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중3 교과서였던가.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의 가장 앞 부분의 내용이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지금 생각하면 시험 기간에 그 부분을 공부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던 생각이 난다. 기행문이라서 인지 아니면 작가의 취향인지 모르게 각 문장에는 수식하는 구가 많았다. 그리고 문장 또한 길었다. 이게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하면서 느꼈던 감정이라면 두 번째 느꼈던 감정은 사뭇 색다른 것이었다. 수업 시간에 이 작가의 여정에 따라 글을 읽어 가며 선생님의 추가 설명을 듣는 시간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교과 내용이외의 다른 내용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단순한 생각이 아닌 이 책 내용에서 느끼는 고유의 즐거움이었다.
작년 여름 방학 나는 이 책을 처음 접할 수가 있었다. 각 반마다 컴퓨터 설치를 하시는 선생님을 도와 무려 3일을 꼬박 이 일에 매달려야 했다. 그 결과 봉사 활둥시간을 다 채우긴 했…(생략)

지 않고 생략되었던 여정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데모 게임을 하다가 원본 즉 정품 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나는 다음 장을 펼쳐 나갔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의 중심 내용보다는 목적지까지의 가는 과정의 배경 설명, 또는 작가의 경험, 작가가 좋아하는 식당 이야기, 그 곳에 얽혀 있는 이야기 등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작가는 한 곳에 적어도 5-6번 정도는 답사한다는 것이다. 아직 내가 들어 보지도 눈으로 보지도 못한 곳들을 그는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리고 나이가 듦에 따라 사회가 변함에 따라 각각 답사 지의 모습은 달랐을 것이다. 역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았고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내가 만약 작가와 같은 연륜 층의 독자라면 이 글을 어려움을 없이 읽을 수 있을까? 이 작가만큼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경험 할 수 있을까? 이 의문은 내가 커서 우리 부모님의 연세가 휠 씬 넘은 후에야 그 해답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 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가 언급한 내용이다. 내가 이 책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이것일 것이라는 생각을 뿌리 칠 수 없다. 그 만큼 상식이 부족하다는 의미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위의 문장이 제시된 후로 저 글의 의미를 뼈져리게 느끼며 다음 장엔 아는 내용이 나오기를 간곡히 되뇌었다. 내 간곡함에서인지 읽지 않아 흥선 대원군(이항응)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날뛰었던 19세기. 흥선대원군이 안동 김씨의 눈에 띄지 않게 행패를 부리며 다닐 즈음 그는 정만인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아버지 즉 남연군의 묘자리를 알아보고 가야산에 있는 가야사라는 절의 위치에 묘를 세우면 자신이 왕이 된다는 말에 그는 가야산을 불지르고 남연군의 묘를 세웠다. 이 묘가 바로 독일의 오페르트가 도굴하려고 했던 묘이다.
흥선대원군과 관련된 것들은 보덕사를 말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나는 뒤 늦게 알 수 있었다. 뒤로 연이어 경주가 나왔다. 경주는 신라 시대의 중심지라 그만큼 유뮬 유적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우리 학교에서는 2학년 수학여행의 한 지역으로 이곳을 택했다. 불국사를 지나 석굴암을 그리고 경주 박물관과 첨성대로 우리는 경주를 둘러본다고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 작가가 시작하면서 하는 말이 경주는 워낙에 역사가 깊은 곳이라 하루 이틀의 여정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약 한달정도의 기간동안 하는 것이 진정 방문 한 것이고 경주를 아는 길이라고 했다. 후후.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백문불여일견이라고 1박2일이든 하루든 보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이내 내 이런 생각들은 지우고 작가의 생각에 따라야 했다. 내가 아는 게 너무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가가 소불선생이라 부르는 사람이 말한 세 곳 경주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곳-진평왕릉, 장항사 절터, 에밀레종-중 어느 한 곳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웃음 조차 나오지 않았다.
나머지 부분은 읽는 다고 읽었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작가의 시적인 표현이나 책에 첨부된 사진들 그리고 종종 나오는 시나 어떤 사람의 말 등. 역시 내게는 이 정도가 한계이나 보다. 한가지 떠오르는 시 구절이 생각났다.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같이’. 이것도 언제가 배웠던 시이다.
이 책을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처음엔 한 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3권으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그 세 권을 다 읽고 진정한 독후감을 쓰겠지만 모르고 한 권만 읽고 쓴 것이 죄책감이 조금 들기도 하다. 부랴부랴 읽느라 놓치고 지나간 점도 많겠지만. 언젠가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나의 중3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반을 맡게 되시고 얼마 안되서 ‘피할 수 없으면 그 것을 즐겨라’ 는 명언을 하셨다. 그게 나의 생활 신조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간혹 잊어 버릴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읽을 거라면 정말 즐겁게 읽을 수도 있었을 텐데 왜이리 급히 읽어 버렸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책을 읽고 나에게 한가지 바램이 생겼다. 그건 이 책에 나온 그 모든 곳을 나의 미래의 가족들과 함께 답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자식들에게는 지금의 나의 모습으로 만들기는 싫다. 하지만 그때까지 혹시나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디 온전히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