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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사온 책이었다.
솔직히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황금률>이라니 지금 시대에 이건 남녀 성차별이라고 운운해대는 나도 문제지만 책에 버젓이 써있는 `아들`이라는 글자에 괜시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동안 돌보지 않은 책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2년 후에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보는 이 책은 이제 지난날을 회상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책이 되었다.
세상에 아버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과연 아버지라 함은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나`라는 생명을 세상에 탄생시켜준 존재? 우리 가정을 책임지시는 존재? 단순히 우리들이 무의미하게 `아버지`라 불리우는 무의미한 존재?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까지 아버지에 대한 선입견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아버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됨은 물론이고 과연 세상의 다른 아버지도 이런 생각을? 우리아버지도?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아버지의 섬세함부터 글의 문장마다 느껴지는 자식에 대한 사랑까지… 이제까지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은 버려도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황금률>이라는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 이상각씨의 의도가 확연히 나타나는 작품이었다. 물론 이것이 소설이나 수필이 아니기에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진짜 자신과 자신의 아들의 일화를 넣고 전하고 싶은 말을 한 뒤, 짤막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삽입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혜와 제안을 되새기게 해준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황금률은 한마디로 말하면 성경책과 같은 것이었다. 물론 나 자신이 종교를 믿지 않기에 성경책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저자가 전하고 싶은 것이 옛날 중국의 도덕경이나 서양의 탈무드의 내용과 같은, 너무나도 우리들에게는 진부하고 따분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최소한의 인간이 갖추어야 할 의무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와 같은 청…(생략)
소년, 그리고 10대들에게 아버지의 입장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대표하여 분석하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해석하였으며 자신이 충고 해주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편집한 것 같았다.
하지만 계속 느낀것이지만, 역시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그리고 역시 소설이나 수필이 아니라 직접 자기생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류의 서적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고하는 견해차이가 부분 부분에서 나타나기도 했고 학생으로서는 공감할 수 없는 고지식하고 약간 보수적인 면도 엿볼 수 있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사랑은 서로 사랑하는 이에게 맞추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는 서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에는 상당한 오류가 있다. 아직 사랑을 접해보지 않은 나로선 잘못된 견해일지 모르겠으나 나는 모두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령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담배 따위를 끊으라고 나에게 부탁했을 때 혹은 사랑하는 이가 너무나도 담배연기와 냄새를 싫어한다면 자신은 담배를 끊을 수 도 있는 것이다. 혹은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같이 결혼하여 살아가는 경우 이것들은 그럼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책 중간 중간에 <네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해서 한가지 교훈에 대한 한두가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나 진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모두 본명이고 나라, 연도까지 자세히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책을 읽다가도 이것이 과연 진짜 일까 하는 의문이 불쑥 들곤 한다. 너무나도 상세히 제시해 주었기에 의문 아닌 의문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러한 짤막한 이야기들을 읽는 나를 비롯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을 저절로 눈으로 한번 느낀 뒤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 책을 모두 읽은 지금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교훈 외에도 그 내면 속에 있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읽을 수 있다. 실제 겪었던 자기 아들과의 일상생활 속에서 느낀 실망이나 기대감을 책에 실으며 과연 작가는 무얼 독자들에게 바란 것일까 추측해 보았다. 그리고 나온 결론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었다. 이러한 책을 읽는 연령 대는 대부분 학생의 자녀를 둔 학부모 혹은, 학생일 것이다. 자신의 솔직한 일화를 소개하며 학생들에게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마음을, 학부모에게는 자신이 아들에게서 느끼는 것과 같은 공감대형성과 같은 것들을 저자는 바란 것이 아닐까.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황금률. 고요하고 조용한 상태에서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다 보면 마음이 정말 따뜻해지는 책이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날- TV를 켜면 모두 선거자금이니 정치자금하며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고 어두운 생활만 사는, 수레바퀴 돌듯 무의미하게 사는 지금 이 시대의 현대인들에게 한 모금의 우물과 같이 목을 축여줄, 따뜻한 손난로와 같이 우리 몸을 서서히 녹여줄 그런 존재이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삶에 찌들려 옛날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이따금 싱그럽게 한 박자 쉬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드신다면, 이러한 책을 음미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한가지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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