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과 그의 시대 독후감 신돈과그의시대 1

< 신돈과 그의 시대 >를 읽고
신돈은 고려 말 정국이 어수한 상황일 때 정계에 진출하였다. 당시 왕가(王家)의 상황을 살펴보면 고려말기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리라는 것을 조심스레 짐작할 수 있다. 고려의 충혜왕이 원나라로 끌려가는 것을 시발점으로 하여 그 이후 고려의 왕들은 충렬왕, 충선왕, 충숙왕, 충혜왕, 충목왕, 충정왕으로 그 이름과 의미가 변질된 채 원나라의 황제에 대한 충성의 표시로‘충(忠)’字를 계속 붙여야만 했다. 또 왕은 원나라의 공주와 강제적으로 결혼을 해야 했다. 나라가 원나라의 속국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에 사회 질서기강도 헤이해지고 백성들의 성(性)의식도 문란해져 이 시기를 표현한 문학작품들을 보면 얼마나 고려 정국이 불안했는지를 알 수 있다. 만두가게 쌍화점 이야기도 그렇고 삼장사, 우물, 술집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 이야기들을 읽어 보면 지금의 서구사회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개방적이다. 일…(생략)

홍건적과의 전쟁, 덕흥군 과의 전쟁에서 맹활약했다. 그는 또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고려의 군대는 어느새 최영의 손에 들려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최영도 정계에서 내몰리게 된다. 바야흐로 신돈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편조의 집권은 노국공주가 세상을 뜨기 전부터 국왕의 머릿속에서 이미 구상되었다. 편조는 공민왕의 사부로서 국정을 자문했다. 고려시대에는 불교를 대표하는 고승을 왕사.국사로 임명했고 유교경전에 밝은 유자를 왕의 교육 모임은 경연에 참여시켜 사부로 삼았다. 그런데 편조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초월해 국왕의 스승이 된 것이다. 왕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신돈은 개혁을 추진했다. 많은 사람들이 좌천되거나 파면, 유배당했으며 상당수가 죽음을 당했다. 신돈은 최영을 계림윤으로 축출한 날부터 권력개편을 단행했다.
편조는 신돈의 법명이다. 편조는 ‘두루 비추다’라는 뜻이고 ‘돈’은 ‘밝다’라는 뜻이므로 편조나 신돈이나 같은 뜻이었다. 신돈은 화왕산이 있는 경상도 창녕 사람이다. 신돈은 재상 서열 1위인 영도첨의로서 무반의 최고기구인 중방, 감찰기구인 감찰사, 승정기구인 승록사, 천문대인 서운관의 장관까지 겸했다. 신돈이 이렇게 권력을 장악하자 공신과 권세가와 명문세족이 많이 숙청을 당하였다. 특히 최영 등의 주류공신, 주류 무장세력이 핵심 숙청 대상이었다. 이러한 숙청을 주도해 정계를 재편한 것이 신돈의 역할이었다. 공민왕은 최영의 인기와 기세가 너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신돈은 이러한 공민왕의 마음을 누구보다 빨리 읽었다. 또한 신돈은 노예, 매골승으로 자라났기 때문에 자신을 거둬준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그가 실시한 개혁의 핵심은 강압적으로 빼앗은 토지와 억울하게 노비가 된 자를 가려내 바로잡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돈이 집권한지 1년째에 설치한 기구가 토지와 노비 소유의 합법여부를 ‘변정’(변별해 옳게 판정하는 것)하는 ‘전민변정도감’이었다. 여기에서 신돈의 대중구제에 대한 열망이 담겨있었다. 田, 民을 제대로 변정해주면 서민들이 빼앗긴 땅을 찾거나 조세부담을 덜 뿐만 아니라 많은 노비들이 양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돈이 포고령을 내자 노예들이 주인을 배반하며 외쳤다 “성인이 나셨다” 신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신돈은 그들에게 부처나 다름없었다. 신돈은 노비의 편에 서서 변정했다. 그러나 노비를 빼앗긴 노비주인들은 신돈을 저주했다. 이때 王師인 보우는 나라가 위태롭다며 공민왕에게 글을 올려 신돈을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왕사 징표를 반납하고 도솔산을 거쳐 전주 보광사로 피신했다. 공민왕의 신돈에 대한 존경심이 커질수록 신돈을 시기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늘어만 갔다. 신돈은 이를 의식해서인지 보우가 떠난 국사자리에 친분이 있는 선현과 천희를 왕사와 국사로 임명했다.
