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살아있는 영화를 읽고 이승형

숨어있는 살아있는 영화 -라쇼몬-
이 책은 책 제목답게 숨어있는 영화에 관한 책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지는 못해서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영화나 이제야 막 들어와서 알려지기 시작한 영화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또한 이 책의 제목답게 숨어있기는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그리고 살아 있을만한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31개의 명화들의 줄거리와 감독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지 않아도 영화를 본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영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촬영 기법을 사용해가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마치 여러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재미 있었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나도 모르게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에서 세계 영화계의 대가 대열에 낄만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몬>이 가장 인상깊었다. <라쇼몬>은…(생략)

. 그러자 부인은 두 남자가 결투를 해서 이기는 사람을 따라 가겠다고 말하고 그 결투에서 남편이 죽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인의 증언이다. 부인은 산적과는 전혀 다른 증언을 한다. 산적은 일이 끝난 후 부부를 남겨두고 떠났고 부인은 울면서 남편의 끈을 풀어준다. 그러나 남편은 부인을 증오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결국에는 단도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 자살했다. 부인은 자신을 가련하고 불쌍하고 무력한 여인으로 표현한다.
세 번째로 죽은 남편을 무당을 통해서 불러낸다. 일이 끝나자 부인은 산적에게 남편을 죽여 달라고 애원한다. 여자의 말에 남편은 물론 산적마저 분개한다. 부인이 도망가자 산적은 남편을 묶은 끈을 풀어주고 여자를 쫓아간다. 혼자 남은 남편은 분노와 좌절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증언한다. 남편은 자신을 무사 정신이 투철한 사무라이로 묘사한다.
마지막으로 나무꾼이 말한다. 자기는 이 살인사건을 처음부터 목격했다는 것이다. 산적이 여자에게 자기와 살자고 조르자 여자는 강한 남자를 따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과 산적 모두는 여자를 두고 싸울 생각이 없다. 여자는 당신들 두 남자는 모두 비겁자들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두 남자는 어쩔 수 없이 결투를 벌이다가 결국 남편이 죽었다는 것이다. 나무꾼은 이들 두 남자가 모두 나약하고 비겁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
이렇게 똑같은 사건을 놓고 네 사람의 말이 각기 다르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결국 이 영화에 나온 네 명의 증인들은 모두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인간사에서 절대적 진리란 없는 것이다. 사물을 보는 관점에서 저마다 조금씩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살을 붙이거나 거짓말을 하게 마련이다. 구로사와는 인간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기 위해서 다들 조금씩 거짓말을 하는 것을 그냥 인간적인 것이라고 방관해 버리면 윤리 의식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정신과 엄격한 윤리 의식이다. 자신이 조금의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지키고 법과 규율을 준수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완고한 윤리 의식과 준법 정신 등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따라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윤리 의식을 가진다면 우리 사회는 결국 잘못된 윤리가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완고하게 윤리 의식을 지키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