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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감상문>
신의 거울(Heaven`s Mirror) -잃어버린 문명을 찾아서
이 책의 저자는 ‘그레이엄 핸콕’으로 ‘신의 지문’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먼 예전에 존재하였고 지금까지도 그 건축물과 잔재로 존재를 과시하는 옛 문명의 역사(특히 이집트 관련)를 탐구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이 책은 그런 그의 연구가 깊이 스며들어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동봉된 사진들과 그가 친히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생생한 기록, 그리고 수많은(뒤에 목록이 명시되어 있다) 참고 문헌은 이 책을 더욱 의미 있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이 책은 크게 7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지는데, 이 중 서문과 결론을 제외한 본문 파트는 5개로 각각 ‘멕시코’, ‘이집트’, ‘캄보디아’, ‘태평양’, 그리고 ‘페루와 볼리비아’ 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이 각각의 지역에 남아있는 고대 문명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해석하여 그 나름대로의 설득력 있는 결론을 도출해 내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놀라운 것이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가 제시한 근거는 허무맹랑한 것이라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상당히 나를 수긍하게 하였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자세히 말하기에 앞서 저자가 이 글을 통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의 공통된 테마는 ‘하늘과 땅’이다. 하늘은 고대 세계에서 사후의 세계, 죽은 후 돌아갈 곳이며 험난한 시련과 고난이 예정되어 있는 곳이고 또한 빛나는 영광과 환생의 희망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그에 비해 땅은 현재의 세계, 하늘에 비해 보잘 것 없으나 하늘에서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 거쳐야 할 곳이며 또한 그를 위해 버려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어떻게 보면 현재 기독교 사상과 묘하게 일치하기도 한다. 하늘은 사후 세계이나 신들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기에.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 죽음을 모르기에 죽음을 두려워하며 또한 그렇기에 그것을 알기를 바라고 …(생략)
사후를 스스로 창조해 낸다. 고대인들이 생각한 죽음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소멸을 두려워하였다. 나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고 영원히 남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를 위해서는 끝없는 고행과 수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이것은 이집트, 멕시코, 앙코르(캄보디아) 등에서 계속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의식이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는 천체가, 하늘과 그 우리 ‘위’에 존재하는 존재가 우리를 지배하고 우리의 운명을 주관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아, 그것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믿는 신과 비슷한 개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신’이 저 위의 하늘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별과 태양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별과 태양이 이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로 이루어진 물체 중 하나임을 알기에. 그것이 우리가 모르고 경외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한 물체일 뿐이기에.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은 신이 될 수 없다. 그것을 신성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대에는 달랐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 세계로의 입구가 은하수에 있다고 생각했다. 은하수의 암흑지역. 수많은 빛들이 흘러가는 밤하늘의 강의 흐름을 막아서는 어두운 그림자. 그들은 그곳이 바로 자신들을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통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죽어서 소멸치 않고 빛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 하였을 것이다. 어두운 나락으로의 형벌을 피하게 해줄 어떤 행동, 구원으로의 길잡이가 될 규범이 필요했으리라. 고대에 그것은 단지 선행이나 착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들을 ‘눈을 뜬 존재’로 만들어 준 것은 지나가던 거지에게 베푼 빵 한조각도 아니었고 지친 아낙네에게 내민 물 한잔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지식이었다. 먼 고대로부터 전승되어온 위대한 세계의 숨결. 그들의 세상을 지배하는 저 위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일들에 대한 지식. 그것이 바로 그들을 깨닫게 하고 지혜를 가진 당당한 존재가 되게 하며 사후에 심판을 통과하게 하여 주고 ‘어느 하늘에서라도’ 내려와 그 법칙으로 세계를 통치할 수 있게 하여 주는 그들이 ‘추구해야 할 것’ 이었다. 그랬다. 그것은 바로 천문학적 지식이었다. 이에 대해 그들은 이렇게 전한다.
‘이것은 어둠 속에 놓인 말씀이다. 그것을 아는 영은 누구든 산 자들 사이에서 살 것이다. 그는 결코 멸망하지 않으리라. 그는 결코 죽지 않으리라.’
