인현왕후를 폐비시키고 장희빈을 세우려 하자 이를 반대하다 그만 남해에 유배를 가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던 어머니 윤씨가 병으로 세상을 버리게 된다. …(생략)
효성이 지극했던 김만중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채 남해의 유배지에서 56세의 일기로 자신이 삶을 거두게 된다.
다음으로 이 작품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어떠한지 말해보고자 한다.
주인공 성진은 육관 대사의 제자였는데, 팔 선녀와 놀아난 죄로 유배되어 양소유라는 이름으로 인간 세상에 태어난다. 그는 어린 시절 재주가 뛰어나 장원급제를 하고 후에 하북의 세진?토번의 난을 진압한다. 이러한 공으로 승상이 되고 또한 부마가 된다. 그는 팔 선녀의 후신인 여덟 명의 여자와 차례로 만나 그들을 아내로 삼는다. 그는 세상을 영화롭게 지내다가 뒤늦게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던 중, 불교의 설법을 듣고는 깨달은 바가 있어 팔 선녀와 함께 불문에 돌아와 극락세계로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서포 김만중의 삶과 줄거리를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 소설은 다른 고전소설과는 좀 달랐다. 우선 구조부터 다른 고전 소설처럼 밋밋한 전개가 아닌 이중적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구운몽 역시 주인공이 모든 면에서 뛰어나 실수를 하거나 패하는 일이 없다는 점에서 고전 소설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니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생무상`. 사람은 어차피 흙으로부터 나와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현세의 일들은 모두 허무한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부귀영화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누린다고 할지라도 이것은 하룻밤 꿈에 불과한 일인 것이다. 이러한 하룻밤 꿈을 깨고 나면 다들 똑같은 처음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게 마련이다.
짧았던 나의 16년을 돌이켜 보면 너무 허무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고, 방과후에는 학원 가고,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와 잠을 잔다. 반복되는 하루 하루를 되새겨 보면, 그것은 내 가슴속의 조그마한 그림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장은 가슴 저리게 무언가를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에 `인생무상`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아직 어렴풋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자신이 만들어 나갈 부귀영화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처럼 나도 많은 꿈을 가지고 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좋은 직장도 얻고, 그리고 행복과 즐거움이 넘쳐나는 생활을 누리기도 하고……. 그러나 이런 것들도 나의 헛된 욕망일지도 모른다.
나도 현실의 삶에서 나이를 먹어 뒤늦게 후회하기 전에 꿈으로 한 번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면 좀더 현명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지금도 나의 인생 기차는 종점을 향해 가고 있다. 그 기차가 종점에 도착했을 때 나는 과연 진정한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
이런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지금의 나,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내 인생의 기차가 지금보다 더 가까이 종점으로 다가갔을 때, 나 자신만 생각하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보다 주위 사람들을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한다. 그때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이름의 인생 기차는 아마 행복열차가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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