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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왜,를 읽고
부끄럽게도 김영하가 쓴 소설 중에 가장 처음으로 읽은 소설이다. 김영하라는 작가의 작품은 여러 사람이 많이 보았을 것이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 유명한 작품이 많은데 내가 처음 접한 작품은 아랑은 왜, 이다. 왜 이 작품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경로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책을 어느 샌가 반쯤 읽었고 정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영하의 소설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한 작가이다. 특히나 아랑은 왜,에서 그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어떤 면에서는 한계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자칫하면 크게 재미가 없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주 고전적이고 널리 알려진 작품 하나만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뻗어나가려고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 시도가 마음에 들었다. 한 이야기를 가지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간다는 것, 얼마나 매력적인가. 역시 소설은 하나의 이야기 이고 이야기는 상상력에 기초한다는 것을 잘 아는 작가인 것 같았다. 그래서 한자 한자 꼼꼼히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아랑은 왜,는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아랑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아랑이라는 상처(喪妻)한 시골 사또의 딸이 억울하게 죽고 난 후, 아버지는 관직을 내 놓고 시골로 내려가고, 그 후에 그 고을에 새로 부임한 사또가 줄줄이 죽고 나간다. 그 와중 벼슬에 실패한 한 용감한 사람이 그 고을에 사또로 내려가 아랑의 한을 풀어준다는 내용이다. 대략적인 내용이 이러하고 원래 민담이 그러하듯 타 지방으로 나가면서는 온갖 살이 보태어지고 빼내어지고 해서 여러 가지 내용이 있다.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정리해서 이야기를 각색하며 인물 하나하나에게 배역을 준다. 그래서 소설은 마치 조선시대의 미스테리 사건을 파해치는 탐정소설이 되어간다. 문제는 그렇게 연결시켜가는 과정이 마치 독자를 이끌고 가듯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여기다가 현대의 인물까지 가…(생략)
미되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서술로 독자의 눈을 떼어놓지 못한다.
작가가 여기저기 펼쳐둔 장치들을 보면 김영하라는 작가가 얼마나 머리가 좋은 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의 다른 작품들을 더 읽어보면 머리가 너무 좋아서 질투가 날 정도일 것이다. 아랑은 왜, 만 봐도 그렇다. 어떻게 감히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까지 많이 뻗어나갈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게다가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 자료조사도 굉장히 많이 한 것 같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냥 줄을 잡고 쫄래 쫄래 따라가기만 한 독자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조금 상했다. 그의 소설은 독자를 참으로 능동적이게도 만들고 수동적이게도 만든다. 그래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아랑은 왜, 이 소설을 읽으며 역시 소설이라는 장르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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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왜를 읽고나서 아랑은 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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