신돈은 다른 한편으로는 고위관료들의 부인을 불러내어 불륜을 저질렀다. 그 와중에도 그의 머릿속에는 “이것이 순수한 환희일까?”아니면 “노예시절에 당한 수모에 대한 복수인가?”라고 생각을 하였다. 공민왕 16년에 오인택 등의 신돈제거가 논의된다. 군부가 신돈에게 정면도전한 셈이다. 신돈이 노비가 없는 평등세계를 꿈꾸고 있음을 눈치챈 것이다. 신돈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최영에게서 쫓겨난 오인택을 구해서 등용한 사람이 신돈이었기 때문이다. 신돈이 아무리 정적을 차단해도 자신에 대한 저항세력을 줄어들지 않았다.
당시 원의 조정은 내분에 시달리느라 제대로 명의 북벌군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대처하지 못했다. 순제, 기황후, 황태자는 대도를 버리고 몽골초원으로 도망갔다. 중국을 지배하고 세계를 호령한 몽골족의 원 제국은 사라졌다. 공민왕은 이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원이 기울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함락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고려 밖은 새로운 세력 간의 각축으로 혼란스러웠다. 명이 북경을 점령해 전열을 가다듬고 북원이 남진을 꾀하는 가운데 힘의 공백상태에 빠진 요동지역에는 몇몇 군벌들이 할거하고 있었다. 이 기회를 틈타 공민왕도 요동정벌을 명령했다. 이 일을 이성계에게 맡겼다. 이때에 신돈의 권력은 서서히 왕과의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왕은 신돈이 하던 일을 직접 나아가 처리하기 시작했다. 신돈은 왕의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모셨던 공민왕은 관음증과 동성애를 가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사람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국이 불안정해 질 수 밖에 없다. 공민왕은 불교에 비판적인 주원장의 명과 친선을 도모했다. 이는 친원적 성향의 인물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신돈 정권과 불협화음을 빚었다. 신돈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고 그의 정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신돈을 아예 제거하기 위한 반대파의 음모는 계속 되었다. 결국 신돈을 반역 죄인으로 몰고 가기 위한 계획이 진행되었다. 신돈은 자신의 당파였던 임박과 이성림에게 희롱과 멸시를 당했다. 신돈은 참담한 심정을 수습하고 조용히 죽음을 기다렸다. 노예로 살던 시절, 시체를 묻으러 다녔던 매골승 시절, 반야를 찾아 유랑하던 시절, 왕과 의기를 투합하여 한 시대를 이끌어갔던 시절 신돈은 밑바닥에서 최고점까지 정말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교과서나 일반 역사 서적에서 고려말기나 신돈에 관해 다룬 책이 별로 없어 그 시대의 역사적 사실과 시대상황을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이 알게 되었다. 왕가(王家)에서 벌어지는 일 또한 역사책에 잘 등장하지 않아서 실제로 왕의 생활은 어떠했으며 그들의 관심사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은 나의 이러한 갈증도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었다. 특히 더럽고 추하고 변태적인 왕들이나 제국공주에게 뺨맞는 충렬왕의 이야기는 묘한 웃음을 준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나서 권력의 먹이사슬이 얼마나 드럽고 추한 것인지 또 한 번 느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아군이 되기도 하고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이 되어버리는 정치판.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고 자신의 세력유지, 확장을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벌이는 정치판은 고려 때나 오늘이나 변함없는 것 같다. 고려 말기의 불안한 정세는 수많은 외침을 만들었으며 새 시대의 화려한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고려말기 사회와 지금의 이 시점의 우리 사회모습이 자연스럽게 비교되었다. 그리고 불안감을 느꼈다. 혼란한 정세 속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만인평등을 이룩하려 했던 신돈은 다시 평가되어야 할 것 같다. 정말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정치가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다 아는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신분차별 철폐를 실현시켰던 신돈과 같은 사람도 우리 역사에 있었다는 사실이 이 책을 통한 역사공부의 재미를 더해준다. 난 역사책에서 별로 등장하지 않았던 신돈을 잘 몰랐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신돈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밖으로는 중국, 북한, 일본 등의 외세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고, 안으로는 좌파냐 우파냐의 정치이념분쟁으로 시끄러운 이 시점에 현대판 신돈이나 개혁정치가 이색이 등장할 수 있을까? 그럼 사람이 등장하기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