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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을 읽고..
아Q는 단 한 마디로서 정의하기에는 어려운 성격을 지닌 인물로, 마치 여러 인물의 성격을 한 인물에 합성해 놓은 것처럼 혼란하고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편전쟁 이후의 정치사회의 혼란 속에서 어리석고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아Q는 중국 민족을 대표하는 인물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Q는 아무런 사명감이나 목적 의식도 없이 시대적 혁명의 급류에 휘말리게 되는 노예근성을 지닌 사회적 산물로 그려져 있다. 평소 마을에서 무시와 천대를 받고 있던 아Q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결코 무능력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과장되고 허황되게 증명하려는 심산으로 혁명당에 항복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용기와 상황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강도의 누명을 쓰고 끌려간다. 거기서도 그는 자신의 무죄 또한 증명하지 못하고 (시도 조차 하지 않았다) 위압감에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어 시키는 대로만 행하여 결국 비참한 결말을 가져오게 한다. 이는 그의 노예근성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Q는 자신에게 닥친 고통이나 멸시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복한다. 그 중 처음에 등장하는 것이 정신승리법이다. 물질적인 궁핍을 스스로 위로하고 정신적으로 만족하면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 예로 마을 사람들에게 매를 맞거나 욕을 먹으면 아Q는 자기를 때린 사람들을 생각으로만 멸정해 준 것에 대해 혼자만의 우월감을 느끼며 승리감에 도취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승리법은 곧 파탄에 부딪히고 만다. 자신이 경멸하던 왕털보에게 굴욕을 당하고 가짜 양놈에게 매를 맞고 나서는 정신승리법이 아니라 또 하나의 방법인 망각에 의지하는 것이며, 비구니를 희롱하고 나서야 비로소 승리의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한없이 강한 비굴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아Q가 우마에게 구애를 하는 대목에서는 처음으로 인간적 절실성을 내보이고 있다. 자손을 남기지 못하는 …(생략)
것은 최대의 불효라는 순수한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을 우마에게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에 지나지 않고 아Q는 또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다. 아Q가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강한 자(짜오 노어른, 거인 어른 등)에 대해 비로소 정당한 반감을 느끼는 것은 혁명의 소문과 함께 그 강한 자들의 겁먹는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이다. 그리하여 그는 혁명을 외치는데 이 장면에서 아Q는 다시 인간적 절실성을 내보인다.
결국 아Q는 마지막에 총살당하고 만다. 이 마지막 순간에 아Q는 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늑대의 눈빛에 대한 공포에서 희미한 각성을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작가는 총살장면에서 이 불쌍한 인간 아Q의 고통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거의 어리석음과 비굴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짙은 연민과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작가는 아Q의 부정적 측면을 그릴 때는 통렬한 비판을 서슴지 않지만, 그의 인간적 절실성이나 어리석지만 순수한 성격 등 긍정적인 측면을 그릴 때에는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모순적인 해학을 구사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오는 웃음은 결코 기분 좋은 웃음이 아닌 아Q에 대한 동정이 섞인 쓴웃음일 것이다. 작가는 아Q라는 인물을 통해 중국과 중국 민족을 희망의 관점에서 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절망적인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앞날을 예견하고 희망을 가지기보다는 오히려 중국 민족이 얼마나 소외되었으며, 타락하고 짓눌려 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자기 민족에 대한 분노는 아Q를 마지막에 처형한 근성만 드러내는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아가면서 씁쓸한 동정을 보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아Q의 처형을 당연시하고 참수가 아니었음을 아쉬워하는 부분에서 작가의 자기 민족에 대한 분노를 짐작하게 한다. 짧지만 한 시대를 풍자한 아Q의 생애는 그 당시 중국의 변화의 물결 속에 휘말려 비참한 결말을 맺었다. 비굴하고 허풍이 심한 그의 인간형은 급변하는 사회에 바쳐질 희생양이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 “아Q정전” , 소담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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