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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를 읽고
누군가 나에게 시 한편을 감상해 보라고 한다면 나는 미술관에서 전혀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는 추상화를 감상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거절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는 나에게 늘 어려운 문학 장르로 다가왔고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하지만 수능이라는 대학입학 시험에 나오기 때문에 마지못해서 시에 밑줄을 긋고 시의 주제를 외우고 운율은 어떤지, 형식은 어떤지, 어떠한 표현기법을 썼는지 외우는 단순한 암기과목으로 변하였다.
이렇게 나는 시를 어렵고 재미없는 장르로 인식하고 있는 나에게 시가 가진 마법 같은 마력에 빠져들게 한 책이 이었으니 그것이 바로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라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읽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인터넷과 서점을 통해서 무수히 베스트 셀러로 팔려 나가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호기심으로 사게 된 책이었다.
어째든 그렇게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라는 책을 사들고 나는 집으로 오고 있던 중 갑자기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하늘에서 빗줄기가 쏟아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온 후 몸을 말리고 방으로 들어가서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나는 마치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박목월의 절창 속에 넘치는 향토색 이미지의 뿌리는 경주에서, 조지훈의 맑은 시혼과 드높은 기개는, 늙은 향나무들이 서 있고 고가가 유난히 많은 그이 고향마을과 한 몸으로 어우러져 있음을 발견하면서 시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마음과 눈으로 시를 노래한 천상병을 보면서 기계 문명에 찌든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두 명의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그 두 시인은 정지용 시인과 백석 시인... 이 두 사람은 우리나라의 시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지만 분단의 상황에서 사상의 장벽 때문에 뒤늦게 빛을 발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백석 시인과 자야 여인과의 분단 상황 때문에 이루지 못한 …(생략)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그의 시를 더욱더 애틋하게 만들어 주었다. 전혀 사상이 아닌 그들의 시는 정통성 없는 정권에 의해 금지 되어왔다. 하지만 뒤늦게 서야 이런 보석과 같은 시들을 마음껏 접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인의 위대한 예술혼은 사상도 범접하지 못할 위대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처럼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는 그 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시인의 생애와 가슴아픈 사랑이야기 그리고 시대를 잘 못 타고난 그들을 이야기를 통해서 시를 나에게 친구 같은 존재로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읽은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는 그 동안 문명의 이기에 젖어있던 나를 아름다운 시의 세계로 여행을 시켜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 나에게 한 편의 시를 감상해 보라고 한다면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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