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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있는 책...‘향수’를 읽고...
세상은 온통 악취덩어리일지 모른다. 자신을 좀더 그럴 듯 하게 보이게 하는 향기에 도취되어 지금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지만, 세상은 분명 아름다운 향기로 이루어져 있지 만은 않다. 그 사실을 알아버린다면 삶의 의욕을 잃을지 두려워 알면서도 모른 척 하며 자신의 향기에 도취되어 지내는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천재가 있었다. 향기로 온 세상을 지배하고자 했으나, 정작 자신은 아무런 향기도 아니, 냄새조차 갖지 못한.... 천재는 오로지 최고의 향수를 만들겠다는 신념만으로 거친 세상을 용케도 이겨내 왔다. 하지만 천재는 결국 그 향기에 환멸을 느껴 자신의 인생을 마감하고 만다.
살아가면서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다가섬을 느끼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목표를 세워 그 것을 인생의 버팀목으로 삼아 살아간다. 그런데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 낸 자신의 목표가 삐뚤어진 것임을 얼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훌륭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란 그 목표를 이루어 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모든 사물의 형상과 지식을 냄새를 통해 익혀 나갔다. 이미 향기에 미쳐버린 그는 처음 느껴보는 아름다운 향기를 소유하기 위해 그 향기의 주인을 숨지게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향기는 그루누이의 인생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언가에 미쳐버린다는 것. 인생에서 그런 열정을 가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현실에 쫓겨 마지못해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면서, 사악함으로 표출되기는 했지만 그 열정만은 아름다웠던 그루누이가 부러워질 때가 있다.
그루누이는 최고의 향기를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 25명을 살해하고 그녀들의 향기를 자신의 것으로 소유한다. 그 엄청난 사악함이 드러난 사형선고를 받게 되지만, 그의 신념이었던 최고의 향수가 드디어 그 효과를 드러내게 된다. 향기를 맡은 모든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고 그를…(생략)
숭배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증오 속에서 자신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달은 그녀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의 광적인 사랑으로 그 험난했던 인생을 마감한다.
증오 속에서만 자신을 느낄 수 있었던 그루누이가 바랬던 것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감정인 증오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아는 것이었다. 그러나 향수의 가면 때문에 또 다시 자신의 무취를 확인하고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인생에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금은 자신을 좀 더 잘나 보이게 하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 마치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자아의 존재는 현실보다 중요하지 못하고, 그 존재의 인식은 도리어 나의 현실을 진보시키는데 걸림돌이 되고 만다.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도 자아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무엇들을 광고하는데에 그친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하나의 흐름을 쫓아가는데에 자기의 모든 능력을 소모해 버리는 것만 같다.
그루누이는 인생에서 단 한번만이라도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그러한 욕구로 인해 자신의 천재성을 악마적 행태로 표출한 것이다. 스스로는 아무런 체취도 없으면서 세상의 모든 냄새를 소유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다. 인간이 싫어 산중에서 7년간을 아무 부족함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그 곳을 떠나게 된 이유도 결국은 자신의 냄새를 소유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인간이 싫어 떠난 산중에서 7년간을 아무 부족함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그 곳을 떠나게 된 이유도 결국은 자신의 냄새를 맡지 못했기 때믄이 아닌가? 냄새로 모든 현상을 파악하는 그에게 있어 자신의 냄새가 없다는 것은 자신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실 그가 자신에 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인생에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과 진짜 `나` 를 안다는 것. 무언가가 통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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