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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고전 40권 중에서 나의 눈을 고정시킨 책이 있었으니 그 책이 바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이다. 솔직히 너무 어렵고 딱딱해서 다 보지도 못하고 다른 책으로 주제를 바꿀까 하고 생각도 많이 했으나 역시 이 주제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군주라... 지금 세상에서 군주가 필요한가? 민주주의 시대에 군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도 그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곁에도 군주가 있기 때문이다. 단 군주라는 이름이 아닌 대통령이라는 통치자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다. 군주를 완벽하게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군주는 타고나는 것이므로 그저 자신의 군주에게 아첨하기 위해 그럴싸한 말을 적은 글인가? 그렇지 않다. 마키아벨리는 몽상가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계획을 논리 정연하게 서술하였기에 그는 후세에도 널리 이름을 알린 것이다.
말 그대로 이 책은 군주 지침서 또는 군주 참고서 정도가 될 것이다. 내용은 대체적으로 고대사와 현대사에서 차용해 온 여러 가지 사례들을 동원해 주권자에게 현실과 더불어 군주의 마음가짐이나 행동 등을 조언하여 주권자를 완벽하게 만들 목적이 논설되어 있다. 마키아벨리는 몽상가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계획을 논리 정연하게 서술하였기에 그는 후세에도 널리 이름을 알린 것이다. 그의 계획은 지극히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살았던 그 시대에는 르네상스 시대였기 때문이다. 물론 낭만적이고 부드러운 르네상스 시대지만 내면에는 이탈리아의 분열과 다시 통합하기 위한 전쟁 등으로 혼란에 빠져있었다. 그 당시에 그가 생각하기에는 강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로지 폭군만이 모든 것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이 전제조건을 망각하고 군주론을 생각한다면 고작 폭군 제조법 정도로 밖에 안보일 것이다.
군주는 자비롭다는 평을 받는 것이 좋지만, 신하를 복종시키고 국민을 결속시키기 위해서라면 가혹하다는 …(생략)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어쩌면 군주가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직업일 수도 있겠다. 솔직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법시대에서 자비심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지나친 자비심으로 인해 혼란 상태를 초래하게 되어 패가망신하고 나라 망쳐먹고 하늘나라로 가는 것보다는, 이따금 한 번씩 가혹함을 보여서라도 평화와 질서를 유지시키는 군주가 결과적으로는 더 자비롭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요즘도 말보다는 매를 한 번씩 휘둘러 주면 솔직히 성적 향상 속도가 월등히 빨라진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의 주장은 타당하다. 선생님의 가혹함은 소수의 학생들로부터의 미움으로 끝나지만 지나친 자비심은 진흥고의 명성에 해를 가할 수 있다.
군주가 언약을 지키며 술책을 쓰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산다는 것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오늘날 원칙과 상식이 무시되고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은 피해를 보는 삭막한 현실에서는 계략으로 사람들을 혼란시키는 군주가 오히려 더 큰 일을 성취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결과들로 이러한 군주들이 신의에 행동의 바탕을 두고 있는 군주들을 압도하여 온 것을 알 수 있다. 점점 더 물질문명화 되어가고 사회가 각박해 질수록 구원자 같은 절대적인 군주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고려시대에도 혜성처럼 등장한 궁예에게 사람들의 이목은 집중되었다. 군주는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
싸움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하나는 도리에 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힘에 의한 것이다. 전자는 인간 본연의 길이며, 후자는 본래 야수의 짓이다. 우리는 대개 첫 번째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려 한다. 나 역시 우선은 말로 해결한다. 무식하게 힘을 사용하는 일은 자제한다. 그러나 첫 번째 방법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여기서 선택을 한다. 내가 포기하거나 아니면 무력을 사용하거나. 군주는 첫 번째 방법이 안 통할 경우에 두 번째 방법을 혼용해야 한다. 군주가 무식하여 그저 힘만 믿으면 나라는 패망의 지름길을 걷게 된다. 즉, 군주는 야수성과 인간성을 교묘히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처럼 군주란 야수의 성질을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지만, 이런 경우 특히 여우와 사자의 성질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사자는 책략의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힘에서 늑대를 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함정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여우라야 하고, 늑대의 혼을 빼려면 사자라야 한다. 그저 사자의 용맹만을 내세우는 자는 졸렬하기 이를 데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이 두 가지는 군주가 갖춰야 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이에게 한 번쯤 깊게 생각해 볼 만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군주는 냉정해야 한다. 사려 깊은 군주는 신의를 지킴으로써 자기에게 해가 있을 경우, 혹은 약속을 맺던 때의 동기가 이미 없어 졌을 경우에는 신의를 지키려 하지도 않으며 신의를 지켜서도 안 된다. 모든 사람들이 선하다면 이런 가르침은 옳지 않다고 할 것이다 .너무 한다거나 비열하다고 할지 몰라도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다. 모든 사람들이 선하다면 이런 가르침은 옳지 않다고 하겠지만 인간은 사악한 존재로서 당신에 대한 신의를 지켜주려 하지 않으므로, 당신도 그들에게 신의를 지킬 필요가 없다. 또, 군주에게는 신의의 불이행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이 얼마든지 있는 법이다. 뒤에 덧붙인 말인 군주에게는~법이다. 이 부분은 순 억지다. 군주라고 해서 법을 어기거나 일반인과 다른 특혜를 누려서는 안 된다. 그 당시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시대와 맞춰보자면 이기주의적 성향이 강한 군주라 할 수 있겠다.
한 나라의 통치자라는 무거운 직책의 군주. 소설에서 나오는 야망을 가지고 자신만의 나라를 건설해 나가는 낭만적인 군주가 아닌 현실적이고 냉철한 군주. 그런 군주야말로 지금 남북이 분단되어 고통받고 있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인물상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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