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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이 책은 박완서의 70년대 짧은 소설을 모아 놓은 "보시니 참 좋았다"에 이어 동일 시대에 쓰여진 짧은 에세이들을 모아놓은 "나의 아름다운 이웃" 에세이집이라고 하지만 동화와 짧은 소설도 포함되어 있는 작지만 소중한 감동을 주는 의미있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우리의 평범한 삶 속에 숨어 있는 기막힌 인생의 낌새들을 포착해낸 꽁트집이다. 총 48편의 짧은 소설로 이루어진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70년대 한국사회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창 산업화가 진행 중이던 70년대는 현대적 자본주의 질서가 갖춰지는 한편으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점들이 양산된 시기이기도 했다. 아파트 건설, 부동산 투기 등의 개발 열풍이 불어닥치고 금전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인간관계 또한 차츰 그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겪는 소소한 해프닝들 속에 도사리고 있는 사회적 병리 현상들을 매스처럼 예리하게 들춰낸다. 그를 통해 인생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사랑과 결혼 그리고 성공의 진정한 기준은 무엇인지를 다시금 되묻게 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 에피소드들을 자연스럽게 인간 본연의 도리에 대한 깨우침으로 연결시키는 이야기 솜씨는 역시 대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잔잔한 향수와 함께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따듯한 손길같은 소박하고 포근함을 느끼게 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시대의 변화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그리고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소설을 읽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성을 발견하게 되고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허구를 포함한 듯 과장됨이 없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전개 방법은 자극적이고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듯하다.
이야기 속에는 가족간의 갈등을 이겨내는 따듯한 사랑…(생략)
이 있고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정이 있고 자연과 현실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행복의 의미와 주어진 현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박완서의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 속에서 특별한 반전이나 돌발 사건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조용하고 부드럽게 마무리하고 있어서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러한 잔잔함이 그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꽁트는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또 반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겨 읽는 장르이기도 하지만 경험상 너무 가벼운 내용의 꽁트를 골라 읽은 적도 몇번 된다. 이번 선택한 이 작품은 읽을수록 잘 골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단 맛이 있다. 김장김치같이 오래 묵은 깊은 맛은 아니지만 친구들과 분식점에 가서 이것저것 시켜놓고 조금씩 맛있는 음식들을 수다와 함께 맛보는 그런 맛이다.
사회를 풍자하기도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야말로 술술 써내려간 듯하다. 편하게 읽히지만 뭔가를 생각하게하는 내용 또한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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