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을 읽고

《모더니즘》을 읽고...
책이름 : 모더니즘 - 현대미술총서
저자 : 찰스 해리슨
출판사 : 열화당
학교에서 내 준 미술숙제로 이 《모더니즘》을 읽게 되었다. 미술 선생님께서 이 《모더니즘》말고, 네 권의 책을 더 제시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굳이 이것을 골랐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한 순간, 처음부터 다른 무수한 책들과 심히 비교되는 얇은 두께로 내 마음을 끌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모더니즘’ 에 대한 나의 호기심과 애착 때문이었다. 미술이 아닌 문학이라든지 하는 다른 분야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자꾸 ‘모더니즘’ 에 대한 이야기가 수없이 언급되고는 했는데, 모더니즘에 대해 찾아보기를 귀찮아하며 거의 그냥 모르는 채로 넘어가곤 했다. 또, 이제껏 ‘모더니즘’ 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많았음에도 그러지 않고 무심히 넘겨버려, 이 나이 되도록 여전히 무지한 내가 한편…(생략)

0ｃ초 아방가르드 미술의 추상적인 작품에서도 다른 작가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모방의 형태가 가끔씩 나타나곤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모더니즘의 원시적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서구의 문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흔히 말하는 ‘서양’은 15～16ｃ, 선각자적 혜안을 가진 이들에 의해 르네상스나 종교개혁이 일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18ｃ～19ｃ에 일어난 혁명적인 산업화와 도시화의 시발점이 되었고, 격동의 세월을 거쳤다. 그런 세월을 거치며 서양은 보통, 인간을 자연의 한 부분이라고 여겼던 동양과 달리 자연을 개척의 수단으로 보았고, 자연을 배제한 인간중심의 세계, 데카르트적 사고, 이분법적 논리를 기본으로 모든 것들을 행해나갔다.
따라서 나는 모더니즘의 기원이 산업화된 서구의 문명인 것과 필연적으로, 모더니즘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기초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분법적 사고와 흑백논리는 좀 다른 개념이지만, 반대편과 또 다른 반대편으로 나누어져서 좋은 것, 즉, 이익이 되는 것을 택해버리는 모더니즘을 설명하기 위한 이런 면에서는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나와 다른 것을 구분하는, 그러한 면들을 유심히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모더니즘은 철학적으로 ‘실증주의’ 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실증주의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데, 다양한 의미 중에서도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 같은 개념의 모더니즘과 어울릴 수밖에 없다. 나와 다른 것을 구분하려면 우선 다른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고, 지식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경험을 기초로 한 지식이 제일이기 때문이다. ‘실증주의’ 는 인간의 진보는,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요소들을 중시함으로써 결정지어 진다고 여겼다. 이는 초기의 모더니즘의 의미와 매우 일치한다.
이러한 것들로 모더니즘을 살펴보니 참 신기한 생각도 많이 들었고 어느 정도 흥미도 있었다. 하지만, 미술의 역사와 기초적 지식, 개념이 부족한 나에게는 두께에 끌린 이 책 너무나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책의 분량은 적은데 그 속에 담긴 내용이 나에게 매우 생소한 것들뿐이어서 ‘다른 책을 읽어볼까’ 하고 나름대로 고민도 했지만 결국 난 끝까지 이 《모더니즘》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그럴 수 밖에 없는 ‘모더니즘’ 만의 매력 덕분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모더니즘》의 ‘모더니즘’ 이라든지 ‘모더니스트’ 라든지 하는 단어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쪽 저 쪽 나에게는 온통 신기한 내용들뿐이었다. 내 자신이 너무 무지해서 이 책의, 이 책을 쓴 작가의 의도나 진정한 의미를 완벽히 깨닫지는 못했지만, 미술을 모르는 나에게는 정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이 모더니즘을 알아감으로써 현재 내가 살고있는 현대사회를 조금이나마 더욱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많이 어려웠지만 모더니즘을 암으로써 다른 것에도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