위에서 말했듯이 고대인들은 하늘을 신성시하였다. 그들은 하늘 위의 세계의 존재는 자신들보다 위대하며 이 하찮은 지상은 위의 존재의 법에 의해 지배된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자신들이 그러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이 세상을 움직이는 위의 지식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주된 것이 크게는 별자리였고 세차 운동이었으며 황도였고 춘분과 추분이었으며 작게는 일출과 일몰이었으리라. 그들은 자신들이 그러한 것을 안다는 것을 신에게 보이고 또한 그러한 지식을 후대에게 전승하기 위해 하늘을 그대로 본 딴 건축물을 지상에 건축하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늘 위의 저 별자리에 대응되는 그 위치에 건축물은 세워졌고 방위는 정확하게 의도된 방향으로 지정되었으며 건물 사이사이의 굴과 홈, 터널 등은 대응되는 별이나 그들의 위치가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하늘의 모습을 지상에 본 따놓고 경배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하늘의 것이 땅으로 이어져 내려오리니,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아멘).
그래서, 이것까지는 좋다. 책을 잘 읽어 보면 그는 군데군데 자신이 수집한 많은 증거 자료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고대인들의 이러한 생각 역시 그것들과 더불어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그들의 그러한 사상에 고개 끄덕이는 것은 그렇게까지 힘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그가 주장하고픈 것과 문제 거리가 되는 것은 다른 것에 있다. 문제는 바로 세계 각지에 널리 퍼져 있는 유적들이다.
고대인들이 어느 특별한 숫자들을 중시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 이 굴을 읽고 있는 이들도 아마 피라미드에 관한 숫자들에 대한 기사를 한번쯤은 읽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천체의 운동을 가장 잘 나타내는 숫자 72를 사랑하였고 그것의 배수 혹은 그것의 절반의 배수 등을 곧잘 이용하곤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지구 곳곳에 퍼져 있는 거석 유적들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공통점이다. 이 유적들은 모두 하늘과의 유사성을 나타내고 있으며(예를 들어, 피라미드는 말할 것도 없고,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의 경우 용자리의 별 배치에 따라 건물들을 배치한 것이 거의 확실시되며 그 밖의 유적들도 그러한 연관성을 나타낸다) 특별한 숫자에 따라 그 길이와 위치가 세밀하게 의도되어 건설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건물이 나타내는 하늘이 존재했던 때를 계산해 보면 그 연대가 거의 일치함을 알 수 있다(BC 10500년). 이 외에도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 건국 과정, 의식 등에서도 이들은 수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저자는 이 문명들 뒤에 어떤 이들이 존재하여 그러한 놀라운 천문적 지식을 전승해 주고 사후 세께와 이 세상의 탄생과 멸망에 대한 생각 등을 전파시켜 주었으리라고 주장한다. 자세한 근거는 책을 읽어보기를 원한다. 빛의 상인들(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광활한 바다 가운데 한 섬이 있어 세상의 이치와 지식을 깨달은 현자들이 살며 이들은 배를 타고 몇 명씩 섬을 나가 이 세상 곳곳에 자신들이 지닌 고대의 지식들을 전한다며 자신의 책에서 이들을 빛의 상인들이라 일컬었다) 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먼 옛날에 번성했었던 고대 문명. 수많은 거대하고도 웅장한 건축물을 만들었으며 또한 놀랍고도 정밀한 관측술과 천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그들. 그리고 그들 위에 드리웠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현자들의 그림자. 어찌 보면 허황된 일일지도 모르나 이것이 현실일 리 없다고 그 누가 주장할 수 있는가.
어떤 해안가의 육지가 내려앉아 바다 위의 섬이 되기 이전의 어느 시대에, 바다 속 잠겨있던 땅이 솟아올라 육지가 되기 이전의 어느 시대에 일어났을 지도 모르는 고대의 일들을 알아가고 추적하는 것 이상으로 흥분되는 일이 있을지. 이 길고 긴 두꺼운 책을 계속 내가 끝까지 읽도록 붙잡는 것은 바로 그러한 기분이 주는 마음이 아닐까. 비록 내가 직접 이러한 것을 발품으로 직접 조사하지는 아니하였으되 그러한 탐구의 기쁨이 이 책을 통해 내게 간접적이나마 전달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것이 결국 과학자가 과학을 하는 이유 아니겠는가.
내용 역시 흥미로웠으나 그것보다도 주장하는 것에 대한 충실한 근거들과 이러한 것을 찾아 세상 방방곳곳을 헤매고 다닌 저자의 끈기와 긍지가 느껴지는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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