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밝혀주는 보배의 거울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의 거울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의 거울
어렸을 때 미술 대회를 자주 나가 미술을 즐겨하던 나에게 매우 난해한 대회가 있었다. 그 미술 대회의 제재는 명심보감 내용 중 선정된 내용을 상상하며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어린이 명심보감을 단지 미술 대회를 위해 사서 읽었다. 아무 생각 없이 쪽마다 그려진 삽화만을 유심히 관찰하며 그 의미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책장을 넘겼던 나의 철없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부모님의 큰 울타리 안에서 뭣모르고 자신이 꽤나 똑똑하고 예술적 감각같은 것이 있는 뛰어난 어린이라 자부하며 예쁜 트로피를 타기 위해 이 책의 글자를 따라간 참 유치한 어린애 였던 것 같다.
그런데 거의 10년만에 어린이 명심보감이 아닌 원문을 통해 이 책을 본 나의 느낌이 어떻게 이렇게 판이할 수 있을까? 철부지 어린 아이에서 이제는 학문을 시작하려는 소녀가 되어 펼쳐본 명심보감은 내 인생에서 영…(생략)

받았고 앞서 생각했던 글귀는 현 시대의 상황에서 해석한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것이었다. 학생인 나는 무엇보다 마지막 장인 동학(動學)을 보며 많이 반성했다. "짧은 한 순간도 가벼이 여기지 마라. 연못가의 봄풀은 아직도 꿈을 꾸는데 어느덧 섬돌앞 오동나무 가을 알리네."

정신이 번쩍 든다.

`내일은 없다` 라는 시가 떠오른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시간을 다투며 보석같이 아낀다는데 새삼 새롭다.

"한 순간의 분노를 꾹 눌러 참으면 백날 동안의 근심을 면하리라" 너무 쉬운 이치지만, 솔직히 실천하기란 쉽지가 않다. 일상 생활 속에서 내 맘에 안들고, 하기 싫고, 짜증날 때 그걸 못 참아 터트리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도 불편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화를 누르지 못할 때가 있다. 하고 나서 후회하지만, 그 순간을 못 참는 내가 부끄럽다. 그런데 백날 동안의 근심을 면할 수 있는데 무얼 못하리요?

매사에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순간의 일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건 심한 말일까? 말의 중요성을 무섭게 느끼게 해준 글들 중에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차라리 밑 빠진 항아리는 막아도, 코 아래 가로놓인 입은 막기 어렵다." 그 모습을 상상해보니 난 우습기도 했지만, 그 놀라운 지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님께서 항상 주의를 주시는 말조심. 나의 바른 삶과 모든 사람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입은 절대 빠져선 안 된다고 절실히 느끼며 생각해 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분명히 깨달은 것은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였다. 이 책에서는 자식과 부모를 대하는 태도와 생각의 차이를 비교하며 부모님의 사랑에 효도를 강조했다. 난 아직 어머니가 되어보지 못해 내가 과연 내 자식을 챙기게 될까? 라고 의문스럽기도 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부모님에게 온 몸을 다바쳐 효도하고 은혜를 갚는 것이 자식의 도리라는 것이었다. 항상 엄마, 아빠의 걱정만 끼쳐드린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부모님께 효녀가 되고자 노력해야겠다. 효에 대한 글을 읽을 때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끼며 새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장사숙의 좌우명을 모방한 나의 좌우명을 붙이며 짧은 시간동안 감동과 깨달음을 한꺼번에 가져다준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거울`을 덮는다.

10년 전 명심보감과의 첫 만남에서 지금의 이 느낌까지를 통해 배움의 힘을 실감한다. 10년 동안 살아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내가 무언가 배우고 발전했나보다.

10년 뒤, 명심보감의 글귀를 생각하며 실천하려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때 다가올 보배로운 환한 거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