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한 기독교 순전한 기독교

순전한 기독교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지성으로 불리는 C.S 루이스. 비록 우리보다는 몇 세대를 먼저 살다간 분이지만, 현대 사고와 뒤떨어 지지 않는 지혜 -소위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의 소유자였던 그가 쓴 ‘순전한 기독교’라는 책은 진리를 설명하는 탁월한 변증 및 논증의 전개로 과연 그가 그렇게 불릴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루이스의 본 저작은 20세기 영국의 라디오 방송과 강연 등에서 다루었던 기독교에 대한 변증과 논의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단순히 비기독교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에 관심을 가진 사람과, 기독교에 의문을 품은 사람, 그리고 막 복음을 믿고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신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기독교에 대한 양식을 살찌워 준다. 또한 기독교인들이 무엇을 믿는지,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 믿음을 방해하는 기독교의 개념들이 어떤지에 대한 설명이 대단…(생략)

그의 변증이 학술적인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할 뿐만 아니라 수용자로 하여금 쉽게 이해 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만약 예수 그리스도가 2000여년 전에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신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지금 겪는 고난과 고통은 아무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매우 강한 힘을 지닌 루이스의 말이다. 이는 그의 막힘없고, 경쾌한 글의 호흡과 어우러져 더욱 빛나는 대목중의 하나이다.
본문 내용 중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글쓴이가 주장했던 두 가지 요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구 위에 사는 인간은 누구나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기묘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그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 점입니다.” 이 말인즉슨, 사람들은 자연법을 알고 있음을 가리킨다. 사람들이 자연법을 지키지 못할 때, 누군가가 그 사실을 지적하면 엄청나게 많은 변명거리들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 변명거리들이 그럴듯하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점은 그 변명거리들이야말로, 싫든 좋든 우리가 자연법을 얼마나 깊이 믿고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라는 것이다. 글쓴이의 말대로 만약 바른 행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르게 행동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렇게나 변명거리를 찾느라 노심초사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이는 그 사람이 ‘바르다’는 가치를 아주 깊이 믿고 있기 때문에 -자연법의 압력을 적지 않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그 법칙을 어기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머지, 어떻게든지 책임을 전가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의 주장들은 철학이나 문학적 사상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기독교적 사상을 불어넣어 준다. <순전한 기독교>가 쓰여진 시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신앙서적보다 최소한 30년은 더 된 책이지만, 이 책이 지금도 많은 복음주의 신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가 뒤늦게 회심하며 또 고민하던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더욱 정확하게 고민하고 또 설득력 있게 전개해 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변증이기에 논리를 중점으로 풀어나가지만 최대한 이해하기 쉬운 예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그의 탁월함을 엿볼 수 있다.
기독교 신자라면 한번쯤 이런 의문을 품어 보았을 것이다. 그토록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지는데도, 혹은 역사적으로 그토록 억울하게 신앙이라는 멍에를 쓰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그 믿음을 이토록 견고히 만들었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측면에서 설득력 있고 거기에 걸맞는 이론적 바탕을 탄탄하게 해 줄 수 있을 만한 책이 한 권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독교를 포함하여 종교든 철학이든 다른 어떤 사상이든 그 속에 담긴 핵심적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안내서 정도의 역할을 하는 책이 한 권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바로 이 책(순전한 기독교)이야 말로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이 되고자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이자, 기본서이며, 교과서인 것이다.
혹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성경`이 있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감동으로 이루어진 말씀 그 자체이지, 말씀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책은 아니다. C.S.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외에 지금까지 달리 안내서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안내서 역할을 하는 책들 중에 가장 뛰어난 책이라는 생각만큼은 양보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기독교의 진리가 결코 실패할 수 없다는 합리적 근거를 확고히 할 수 있었으며, 평소 논거가 빈약하다고 느껴왔던 기독교의 근본 의미에 반하는 논리(이를테면 예정론에 대한 이론적인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생각의 기본 틀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자인 나로서는 이번 중간고사 기간에 필수도서로 ‘순전한 기독교’가 아니라 ‘사람의 아들’이었던 점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순전한 기독교’는 읽는 이로 하여금, 기독교에 대한 깊은 통찰과 깨달음을 주는데 비해, ‘사람의 아들’은 액자 소설이라는 명분으로 기독교의 모순된 점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내용이 친구들에게는 아무런 감명도 주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이 그에 앞서 ‘순전한 기독교’를 접했더라면 질서정연한 그의 논리 앞에 조금이나마 기독교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나도 예수님을 믿고 있지만, 한번쯤 생각만 해보았던 문제들을 이렇게 명확하게 논증을 통해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설득시킬 수 있을만한 논증으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을 보며 가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