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 아름다운 고행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
처음 라디오를 통해 소개받은 화가 남궁문 님의 이 책은 하나의 그림책의 이미지로 머리에 담겨졌다. 꼭 넘겨봐야겠다는 생각이였는데 우연히 이 책을 손에 쥐게 되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라디오에서 소개하기를 스페인에 있는 가장 남쪽 끄트머리 지명인 산티아고까지의 순례길을 책 한 권으로 우린 맛볼 수 있음이 대략적인 줄거리라 잘 일러주었다. 주 내용은 그것이고, 그 길을 따라걷는 남궁문 님의 화가 직업 덕분에 우리는 소소한 스케치들과 간간히 곁들여진 사진과 함께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이미 향하고 있음을 가슴 설레게 전해주었다.
크리스찬이 아닌 나에게조차도 두어 달 남짓을 끊임없이 걸어야만 하는 그 순례길이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이미 우리 현대인에게는 돈을 소비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시간을 벌기를 원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느끼면서도 곧 자유…(생략)

자신을 성찰하고 수양하기 위해 걷는 사람도 상당수이다(이 책의 지은이도 이 경우였다).
이 책의 지은이 남궁문 선생은 그야말로 `자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진정한 자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바람과 하늘과 길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것을 놓치지 않으며 자연과 하나되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책에 실린 120여 장의 사진과 그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예술가 특유의 예민한 시선으로 포착한 스페인 하늘과 길은 어느 것 하나도 놓치기 아깝다. 물론 바람도 그려져 있다…….
이 책을 편집하면서 나 역시 이 길을 걸어낸 느낌이다. 물론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결코 화려하거나 볼거리가 많지 않은 길이었지만 나무 그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언제나 바쁘고 힘들다고 우는소리를 했을 뿐인 나이지만 이제는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내 삶을 다시 돌아봐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사진과 그림, 글로만 접했으면서도 이 길에 완전히 매료된 나에게 남궁문 선생은, 두 달 내내 걷지 못하더라도 잠깐 짬을 내서 조금이라도 걸으라고 권해주었다. 열흘 정도 짧은 코스도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그 길을 걷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조금씩이라도 걷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비록 맑은 바람과 하늘, 해바라기 밭이 없는, 공해와 소음에 찌든 서울의 길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